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이 늦었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단 부족하나마 아는대로 답변을 드립니다.-





항아에 대한 전설은 그저 이곳저곳 고전에 산재되어 있습니다. 앞글에 실려있던 출전외에, 저는 아래의 자료들을 알고 있습니다.




예羿가 서왕모에게 청하여 불사의 약을 구하였다. 항아가 이를 몰래 훔쳐서 달나라로 도망갔다. 예는 너무 상심하고 슬퍼하였으나, 다시 불사약을 얻을 방법이 없었다. 왜냐면 불사약을 만드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회남자󰡕 「남명훈覽冥訓」, 譬若羿請不死之藥於西王母,姮娥竊以奔月,悵然有喪,無以續之。何則?不知不死之藥所由生也.)




항아는 예의 아내였다.예가 서왕모에게서 불사약을 청해서 얻자, 항아는 이를 훔쳐가지고 달속으로 도망갔다. 달로 도망가려 할 때 유황에게 점을 쳐달라고 하였다. 유황이 점을 쳐보고는 ‘길하다. 부지런히 돌아감에 홀로 서쪽으로 가니, 그믐이 되어도 놀라지 말고 두려워 말라. 후에 커지리라.’고 하였다. 항아가 달속에 몸을 의지하였는데, 두꺼비가 되었다. (晉 干寶, 󰡔搜神記󰡕 : 羿請不死之藥於西王母 嫦娥竊之以奔月 將往枚筮之於有黄 有黄占之曰吉 翩翩歸妹 獨將西行 逢天晦芒 毋恐毋驚 後且大昌. 嫦娥遂託身於月 是為蟾蠩. 󰡔全上古三代秦漢三國六朝文󰡕 「영헌靈憲」)




아래의 책에도 항아에 대한 기록이 단편적으로 등장합니다.

宋 髙似孫, 󰡔緯略󰡕 卷6 : 歸藏經 曰昔嫦娥以不死之藥奔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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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고 있는 항아에 관한 초기 원전들은 대략 이런 정도로서, 위의 기록들을 종합해서 제가 구성한 것입니다. 이뒤에 나온 많은 전적속에는 이들 항아의 전설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항아전설들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릅니다만, 하나의 완전한 원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느 것이 가장 원형에 가까운 것이며 어느 것이 뒤에 나온 변형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시대적으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어떤 것은 좀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떤 것은 단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항아에 관한 전설이 부족하다보니, 항아 설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예와 서왕모라는 존재에 대해 더 연구할 필요가 생깁니다. 그런데 이 두 캐릭터에 대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羿에 대해서는 󰡔회남자󰡕란 도가철학류의 책에 비교적 여러차례 그의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회남자 번역본은 7,80년대에 사상총서 시리즈로 몇군데에서 출판되었는데, 이석명박사의 번역본(사계절, 2004)이 전공자가 번역한 것입니다. 그리고 굴원이 쓴 유명한 {초사}속에도 예에 관한 설화가 나옵니다.

서왕모의 전설에 대해서는 󰡔산해경󰡕이란 신화를 정리한 책에 나옵니다. 이는 정재서 이화여대교수가 번역한 책이 전공교수가 정성들여 번역한 본으로 추천할 만 합니다.




중국의 사상이나 문화나 역사가 매우 흥미롭고 다양하기 때문에, 중국의 신화도 매우 풍부하고 다채로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사상이나 문화는 독보적이며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의외로 신화는 중국의 지방이나 소수민족의 민담 정도일 뿐, 그리스로마신화나 성경의 창세기와 같은 거창하고 체계적인 신화를 갖고 있지도 못하고, 후세에 끼친 영향도 그리 크지 못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주관으로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도 많이 있습니다.)

일단 이 방면에 대해 국내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참고자료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 신화의 기본적인 텍스트는 그리스로마신화처럼 체계적으로 서술된 고전은 없고, 중국 신화학자로서 가장 권위있고 유명한 이가 북경대 원로교수인 袁珂인데, 그가 중국 신화들을 모아 놓은 {중국신화전설}이란 책입니다. 이 책이 중국 신화를 연구하는데에 아마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 방면의 권위자인 연세대 전인초교수에 의해 두권으로 번역되어 민음사에서 출간되어있습니다. 이 책에는 항아와 예의 신화를 집대성해서 정리해놓았으니,. 이 책을 보시면 가장 많은 내용들을 편하게 볼 수있습니다.

또 박미라박사의 󰡔중국종교문화󰡕(길, 2000)란 책도 전문종교학박사가 번역한 중국의 종교정신과 신화 방면의 이해를 높이는데 아주 유효한 내용을 갖고 잇습니다. 이외에 전인초 정재서 교수등이 강의한 중국신화의 이해란 비디오테잎 자료도 있고, 책도 출판되어 있습니다.

명도님도 주역공부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고 하셨습니다만, 항아는 주역과 연관시켜 본다면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선 달이란 아주 중요한 음양사상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잘알다시피 해와 더불어 음과 양의 대표이기도하고요, 뿐만 아니라 두이미라고 하는 중국학자는 음효양효로 구성된 주역의 괘가 달의 차고 기우는 모습을 본 뜬 것으로 月神종교의 흔적이란 특이한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주역의 본문중에서는 여성이 시집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귀매괘와 관련시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원시모계사회에서 남성중심사회로의 변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모티브가 들어있다고 있다고 봅니다.

본격적으로 항아를 연구하려면 전공자의 연구논문을 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까지 되면 전문가 수준에 육박하게 될텐데요. 다 소개할 수는 없고요.연세대중문과에서 나온 중국신화의 女神이란 박사논문도 있고, 제가 쓴 道敎의 페미니즘적 性格 – 道敎 神話와 煉丹術에서의 女性의 意味를 중심으로- 란 논문도 있습니다. 그 이상은 이제 한문 고전이나 중국어로 된 자료들을 보셔야합니다. 이 정도라면 완전한 전문가라고 해야겠지요.

중국신화는 계륵과 같습니다. 먹을 것이 풍부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못하고 또 버리기도 아까운 것이 중국신화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단편적인 신화들을 종합해서 해석할 수 있는 안목과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달속에 든 항아를 우리가 어떻게 보는가 하는 문제이겠지요.




선약을 훔쳐야했던 슬픈 항아여 嫦娥應悔偸靈藥

푸른 하늘 한구석 밤마다 우는 마음이여! 碧海靑天夜夜心

-당 李商隱
항아에 관한 보충 자료(명도님의 글에 대한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