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그리스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은행의 수위로 일해보려고 면접을 보았지만 쓸 줄 아는 글이 자신의 이름뿐이라는 이유 때문에 취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돈을 빌려서 미국으로 건너갔고 수 년 뒤에 기자회견을 할 만큼 성공했습니다.

그는 회고록을 쓰라는 기자들의 말에 자신이 글을 알았더라면 은행수위로 일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호텔왕 힐튼은 그렇게 성공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한번 돌파해 보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물론 노력해보고 시도해 보는 것은 정말 멋진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 길이나 방법이 맞지않는 것을 스스로 알면서도 집착하고 반복하는 것입니다.

 

어린시절 혹은 젊은 시절, 우리가 벌였던 그 무모하고 어리석은 판단과 시도들은 오늘의 우리가 있게 해준 시행착오였고 과정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우리 같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그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아무리 교육이 높아져도 세상을 살면서 몸으로 배울 것들은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더 이상 어리지않고 어리석지 않은 우리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옳은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 경험하신 어르신들이 보시기엔 아직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일까요.

 

위험한 것은 일이나 방법에 대한 판단보다는 사람에 대한 판단입니다.

속담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지만 모든 나무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유명한 예로 모죽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나무는 심고 5년간 전혀 자라지 않다가, 일단 자라기 시작하면 하루 수십 센티미터씩 자라서 몇 개월 만에 30미터 높이로 자라납니다.

 

우리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했던 그 사람들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힐튼은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근심하지 말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라’ 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판단 당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우리의 판단으로 인해 자신에게 없는 재능만을 근심하고 걱정했을지도 모릅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지금도 우리는 사람을 보고, 아이들을 보고 그들을 판단하고 그들에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살면서 많은 것들을 겪은 지금은 우리의 판단이 옳을까요.

정말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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