척하면 삼천리고 쿵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초능력이라도 있는 것인지 앞뒤 살피지 않고도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높은 적중률을 보이기 때문에 그 상황이 반복될수록 더욱 확고히 자리를 굳힙니다.

 

짧은 소리나 한 장면의 모습에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사물을 사용하거나 만질 때 나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그 대상이 어떤 물건인지 알고 심지어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까지 알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흔히 말하는 뻔한 상황에 무게를 두어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맞을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그렇게 뻔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그 놀라운 초능력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자신의 판단이 얼마나 잘 맞아 떨어졌는지 알기 때문에 한번 그럴것이라고 판단하면 그것을 사실로 생각해 버리기도 합니다.

 

이상한 것은 그 판단력이, 아니 그 넘겨짚음이 긍정적인 방향 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순간적으로 화를 내거나 앞뒤 상황을 살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여 그 즉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아이 둘 만 두고 잠깐 외출했다가 돌아와보니 거실이 온통 어지럽혀있고 어린 막내가 울고 있다면 부모들이 보일 반응은 대부분 비슷할 것입니다. 흩어져있는 물건들만 봐도 어떤 상황이 벌어졌었는지 알아내기도 합니다. 차근차근 이유를 들어보기 보다는 큰아이가 변명조차 못하고 혼이날 확률이 높습니다. 때로는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서 무서운 표정과 큰 목소리로 아이를 계속 몰아붙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고 명확한 증거나 증인이 있다고 해도 그에 대한 해명을 할 기회를 주게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다면 나라에서 그를 대신해서 해명을 해줄 변호사를 제공해 주기까지 합니다.

배심원제도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그가 판결을 내리는 판사 뿐 아니라 배심원에게도 자신의 입장을 해명할 기회를 갖습니다.

 

뿐만 아니라 죄를 지은 사람의 처지나 그동안의 처신,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정상을 참작하여 그 벌을 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한번 판결하여 처벌한 죄에 대해서는 두번 다시 같은 죄로 처벌하거나 판결하지 않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지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거나 지난번에 이미 혼났던 일들까지 다시 들추어내서 더 크게 혼이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어른에게 대들거나 꼬박꼬박 말대답한다는 이유로 더 크게 혼나기도 합니다.

 

판사는 벌을 주기 전에 어떠한 이유로 어느 정도의 벌을 준다는 설명을 충분히 해주고 이것을 벌 받는 사람이 이해하게 합니다.

 

아이를 혼내기 전에 우리는 적어도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혼이 나더라도 왜 혼나는지 충분히 설명을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뻔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혼내고 보는 일은 없어져야합니다.

 큰 죄를 지은 죄인도 그러한데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큰 죄를 짓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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