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워라밸보다 워라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는 1970년대 영국 워킹맘협회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으니 벌써 50년이 된 용어이다. ‘공부와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하는 ‘스라밸(Study-Life Balance)’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유사하게 ‘머라밸(Money-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소득이 줄어서 ‘돈은 없고 저녁만 있는 삶’에 대한 걱정이 커지기도 했다. 그런데, '밸런스(Balance)'라는 개념은 자신(Self)의 입장만 반영된 것이다. '우리(We)'라는 조직적 개념이 빠진 것이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한 인터뷰에서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이 두 가지 중 한쪽을 추구할 경우 다른 쪽을 희생해야 하는 거래관계를 기정사실화하는 셈이다. 일과 사생활을 시소게임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일과 사생활 중 하나를 택해 플러스(+)가 되면 다른 것이 마이너스(-)가 되는 거래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Work-Life Harmony gram(yooncoach.com)

베조스는 “워크 라이프 하모니(Work-Life Harmony), 즉 일과 삶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일과 일 외의 사생활은 보다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관계여야 한다. “가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한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로 출근할 수 있다. 그리고 직장에서 즐겁게 일한 뒤에는 역시 건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집에 돌아갈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회의실 분위기를 바닥으로 만드는 사람이 꼭 있다. 누구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최근에는 워라인도 이야기되고 있다. 워라인은 일과 삶의 통합(Work-Life Integration)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워라하 트렌드는 어떠한가?

OECD가 매년 발표하는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워라밸 지수는 10점 만점에 4.7점에 불과하다.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32위에 머물고 있다. 1위는 네덜란드로 9.3점이다. 워라밸 지수는 OECD에서 ‘더 나은 삶의 지수’를 산출하는 항목 중 하나로 장시간,근무하는 노동자 비율, 하루 중 자기 관리와 여가에 활용하는 시간 등으로 측정한다.

워라하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 7가지
워라밸 트렌드는 출퇴근의 고정관념부터 기업의 채용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제부터 기업은 워라밸을 넘어 워라하 시대에 맞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직장인들도 단순히 좋은 회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워라하 시대에서 맞는 커리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정확하게 판단해도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단기적인 이익과 비용에 편향되는 경향이 있다. 즉 장기적인 이점을 제공하는 작업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낮다. 다른 말로 설명하면 우선순위의 혼돈이다.

주 52시간에 따른 근무시간 축소로 임금이 줄어드는 사람들은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서브잡(Sub-job)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시간제한이 있으므로 최우선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다음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을 분배한다. 짧은 시간에 고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을 탐색해야 한다.

둘째, 저녁시간을 잘 활용한다.
저녁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야 한다. 가족, 휴가, 취미, 개인 성장 등 개인적인 삶의 시간으로 저녁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저녁시간을 잘못 사용하면 충전이나 성장의 시간이 아닌 낭비나 방전의 시간이 된다.

흥청망청한 술자리, 과중한 집안일 등으로 저녁시간이 두렵다는 직장인이 많은데, 이들에게 칼퇴근은 또 다른 부담이 된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일과 개인 생활을 구분해 정의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더 깊은 목적이 있는가? 당신이 스스로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때, 당신은 일과 삶의 조화에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

셋째, 세상에 완벽한 균형이란 없다.
일과 삶을 어떻게 조화롭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완벽한 균형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충분히 일하지 않아서 게으르다”, “나는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한심한 남편이다” 등 비현실적인 균형을 쫓는 것은 끝없는 좌절감만 유발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과 삶의 균형’에서 ‘일과 삶의 조화’로 옮겨가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자신의 한계를 이해한다.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려면 자신의 한계 및 과거의 장애물을 포함해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은 바로 인간은 의미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순간적인 목표가 아닌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사람이 결국 성장한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와 같은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우자. 자신의 한계를 긋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당신에게 기쁨과 만족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 성취를 경험하기 위해 탐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지금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미래에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꿈은 명사지만 꿈꾸는 행위는 동사다.

다섯째, 현재에 집중한다.
사무실에 있든, 집에 있든 늘 우리는 스스로에게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면 휴대폰은 멀찍이 치워야 한다. 문자와 이메일은 무시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사려 깊은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여기(Here and Now)!’

우리에게 가장 귀중한 시간은 ‘지금’이고,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장소는 ‘여기’다. 그리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과 개인 생활에서 평생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는 일을 반복해왔다. 목표를 이뤘을 때는 잠시 행복을 느꼈으나 이내 더 큰 성공을 꿈꾸었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 고통스러운 현재를 살면서 일과 삶의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이럴 때 ‘지금 여기!’ 주문을 외우자. 일과 삶의 조화는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사람에게 집중할 때 이루어진다.

여섯째, 마감시간을 설정하고 작업한다.
작업할 때는 시간제한을 두는 게 좋다. 인간의 두뇌는 주의집중 시간이 제한돼 있다. 너무 오래 작업한다면 결국 집중을 잃고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감시간이 임박했을 때 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데드라인(Deadline) 효과’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작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당신은 하루 중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지 아는가? 시간을 측정하지 않으면 정확한 피드백이 불가능하다. 어떤 일을 실행할 때는 크게 생각하지 말고 단기적으로, 가장 하기 쉬운 단위로 일을 쪼개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자신의 일을 즐기고 사랑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생계를 위해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거나 실제로 즐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서 가치에 맞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이미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거나 새로운 목적을 추구할 수는 있다. 변화는 자신이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는 ‘워라밸’에서 ‘워라하’로 옮겨가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윤영돈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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