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식 필맥스 경영전략

35년을 내 장사했다. 흥하지도 않았지만 망하지도 않았다. 사업자 등록증은 1995년에 낸 그대로이다. 그런 나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아직까지 삼성이나 현대같은 회사 몇 개 만들지 못한 이유가 뭐냐고?
그럼 나는 대답한다. 아직 나의 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또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아직까지 망하지 않고 사업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럼 나는 대답한다. 남들이 망할 때 나는 잘 버텼다.

버텨라~ 버티고 버텨라~
내가 말할 수 있는 나의 경영전략이다. 수많은 경영전략가들의 책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경영에 관한 책, 사장학에 관한 책도 8권을 썼다. 이제 또 한권을 쓰려고 한다. 제목이야 나중에 바뀌겠지만, 컨셉트는 ‘홍재화식 경영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는 나의 사업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내 제품, 필맥스 맨발신발과 양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읽을 만할 것이다. 35년 경력의 구멍가게 사장이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내겠다고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2-3년내 세계의 경제는 크게 바뀔 것이다. 정치의 지형은 더 크게 바뀔 것이다. 당장 나만해도 우한폐렴 때문에 중국에서 들여올 물량이 지체되고 있다. 구매자들은 기다리는데, 파는 사람이 오히려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선 우한폐렴 때문에 감기걸려 죽기 보다는, 중국 제조업의 정지 때문에 한국에서 굶어 죽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맞는 말이다. 남대문, 동대문에는 시끌벅적하던 상인들과 구매자들의 발자취가 뚝 끊겼다. 오프라인 경제가 죽으니 온라인 경제가, 배달 경제가 호황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아니다. 봄 장사 다 망쳤다고 한다. 3월이 다가오는 이제 여름 장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이기를 꺼려하니 거래처 방문하기도 어렵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들어올 여름 신상의 준비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굶어 죽을 징조가 하나 둘이 아니다. 그래도 워낙 긍정적인고 임기응변을 잘 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잘 버텨낼 것이다. 한국 경제는 잘 헤쳐 나갈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될까? 세계가 잘 된다고 내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 잘못된다고 내가 잘못되지는 않을 수 있다. 당장 ‘우한폐렴’이 진행되는 동안이 걱정이다. 중국에서 물건이 오기는 할까? 이 와중에 만든 물건이 잘 만들어질까? 한국에 들여오는데 중국 물건이라고 까다로운 검역을 받아야하는 걸까? 들여와서는 한국에서 잘 팔릴까? 걱정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우한폐렴이후 나의 필맥스 맨발신발을 여전히 중국에서 만들어야 할지도 고민이다. 어쩌면 힘들어진 중국에서 만드는 게 더 쉬워질 수도 있다.

지금 지구를 둘러싼 환경, 그 중에서도 필맥스 사장인 내가 움직이는 동북아 시장은 그야말로 회오리 속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순히 소소한 사항들이 미미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변화, 즉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한다. 그리고 나같은 실버마켓을 타케팅하는 장사꾼들에게는 인구 구조의 변화는 사활을 좌우한다. 위의 그림은 수입 무역을 하는 필맥스가 맞닥뜨린 글로벌 환경의 변화를 적어보았다.

우선 기술발전이 맨발로 걷기에 특화된 신발과 양말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주시하고는 있어야 한다. 특히 경제와 산업의 탈인간화가 진행되었을 때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두고 봐야 한다. 양극화가 심해지겠지만, 나의 소비자들이 다행히 양극화의 높은 부분에 있다면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다가올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의 변화는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의 제조업 향배가 우선 궁금하다. 특히 우한폐렴으로 인해서 지금 중국 공장들은 매우 어렵다. 납기를 맞추는 것도, 품질도, 인력 조달도 모두 다 오리무중 안개 속이다. 우한폐렴이 사라진다해도 그 후유증은 남을 것이다. 이 것도 고민거리이다.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는 사업하는 나에게 좋은 일이다. 내 신발은 아무래도 건강을 염려하는 계층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정치 환경의 변화는 늘 경제 환경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중국이 어떻게 변할 지와 일본의 변화 궁금하다. 중국은 오랫동안 자유자본주의 경제 속에 있으면서, 정치는 폐쇄적인 일당독재와 중화 사상에 파묻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폐혜와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과연 자유민주주의로 전환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정부 보조금과 대외 수입 제한 조치는 풀릴 것인가? 그 시점에 중국 제조업 경쟁력은 유지할 것인가? 그 때 나는 신발과 양말을 중국에서 만들까, 아니면 지금처럼 양말은 한국에서 만들고, 신발은 계속 중국에서 만들까? 잘하면 EU에 다시 양말과 신발을 수출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지금처럼 간다면, 돈을 벌고 있는 사장들을 적대시하는 정권이 계속된다면 상황은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원래 우리 나라는 좋은 것도 빨리하지만, 나쁜 것도 빠른게 문제라면 문제이다.

구멍가게 35년,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은 나에게 낯설다. 그 고민들을 막연하게 하면 안된다. 그 고민들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앞으로 홍재화식 필맥스 경영전략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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