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가장 중요한 것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내가 결정하는 퇴직은 행복하다.

모임에 참석했는데, 항상 웃던 후배의 표정이 굳어 있다. 말을 건내기도 어색하여 눈치를 보고 있는데 후배가 먼저 말문을 연다. “대표님, 회사가 너무 해요. 존경하는 상사가 내년 사업계획 보고 하루를 남기고 퇴직 통보를 받았어요. 하루 만에 퇴직하라고 하네요” 울먹이는 후배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잠시 기다려 주고 옆에 전문 경영인인 후배에게 물었다. “김사장, 그 곳은 CEO에게 퇴임 통보를 언제 하나요?” 통상3~4일 전에 한다고 한다. 임원이라면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다고 하지만, 하루나 3~4일 전 통보를 받으면 충격이다. 나는 아직 젊고 성과를 내고 있기에 아니라는 생각이 잠재되어 있다. 통보와 동시에 암담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가족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 온갖 생각이 다 든다고 한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내가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나가라고 한 회사에 대한 서운함과 나아가 분노가 일어난다. 주변의 눈이 부담스럽다. 말없이 책상을 정리하고 일찍 회사를 나온다.

임원들은 팀장들이 부럽다고 한다. 법적 정년이 보장되어 있고, 조직장이기 때문에 직책에서 오는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임원 특히 CEO라면 회사와 일이 전부다. 개인의 이기를 챙긴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오로지 성과를 더 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수고했다며 이제는 후배에게 물려줄 시점이라고 하면 당혹스럽다. 떠날 준비를 하지 않은 탓이다. 정년퇴직이거나 내가 퇴직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떠날 날을 알기에 상당 부분 준비를 한다. 자신이 좋아하며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틀을 잡아 놓는다. 그래서 이들은 조금은 아쉽지만 행복하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학생일 때의 목적이 있다면 좋은 직업과 직장을 구하는 것이다. 보다 나은 학교에 입학하여 결국 수도권 또는 해외 대학에 입학하는 이유는 남보다 안정적이고 보상 수준이 높으며 전문성이 있는 직업과 직장 때문이다. 밤을 새워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하고 전공과 시험에 대한 열정을 높인다. 문제는 원하는 직업과 직장을 얻은 이후이다. 목적이 직업과 직장 안에서 이루어진다. 승진하려고 하고 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을 추구한다. 앞만 보고 달리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쉰다. 어느 순간 가정에서도 외면당하고 직업과 직장 내 관계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직장에 들어와서 하나의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전문직이라고 해도 쉽지 않다. 직무순환이라는 이유로 2~3년 단위로 이런저런 직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이 잘하는 직무가 무엇이며 직무의 전문성도 요원하다. 직장을 떠난 후에 대한 대비는 거의 하지 못하고, 순간순간 일처리에도 버겁다. 후배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뒤쫓아오는데, 더 이상 위로 오르는 길은 없다. 회사에서는 앞차가 막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지만, 무시하고 일에 파묻힌다.

학생이 직업과 직장을 얻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듯, 직장생활을 하면서 떠난 후 40년을 이끌고 갈 할 일을 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회사 있을 때 내일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새로운 출발이 더딜 수밖에 없다. 이들은 그동안 최선을 다해 일했으니 1년 정도 여행하며 쉬고 준비한다고 한다. 이런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있는 순간, 언젠가 떠날 날을 기억하고 목표를 세우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하는 일에서는 남들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 준비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는 학생이 좋은 직업과 직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직장에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퇴직 후 만족할 만한 새로운 일을 갖기는 쉽지 않다.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

퇴직 후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뽑으라 하면 실력이다. 지금 있는 곳에서 최소한 4가지를 갖추고 있을 때 실력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의 선택이다. 가장 바람직한 일은 직장에서 배우고 실행한 직무의 연장이다. 해왔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힘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그 직무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자료의 정리이다. 워드 형식의 정리되지 않은 자료, 머리 속에 있는 지식이나 경험이 아니다. 파워포인트로 언제든지 강의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정리되어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자료의 수준과 내용은 타인에게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참신성 있고 의미 있어야 한다.

셋째, 자신의 지식을 사려는 네트워크의 구축과 활용이다. 아무리 좋은 높은 수준의 자료를 갖고 있어도 찾는 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자신이 구축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불러주는 네트워크를 회사 다닐 때부터 구축해야 한다.

넷째, 발표, 설득 능력이다. 전문가 중에는 대화가 안되는 사람이 있다. 발표나 강의, 설명이나 제안하는 사람이 더듬거리거나 논리가 없이 횡설수설한다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어떠한 주제와 자료를 주더라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여 공감을 이루도록 소통하는 역량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이러한 새 출발하는 직무의 자료, 네트워크, 설득능력이 바로 실력이다. 이 실력이 있으면 퇴직이 갑자기 통보되어도 서운하거나 분노를 느끼는 정도는 낮을 것이다. 준비되었기에 당황스럽기 보다는 올 날이 왔다 생각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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