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깊게 나면 흉터가 남습니다.

이것은 몸에 생긴 상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이나 기억 속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그런데 몸에 만들어진 상처는 결국 모두 아물어서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지만, 마음이나 기억에 남은 상처 중에는 그보다 오래 가거나 아물지 않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보거나 들으면 일시적으로 앞을 못 보게 되거나 못 듣기도 합니다. 자신이 겪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통이 너무 심하면 기절해 버리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은 자기 방어를 위해 신체적 기능을 멈추거나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합니다.

 

그렇게 기억이나 마음에 상처를 내기 전에 막지 못한 일들은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 편집되고 삭제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 그 자신이 그럴 수 밖에 없었거나, 자신의 잘못이 아닌 다른 이유때문으로 기억을 왜곡시키고 통째로 고쳐버립니다. 그리고는 그 기억을 원래의 기억으로 믿고 살아가게 됩니다.

 

어떤 일은 가해자로 기억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때로는 피해자로 기억하는 것이 좋기도 합니다. 어차피 지난 일이어서 고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억을 고쳐 버리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기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이미 고쳐진 기억을 진실로 믿고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몸에 난 상처를 방치하지 않고 치료하면 덧나거나 악화되지 않고 더 빨리 아물게 할 수 있는 것처럼, 기억과 마음에 생긴 상처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치료 받으면 스스로 방어 시스템을 가동하여 바꾸는 것보다 편할 수 있습니다.

 

혼자 가슴에 담고 있으면 상처는 더 깊어지고 무거워 집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어깨는 많이 가벼워 집니다. 상담을 받거나 고해성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병원을 찾는다면 의료보험 혜택까지 받으며 상담과 의료 서비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자신만 그렇게 힘든 것을 가슴속에 넣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 갑니다. 그리고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것도 그렇듯이 누구나 자신의 아픔과 짐이 더 크고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연필로 쓴 것을 지우려면 지우개가 필요합니다. 지우개 없이 지우려 하면 흉하게 번지거나 깨끗했던 부분까지 오염되기 쉽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다른 존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또 우리도 그들에게 그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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