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의 블록체인 알쓸신잡] 블록체인과 '보라빛 소'
2003년 인터넷 초기 시절, ‘퍼플카우’라는 산뜻한 용어로 일약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 반열에 오른 Yahoo의 마케팅 부사장을 역임한 ‘세스고딘’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CEO를 역임한 선각자다.

그는 온라인 마케팅 기업 ‘요요다인’을 설립하여 온라인 다이렉트 마케팅 기법을 창안하여 널리 보급한 선구자로써, 수백 개 기업을 멘토링하면서, 야후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스퀴두 CEO로도 활약한 대단한 사람이다.

그는 30여 년에 이르는 기간동안 글로벌 마케팅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과거 기업 중심의 마케팅에서 고객 중심의 마케팅으로 마케팅의 개념을 바꿔낸 위대한 공로로 2018년 미국마케팅협회(AMA)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기도 하였다.

고딘은 지난 2003년 발간된 그의 저서 ‘보라빛 소가 온다’를 통해 대규모 광고와 매쓰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던 전통적인 광고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대규모 광고 비용을 차라리 ‘얼리어답터’에게 쏟아 붓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고딘이 ‘보라빛 소’를 앞세워 타깃 마케팅을 주장한지 16년이 지난 오늘날,

전 세계 온라인 경제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텐센트 등 초 거대 IT 공룡들이 최소한 몇 억명 이상의 유저를 기반으로 시장을 휩쓸고 있으며 이제는 이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온라인 광고 시장에 접근조차 하기 여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의 태동, 그리고 비트코인으로부터 시작된 블록체인 광풍은 수많은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하며 거대한 버블을 만들어 냈다.

블록체인은 등장 초기에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새로운 혁신을 이끌 기대주로 떠오르면서 기존 인터넷 시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Web3.0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흐름으로 추앙 받았으나 예상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이런 와중에 블록체인 버블의 생성 초창기에 뛰어 들었던 스타트업들은 ICO라는 희대의 자금 조달 수단을 통해 최소 수백억원대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화려하게 주목을 받았으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이더리움은 물론 대다수의 알트코인들까지 지금 이 시점까지도 제대로 된 상용 서비스 하나 성공적으로 상용화시키지 못한 것도 뼈아픈 현실이다.

결국 2년 넘게 이어진 개발 지연과 ICO를 둘러싼 다단계 조직의 민낯, 그리고 ICO 기업을 둘러싼 온갖 추문은 대다수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뒤 늦게 출발한 스타트업들은 사업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모으기 전에 버블이 꺼지고 ICO 시장이 사라졌으며, 그나마 어렵사리 상장한 토큰들의 가격 폭락과 시장 축소는 상장 토큰의 거래 실종으로 이어져 죽어버린 생태계가 되었다.

당연히 이들 스타트업 역시 투자자들에게 인정 받을만한 차별화된 개발 성과, 또는 상용 서비스의 출시를 보여주지 못하였으며, 매출 실적도 받쳐주지 못해 결국 자금 조달이 끊겨 이제는 사업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해 있는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이렇게 생사 기로에 서있는 스타트업 CEO들은 기업을 살려내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CEO들은 고객숫자가 기업가치라는 고정 관념에 대 규모 고객 확보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온갖 마케팅 방법을 동원하고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를 동시에 집행하면서 다양한 토큰 보상 이벤트까지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해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기업도 거의 없다)

당연히 출혈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로운 제품에, 새로운 서비스에, 또한 약간의 보상에 몸이 달아있는 사용자들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지금 이대로도 행복하다.

자기가 편한 하나의 서비스에 착 달라붙어 자신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찾을 마음도 없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은 더더욱 귀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반 사용자들을 대거 유입해 보겠다고 남아있는 실탄을 비싼 마케팅 비용으로 투입하여 대량 광고나 이벤트를 시도하는 것은 망하는 시기를 앞 당기는 역할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최후의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CEO라면,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남은 실탄을 쏟아 부어야 하는 대상은 소수의 기존 충성 고객을 포함한 이른바 ‘얼리어답터’들이라고 본다.

변화를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다니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좋은 서비스와 좋은 상품을 남보다 먼저 발견하고 사용하게 될때,

자발적으로 적극 홍보를 마다하지 않는 ‘얼리어답터’들이야 말로 스타트업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CEO들이 할일은 ‘얼리어답터’들에게 우리 제품이 투자자나 사용자들에게 ‘보라빛 소’와 같이 보이려면,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하는지?

어떤 기능이 추가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비스 하는 것이 좋은지?등을 수시로 묻고 적극 반영하고 서비스하여, ‘얼리어답터’들을 만족시킨다면,

그들은 스스로 광팬, 전도사, 적극적 아군이 되어 자발적으로 사용자 확대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얼리어답터’를 활용하는 방법은 위기에 봉착한 스타트업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절대 조건을 넘어 성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세스 고딘’의 조언은 아직도 유효하다 !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