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듯 뻔한 일들이 있습니다.

 

마구 산을 절개하고 아파트를 지어대면 장마철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거나, 강가에 줄줄이 건축 허가를 내주면 물이 오염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것입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를 혼내려고 작정을 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개인이 되었든 정부가 되었든 어떤 일을 결정하고 시행하려면 그 일이 가져올 뻔히 보이는 일들에 대해서라도 대책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작성한 문서에서는 스스로 오타를 찾기 어렵듯이, 만일 자신들이 아무런 예상도 할 수 없다면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나 해당분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야합니다.

 

사람은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몇몇의 견해가 맞아 떨어지면 그것이 모두를 위해 옳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사람들은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들을 합니다. 그래서 사외 이사도 두고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각종 자문위원회 같은 기구들을 두는 것입니다.

 

몇몇 사람이 지위나 권력을 이용하거나 로비를 통해 타당한 반대의견을 모두 뭉갤 수 있는 안전장치들이나, 올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할 기구들은 차라리 처음부터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심지어 법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들이 법에 저촉되는 일을 했을 때 결국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마무리 되는 것을 봅니다. 사람들은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영락없이 들어맞습니다.



법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는 힘은 국민이 준 것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정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해야하는데, 제 마음이 삐뚤어서 그런지 자꾸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소속원들이 선거를 통해 뽑아준 것은 마음대로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라, 소속원들을 위해서 힘을 사용하라는 부탁입니다.

그 힘은 신이나 해당 조직의 지도자가 준 것도 아니고, 소속된 조직 또는 당이 준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그 힘을 사용할 때는 그 방향이 자신을 지지해준 소속원들에게 좋은것인가를 최우선으로 따져보아야합니다.

 

자신에게 힘을 준 소속원들을 위해 옳은 일이라면 그것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의사에 반대가 되더라도 물러서면 안됩니다. 그래야만 기꺼이 자신을 지지해준 수 많은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몸을 세워 세상에 나오지도 말아야합니다.

 

그렇게 힘을 얻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더, 결과가 뻔한 일이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에 반대를 하고 나설 때 우리는 희망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희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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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사내들의 죽음. 독도의 비밀 - 김영범 장편소설 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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