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때를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어 생활합니다.

 

직장의 출근시간이나 점심시간 또는 쉬는 시간처럼 소속되어 있는 조직에서 정해놓은 규칙을 사람들이 따르지 않으면 서로가 불편한 경우에는 물론 정확히 지켜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혼자 무엇을 하거나 자율이 부여된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시간단위나 개수 단위로 스스로 통제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5분만 쉬자고 하거나 10분을 쉬자고 제안하는 사람은 흔하지만 4분이나 7분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일을 할 때에도 개수단위로 끊고자 하는데 보통 10개나 100개 단위로 끊기를 좋아합니다.

사실은 8개를 하고 쉬어도 좋고 89개를 하고 쉬어도 좋은데 두개 혹은 열 하나를 더해서 개수를 채워놓고 일어서야 속이 후련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심지어 그 두개 때문에 몸에 무리가 와서 병이 나거나 다치기도 하는 것을 여러분들도 경험하셨거나 보았을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와 함께 밭에서 일을 하다가 아버지께서 10이나 20단위로 쉬려고 하시는 것을 알았는데 분명히 16개 정도에서 휴식이 필요한 것을 아시면서도 굳이 20을 채우고 쉬셨습니다.

힘겨워 보이셔서 제가 17개를 하고는 쉬자고 했더니 굉장히 어색해 하시면서 마저 3개를 채우고 쉬자고 하셨습니다.

 

물론 기준을 정해놓고 움직이면 시간관리나 일의 진행을 점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효율적일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십진법에 너무 익숙해 있다 보니 꽃다발의 장미를 열 송이나 스무 송이로 맞추거나 뭔가를 쌓아놓을 때도 10개나 100개 단위를 좋아합니다.

재고를 파악하거나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물론 효율적이지만 그것은 무의식 중에 우리의 생활이나 그런 규칙이 필요 없는 일에까지 파고들어 단위를 채우지 못하면 어딘가 어색하고 정리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고대 문명은 60진법을 많이 사용했고 그래서 우리는 지금 1분은 60초로 1시간은 60분으로 살고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불편해 하지 않고 어색해 하지 않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데 300일이나 400일이 걸리지 않고 365일이 걸린다고 해서 불평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우리들의 몸입니다.

휴식이 필요하면 11시 48분에도 쉬고 94개를 쌓아놓고도 손을 놓으십시오.

잠깐만 더하고, 몇 개만 더하고 쉬어야지 하는 욕심이 우리 몸에 무리를 주고 병이 나게 만들며 졸음 운전을 하게 됩니다.

 

힘들다 싶을 때 잠깐 몇 초라도 숨을 돌리는 것만으로 우리는 많은 안전사고나 과로로 인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곧 익숙해 질 것입니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때를 정해놓고 억지로 맞추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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