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마술을 좋아 하십니까?

 

마술을 보는 또 다른 재미는 마술사의 눈속임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마술사의 현란한 손놀림이나 재스추어에 시선을 주지 않습니다. 오직 그가 어떻게 우리의 눈을 속이는지를 보려고 노력해 보는 것입니다.

 

숙련된 마술사들의 손놀림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뭔가를 바꾸는 순간이나 꺼내는 순간을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관찰하는 시선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속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의 기술과 기교에 즐거워하고 박수를 보냅니다. 마술은 그것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종 우리는 매직 쇼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얼마 전 월드컵 때도 그랬습니다.

현충일도 6.25도 월드컵에 가려지고, 독도 문제, 춤추는 주식시장, 한미FTA 협상, 한 대형 업체의 집단 급식사고, 북한의 미사일 이야기, 평택 미군기지 이전, 론스타 사건….

세상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월드컵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몰려 있었습니다.

 

우리가 월드컵 16강에 오르고 8강에 오르는 일은 물론 기쁘고 경사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FTA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아이들의 건강과 이 나라의 안전을 구상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한 일입니다.

매직 쇼가 끝나자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관심을 보였으나 이미 상당히 진행된 후였습니다.

 

그런 일들이 스포츠 경기만큼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지는 않지만, 예로부터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습니다. 월드컵 뿐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사건으로 인해 다른 사건들이 묻혀버리고 잊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그것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은 자신이 해놓은 잘못을 책임지지 않고 버티다가 사람들이 매직 쇼에 빠져있을 때 슬그머니 복귀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관심을 안 준다고 해서 그 일들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이에 문제가 더 커져 있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마무리되어 가고 있을 뿐입니다.

 

매직쇼를 즐깁시다.

다만 쇼를 보면서도 중요한 일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맙시다.

모두가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면서 몰려갈 때, 잠깐 옆으로 나와서 그들이 달려가는 곳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매직 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물론 반론의 여지없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럴 때 또 어떤 일이 슬그머니 지나가거나 잊혀지는 것입니다.

 

따로 서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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