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agile)은 2019년도 조직문화와 관련되어 회자된 용어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변화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기업의 몸부림을 느낄 수 있다. 그 만큼 최근 기업에서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애자일’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민하고 민첩한 조직을 의미한다.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피라미드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다. 애자일 조직은 조직형태, 권한, 리더십 등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조직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제품개발부, 인사부, 경영전략부 등 업무별로 부서단위가 구분된 것이 기존 조직형태이다. 권한도 상층부에 집중되어 있다. 리더십도 과거 패턴에 연연하는 경향이 짙다. ‘애자일’은 프로젝트에 따라 팀이 결성되고 해체되는 융합조직이다. 부서간 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조직의 필요에 따라 팀 구성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더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던 권한도 팀원 각자의 역할에 맡게 하부위임되어 신속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HR협회] 애자일(agile)조직과 카멜레온 리더십
애자일 조직문화가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은 계속기업(going concern)을 추구한다. 생존하기 위함이다. 3차 산업혁명시대까지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였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불확실성도 크고 속도 또한 너무 빨라 변화를 가늠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두렵기까지 하다. SK그룹 최태원회장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딥 체인지를 주문하였다. ‘굴뚝 기업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각오로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강조하였다. 기존 자원 다 없애는 정도로 혁신해달라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물적자산이 없는 기업의 ‘하청업체’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이만큼 무서운 시대가 되었다. 종전과 같이 정기적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필요하면 수시로 바뀌어야 한다. 무거움보다는 가벼움이 잘 맞는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 순위 10안에 제조업보다는 물적자산이 없는 공유기업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을 잘 대변하고 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는 고전에 등장할 법한 고리타분한 용어가 되었다. 기민하고 민첩한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애자일’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이다.

카멜레온도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카멜레온은 변신의 귀재이다. 먹이 사냥과 생존을 위해 빛의 강약과 온도, 감정의 변화 등에 따라 온 몸의 색깔을 바꾸는 동물이다. 인간사에서는 부정적 표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앞뒤가 다르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 앞에서는 비굴하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비판적 시각이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동물의 왕국에서의 카멜레온은 비굴하지도 약삭빠르지도 않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1차 목표는 생존이다. 밀림의 법칙은 약육강식이다. 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유사색으로 변신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애자일’ 조직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리더십은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

리더의 세계도 밀림과 유사하다.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리더십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리더십하면 가장 많이 알려진 카리스마에서 부터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진정성(authentic)리더십까지 여러 형태가 생성과 소멸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모든 행위에는 주된 것이 있으면 보조적 역할이 있다. 영화에서 주연과 조연이 있듯이 말이다. 두 역할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야 작품의 고유한 맛이 잘 전달되듯이 리더십 또한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발휘되어야 그 위력이 나타나게 된다.

리더십은 설득의 기술이다. 설득은 신뢰를 기반으로 켜켜이 쌓여 간다. 후광효과도 리더십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카리스마 리더십은 근대화와 함께 각광을 받았다. 어원은 ‘신의 은총’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특별한 능력이나 자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별적 관점이 강하다. 카리스마 리더십은 추종자들의 열망을 이해하고 그 열망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 카리스마 리더십은 그 무엇보다도 리더와 추종자 상호간에 ‘공감’이 두터워야 성공할 수 있다. ‘공감’은 지배와 복종관계이다. 수직적 관계의 대명사로 카리스마 리더십은 자리매김한다. 위급 상황일 때 종종 필요성과 역할론이 인정받기도 한다.

진정성(authentic) 리더십은 리더의 ‘솔선수범’을 전제로 한다. 수평적 리더십이다. 투명하게 운영함을 원칙으로 한다. 가식 없는 관계 형성은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공정’과 뜻을 같이 한다. 2001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며 일하기 좋은 100대 회사로 선정되었던 엔론(Enron) 회계부정 사건이 진정성 리더십을 불러냈다. 그 영향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고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리더십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리더십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객체가 아니다. 정답을 맞출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상황에 따라 더 ‘적합’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보여 준 카리스마 리더십이 좋은 사례일 수도 있다. 그 위급한 상황에서 이순신장군이 우유부단하였거나 부하들의 중지를 모은다고 때를 놓쳤다면 조선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애자일 조직은 ‘유연성’이 생명이다. 유연함에 어떤 리더십이 주연이 되어야 하는지와 조연은 무엇으로 채택할 것인지 잘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카멜레온 처럼 상황에 맞게 리더십이 발휘될 때 조직은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리더십은 조직문화와 잘 맞을 때 그 위력이 배가(倍加) 된다는 점도 명심할 부분이다.



박창동 HRD박사(KDB산업은행 전문위원/한국HR협회 칼럼니스트)
[한국HR협회] 애자일(agile)조직과 카멜레온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