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하기 힘든 대상이 있다. 교육을 진행하는데 부담을 느끼게 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공개적으로 또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불편하지만 강의를 하기 힘든 대상은,

– 어려서부터 워낙 공부를 많이 하셔서 더 이상의 학습이 필요하지 않은 분,
– 안정적인 직장에서 정년이 보장된 분,
– 다른 조직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굳이 힘들게 강의를 듣거나 단체로 모여 학습하는데 대해 적극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분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필자는 그런 집단 내에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는 걸 발견하고 놀랐다.



지난 해와 올해, 왕십리의 H대학교, 성수동의 K대학교, 상봉동의 I대학 등 몇 곳의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수 워크숍에 다녀왔다. 연구와 강의, 학회 세미나 등으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시간을 내어 강의하는 법을 배우는 교수님들을 만났다. 대학교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1박 2일 또는 2박 3일 간의 일정으로, 강의 잘하는 전문 강사들을 초빙하여 교수들에게 강의기법을 가르쳐 주는 세미나와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는 영어를 강의하시는 교수님께서 영어 강의하는 동영상을 보내오셨다. 자신의 강의 모습과 내용을 보고 정확한 피드백(Feedback)을 해 달라는 거였다.


대학생들에게 수 년간 강의를 해 오신 교수님들이 직접 다른 사람들의 강의를 듣고 반성을 하시고, 또 자신들의 강의 방식을 수정해 가며 발표를 하신 후 평가를 받는다. 돌아가면서 강의를 시연해 보이는 교수님들의 참여 의식과 태도 또한 남달리 강했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색다른 강의 교안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다른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노트정리를 하고, 동료 교수가 하는 강의를 평가하고 발표하면서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고매한 학식과 훌륭한 인품을 바탕으로 강의까지 잘 하시는 교수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강의를 잘 하는 교수의 과목들은 공부에 대한 흥미도 강해지고 성적도 좋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아는 게 많아도 잘 가르칠 줄 모르거나 강의 기법이 서툴면 그 시간 강의는 듣는 게 힘들다 못해 고역이기도 하다.


강의를 잘 해서 학생들의 관심과 학습에 대한 욕구를 이끌어내고, 훌륭한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강의를 잘 한다는 것은 단지 유창한 말솜씨나 재미있는 유머로 공부하는 시간을 흥미롭게 만드는 게 아니다. 사뭇 진지하고 묵직한 강의라 해도 인간의 지적 탐구심과 호기심을 자극하여 영혼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내면의 욕망을 이끌어 낸다면 이보다 더 좋은 강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Teaching)”이 아니라, “교육(Education)”은 라틴어 “Educo(이끌어 내다, 영어: educe)”로부터 왔다고 한다. 즉, 교육자는 학생들로 하여금, 보다 깊이 있고 의미 있는 학문의 가치를 이해하고 끊임없이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 줄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되는 대로, 늘 해오던 방식대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시키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강의 방식과 교육의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학습법을 개발하시고, 다른 사람들의 강의를 들으며 개선의 노력을 하시는 교수님들을 뵈니 존경의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강의 잘 하는 법을 가르쳐 드리러 갔다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온 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의 순간이었다.


“강의하는 방법을 배우시는 교수님, 정말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