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는 사람들은 목적지가 있습니다.

길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목적지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어딘가 가기 위해서 길 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거리가 멀고 가까운 것 외에는 차이가 없지만 문제는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항상 문제가 생기고 시행착오가 생기는 것은 초행길을 갈 때입니다. 아무리 자세한 설명을 듣고 약도를 그려서 가더라도, 처음가는 길은 맞는 길을 지나치고 엉뚱하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특히 대도시의 복잡한 도로사정은 한적한 국도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정신없게 만들고 실수를 연발시킵니다. 이것은 그가 똑똑하거나 힘이 쎈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하면서 당연하게 여기며, 다른 사람의 같은 실수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자신의 경험을 서로 이야기 하면서 웃어 넘깁니다.

누구도 그 실수들에 대해서 구박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가 결국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서 돌아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처음 살아가는 인생에서 벌어지는 시행착오와 실수에 대해서는 그리 너그럽지 못합니다.
삶은 누구도 두번가는 길이 아닌데도, 그 첫 여행이 정확한 계획에 따라 완벽한 경로로 낭비없이 도착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상향을 가리켜 유토피아라고 합니다.
정작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유토피아의 뜻은 '아무데에도 없는 나라'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이상향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 분명 맞을 것입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도중에 생기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에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펼쳐지는 여행이라면 시작하는 두근거림도 없고 돌아와서의 그리움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일상의 시간표 같은 여행은 어느 누구도 즐거워 할 리 없습니다.

처음 가는 우리의 여정이 유토피아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 도중에 어떤 놀라운 아름다운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기에 삶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돌아가고 헤메는 과정을 두려워 하는 사람은 여행을 떠나기 어렵습니다.
여행이 끝나면 분명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억들이 우리의 가슴을 채울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목적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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