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졸업을 한학기 앞두고 있었습니다.

 

경제학 강의를 수강했었는데 담당 교수님께서 학기가 끝나자마자, 저를 댁으로 부르셔서 찾아가서 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나이가 지긋하시지만 매사에 정확하셨고 열정적인 강의에 유머까지 잘 구사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딱딱하게 느껴지던 경제학 수업은 제게 가장 즐거운 수업 시간이었고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사모님께서 내오시는 녹차를 한잔 놓고 마주 앉으신 교수님께서는

“자네는 왜 항상 빈틈이 없게 보이려고 하나?”

하고 질문을 하셔서 저를 놀라게 하셨습니다.

상대에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라고 말씀하시면서 평소의 제 모습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있어서 몇 가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흔히 군기가 빠졌다거나 나사가 풀렸다고 사람들을 다그치고 긴장하게 만듭니다.

그러면서도 빈틈없는 사람에게는 인간미가 없다거나 로봇 같다는 말을 합니다.

육박전을 벌이는 전장도 아닌데 왜 우리는 타인에게 틈을 보여주기를 싫어할까요?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거나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편해서 일까요?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유대관계를 두려워하거나 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남에게 가볍게 보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편하게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지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 라는 말이 있는데,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따르는 이가 없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에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자신을 한번쯤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혼자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

여러분은 몰라도 저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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