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사랑의 벤치를 점령하라!
<프롤로그>
최근 일본 NHK 방송국에서 전설적 가수였던 ‘미소라 히바리’를 AI 형태로 만들어 신곡을 발표하여 많은 팬이 눈물을 흘리는 감동을 자아내었다. 죽은 사람도 그리워하는데 현실에서는 넘지 못할 사랑의 장벽은 없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과 유명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관심이 크다. 그 이유는 그런 관계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살아온 가치관이 크게 달라 좋은 관계로 이어지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은 그런 장벽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영화 <노팅힐(Notting Hill), 1999>에서도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와 평범한 런던 교외 마을 책방 주인과의 현실의 벽을 넘는 사랑을 보니 더욱 숭고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연인을 AI를 통해 그리워 하기 전에 지금 그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라!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사랑의 벤치를 점령하라!
<영화 줄거리 요약>
웃는 모습이 멋진 이혼남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 분)’는 영국 노팅힐에서 여행 관련 서적을 판매하는 책방 경영인이다. 그는 예술가를 지망하는 괴팍한 친구 ‘스파이크(리스 이 판 분)’와 동거하고 있다. 어느 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여배우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 분)’이 런던 여행 중 여행책을 구매하러 윌리엄의 책방에 들어오면서 인연은 시작된다.

얼마 후 둘은 다시 길거리에서 우연히 부딪혀 들고 있던 오렌지 주스를 쏟게 되는데, 윌리엄은 애나가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옷을 갈아입은 애나는 윌리엄의 친절함에 반해 키스하고 서로의 매력에 빠져든다. 며칠 후, 윌리엄은 친구 스파이크에게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가 없는지 물어본다.  스파이크는 윌리엄에게 걸려온 전화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애나라는 어떤 미국 여자애”가 며칠 전에 자신에게 전화해 달라며 전화했다고 말한다. 애나는 익명으로 리츠 호텔에서 지냈고, 윌리엄에게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윌리엄이 도착했을 때, 애나는 기자 회견 중이었고 당황한 윌리엄은 놓여있는 ‘말과 사냥개’ 잡지를 보고 그 회사의 기자 행세를 한다. 윌리엄은 비록 자신이 애나의 새로운 영화 《헬릭스》를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모든 출연 배우와 인터뷰를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인다. 마침내, 윌리엄은 애나와 대화를 나누는 순서가 되고, 자신의 여동생 ‘허니’의 생일파티에 초대하게 된다. 애나는 맥스 부부 등 윌리엄의 따뜻한 친구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느 날 애나는 윌리엄을 호텔 방으로 초대하지만, 마침 애나의 남자친구가 도착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애나는 그들이 깨진 사이라고 강조했지만, 윌리엄은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른 그녀를 떠나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애나는 윌리엄의 집을 찾아 잠시 피신을 요청한다. 애나의 사적인 누드 사진이 언론에 유출되어서 도피할 장소가 필요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들은 다시 만나기 시작했고, 윌리엄은 애나가 새로운 영화의 대본을 익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서, 윌리엄은 현관에 도착해 있는 많은 기자를 보고 혼란에 빠진다. 왜냐하면, 친구 스파이크가 술집에서 애나가 머무르는 장소를 부주의하게 발설했기 때문이다. 애나는 급하게 떠났고, 윌리엄은 다시 그녀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로 한다.

그 후, 애나는 <헨리 제임스>라는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서 영국으로 돌아오고, 윌리엄은 애나를 그리워하게 된다. 애나는 윌리엄을 영화 촬영장으로 초대했고 윌리엄은 애나가 바쁘게 연기하는 동안에 음성녹화를 듣게 된다. 그러나 애나가 동료 배우에게 자신을 “단지 예전에 알던 친구”라고 가볍게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고, 녹화장을 떠난다. 며칠 후, 애나는 다시 책방을 방문하여 진지한 구애를 한다. 그러나, 윌리엄은 다시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윌리엄은 자신의 결정에 대하여 친구들과 상의했고, 일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을 깨닫게 된다. 윌리엄과 친구들은 맥스의 차에 탑승해서 애나를 찾으러, 런던을 가로질러 주행한다. 윌리엄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열린 애나의 기자회견실에 도착했고, 자신과 같이 영국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하면서 애나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사랑의 벤치를 점령하라!
<관전 포인트>
A. 할리우드의 톱 여배우가 시골의 책방주인을 사랑한 배경은?
일거수일투족이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살던 여배우 애나는, 한남자의 여인으로 사랑받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간다. 그러다 시골의 순수하고 착하며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윌리엄이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된다. 또한 윌리엄의 절친 맥스의 부인 벨라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임에도 끔찍이도 사랑하는 것을 보면서 아름다운 사람들 속에 사는 평범한 윌리엄이 더욱 보기 좋았고 자신도 그런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고 싶었했다. 자신의 사랑에 망설이는 윌리엄에게 애나는 “Don’t forget I’m just a girl standing in front of a boy asking him to love her(나는 단지 한 남자 앞에 서서 사랑을 얻고 싶은 한 여자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라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B. 애나가 힘든 일을 겪을 때 윌리엄을 찾아온 이유는?
애나가 무명 시절 찍었던 자신의 사적인 누드사진이 언론에 공개된다. 그녀는 당황하고 힘든 상황에서 자신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해해주며 진심으로 위로와 배려를 해주는 유일한 사람인 윌리엄이 생각나게 된다. 이윽고 그의 집을 찾아가게 되었고 윌리엄은 지극정성으로 그녀를 보살핀다.

C. 영화에 등장하는 중요한 소품과 음악은?
@애나는 윌리엄의 집에서 인쇄된 화가 마르크 샤갈의 <신부/La Mariee>를 보게 된 후 나중에 윌리엄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진품을 윌리엄에게 선물한다. @음악은 ‘트레버 존스’가 작곡하고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엘비스 코스텔로’가 노래한 <She> 로 여신을 사랑하는 평범한 남자의 로맨스에 어울리는 감미롭고도 아름다운 선율로 큰 인기를 끌었다.
[She may be the face I can’t forget/ a trace of pleasure or regret/may be my treasure or the price I have to pay(그녀는 내게 잊지 못할 얼굴일 수도 있어요/즐거움의 흔적, 아니면 후회의 흔적일 수도 있어요/ 내 보물일 수도 있고, 내가 치러야 할 대가일 수도 있어요)She may be the song that summer sings/may be the chill that autumn brings/may be a hundred different things within the measure of a day(그녀는 여름이 부르는 노래일 수도 있고/가을에 오는 서늘함일 수도 있어요/하루를 지내며 겪는 수백 가지의 것들일 수도 있어요) She may be the beauty or the beast/may be the famine or the feast/may turn each day into a heaven or a hell(그녀는 미녀이거나 야수일 수도 있고/굶주림 일수도, 축제일 수도 있고/천국이 될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죠)She may be the mirror of my dreams/a smile reflected in a stream/She may not be what she may seem inside her shell/She who always seems so happy in a crowd/whose eyes can be so private and so proud/no one’s allowed to see them when they cry(그녀는 내 꿈의 거울일 수도 있어요/시냇물에 비치는 미소일 수도 있고요/그녀의 내면은 겉모습과는 다를 수 있어요/사람들 속에서는 항상 행복해 보이는 그녀는 눈이 비밀스럽고 자신감이 넘쳐요/아무도 그녀가 우는 것을 볼 수 없죠)She may be the love that cannot hope to last/may come to me from shadows of the past/that I’ll remember till the day I die/She maybe the reason I survive/The why and wherefore I’m alive/The one I’ll care for through the rough and rainy years(그녀는 영원하길 바랄 수 없는 사랑일 수도 있고/과거의 그림자로부터 나에게 올 수도 있어요/내가 죽는 날까지 기억할 나의 과거요/그녀는 내가 살아가려는 이유일 수도/내가 살아있는 이유며 까닭일 수도/험난한 날들에 내가 돌보아 줄 사람일 수도 있어요)Me, I’ll take her laughter and her tears And make them all my souvenirs/And where she goes I’ve got to be/The meaning of my life is She(난 그녀의 웃음과 눈물을 가져다가 내 기념품으로 삼겠어요/그녀가 가는 곳이 바로 내가 가는 곳이기 때문이죠/내 삶을 의미, 바로 그녀예요]

D. 영화에서 유머 있는 장면은?
@ 스파이크가 윌리엄의 안경을 소파에서 깔고 앉아 망가져버리는 바람에 윌리엄은 애나와의 영화 데이트에 도수가 있는 잠수부 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장면.
@윌리엄의 집으로 기자들이 몰려온 위기상황에서도, 윌리엄의 괴짜 친구 스파이크는 속옷 차림으로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못생긴 몸매를 과시하던 장면.
@애나가 영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기자회견장에 윌리엄을 응원하기 위해 친구들이 모두 같이 차에 타고 단체로 호텔로 가는 장면.
@기자회견장에서 어렵게 사랑의 승낙을 받아내자 모인 모든 친구가 감동에 겨워 옆의 파트너와 강렬하게 키스를 하는 모습.

E. 윌리엄 동생의 생일파티에서 브라우니 게임은?
식사 후 “가장 불쌍한 사람에게 브라우니 디저트가 돌아가는 게임”이 벌어지는데, 애나는 세계 최고의 여배우임에도 다이어트로 맛있는 음식도 못 먹고 사생활까지 언론에 노출되는 자신의 고충을 솔직히 이야기하여 브라우니를 차지하게 된다. 어쩌면 가장 아픈 부분조차 이렇게 소중한 친구들끼리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가 있기에, 그들의 삶이 조금은 더 유쾌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F. 영화에서 미국 남자와 영국 남자를 보는 시각은?
애나의 미국 남친(알렉 볼드윈 분)은 다소 무례해 보이는 마초 남으로 나오는 반면 영국 남자인 윌리엄은 순수하고 배려 깊은 신사로 묘사된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에서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총리(휴 그랜트 분)의 비서 겸 애인에게 추근대는 장면을 넣어 무례한 이미지를 보여준 것도 비슷한 설정으로 보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사랑의 벤치를 점령하라!
<에필로그>
애나와 윌리엄이 시내의 식당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옆자리에 앉았던 꼰대들이 “여배우는 창녀나 마찬가지라고” 비하하자 윌리엄은 그들에게 다가가서“그녀는 좀 더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신 같은 멍청이들이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한다. 그들과 싸움이 나려고 하자, 애나는 “그냥 애교 있는 농담이었을 거예요”라며 말리면서 “당신들 물건은 분명 땅콩만 할 거예요. 저녁들 맛있게 드세요”라며 한 방을 먹인다. 이렇듯 사랑하는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용기를 내는 마음이 있었기에 서로 다른 세상의 장벽들을 극복하고 사랑에 성공했을것이다. 엔딩씬에서  애나와 윌리엄은 아름다운 글귀가 새겨진(For June who loved this garden from Joseph who always sat beside her 사랑하는 그녀의 곁에서 언제나 같이했던 나)노팅힐 공원의 벤치에 같이 앉아 조용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작은 것들이 무척이나 감사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항상 소음 가득한 베벌리 힐스 분위기의 화려한 카페에서  잠시 벗어나, 집 근처 조용한 공원 벤치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가져보길 기원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