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사랑이란 영원히 빛나는 왕관(Splendored thing)!
< 프롤로그>
과거와 현대의 사랑은 어떻게 다를까를 과거의 3대 로맨틱 영화인 <애수/Waterloo Bridge, 1940>, <모정>,<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에서 살펴보면, 공히 깊이 사랑하게 되지만 전쟁이나 죽음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안타깝게 이별하는 과정에서 연인들의 순수하고도 애틋함을 엿볼 수 있다. 현대의 사랑은 너무나도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며 심지어 데이트 폭력 같은 사건까지 과거의 사랑과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사랑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겠지만, 지고지순했던 과거의 사랑 방식을 반추해보면서 사랑하면서도 고독한 현대인의 공허함을 치유할 방법을 찾아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사랑이란 영원히 빛나는 왕관(Splendored thing)!
< 영화 줄거리 요약>
영화<모정(慕情)/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1955>에서 1949년의 홍콩은 공산화가 되기 전 내전으로 얼룩진 중국 본토로부터 쏟아져 들어온 많은 피난민이 머무는 집합 장소였다. 여기에 민족의 육체적 고통을 어루만지고 그들의 분노를 함께 하기 위해 중국군 장교의 사랑스럽고 젊은 미망인인 닥터 ‘한 수인(제니퍼 존스 분)’이 있었다. 의사라는 직업에 최선을 다하던 수인은 어느 날 미국 특파원인 ‘마크 엘리엇(윌리엄 홀든 분)’을 만나게 된다. 수인은 마크의 초대를 거절하지만 몇 번의 만남에서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내와의 불행한 결혼으로 오랫동안 별거 중이었던 마크는 수인에게 끌리게 된다. 그러나 일에 심취해 있던 수인은 이 사랑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둘은 잠시도 헤어져 있는 게 힘들어지자 곧 자신들의 사랑이 아주 확고한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렇게 마크는 수인의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 잡게 된다. 어느 날 수인의 가족에게 문제가 생겨, 갑자기 중국의 중경 본가로 가게 된다. 본가로 가기전 수인은 유라시안으로서의 그녀의 자존심 때문에 외국인의 부인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하며 그를 돌려보낸다. 하지만 수인을 잃는다는 생각에 마크는 그녀의 가족이 있는 중경으로 수인을 만나러 가고, 극적으로 수인과의 결혼을 허락받는다.

홍콩으로 돌아온 마크는 아내의 이혼 동의를 구하러 싱가포르로 가지만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둘의 사랑에 변함이 없음을 확신한 수인은 마크가 마카오로 취재차 가게 되자 그를 만나러 병원장 허가도 없이 휴가를 떠난다. 마카오에서의 꿈같은 시간은 수인과 마크를 행복감에 젖게 하지만, 행복도 잠시였다. 한국의 6.25 전쟁으로 인해 마크는 전선의 종군기자로 발령받게 되고 수인은 병원으로 돌아가나 그녀가 해고됐음을 알게 된다. 수인은 병원장의 혼혈인에 대한 편견에 의한 해고로 심한 상처를 받게 되어 친구의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마크의 헌신적인 편지로 큰 위안을 받게 된다.

두 사람이 함께할 때 소중하게 간직해 두었던 기쁨은 두 사람이 헤어져 있는 동안 훨씬 더 절실한 소중함으로 성숙한다. 수인이 마크가 보낸 편지를 읽고 있을 때 그녀의 친구가 마크의 전사 소식을 알려준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믿을 수 없었던 수인은 집에서 뛰쳐나와 둘이서 함께 추억을 만들었던 바람 부는 언덕으로 달려가 흐느낀다. 이곳은 수인을 깊은 슬픔에서 건져 주었던 마크와의 추억의 장소이다. 수인은 마크와 나누었던 ‘찬란한 사랑’이 죽음으로도 그들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사랑이란 영원히 빛나는 왕관(Splendored thing)!
< 관전 포인트>
A. 극 중  ‘한수인’은 어떤  인물이었나?
유라시아계(중국 아버지와 영국 어머니 사이의 혼혈)의 여성이다. 그녀는 공산군에 총살당한  장개석군대의 장군 출신 남편을 둔 미망인이며 의사 역으로 나온다. 한수인 역의 ‘제니퍼 존스’는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전쟁의 비참함 속에서 ‘록 허드슨’과 순수한 사랑을 만들어 가는 역으로 크게 감명을 주기도 하였다.

B. 한수인의 시댁에서 재혼을 반대한 이유는?
중국 명문가인 한수인의 삼촌 집에서는 미국인 기자와 결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한수인과 마크의 진정성 있는 설득으로 결국 재혼을 허락하고 풍습에 따라 자신들이 분신처럼 지닌 패물(옥)을 하나씩 선물하면서 재혼을 축하해주게 된다.

C. 마크의 전사는?
종군기자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마크는 매일 자신의 연인인 한수인에게 편지를 쓴다. 그날도 편지를 쓰던 중 공산군의 폭격으로 전사하게 되고, 이를 전해 들은 한수인은 자신들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바람 부는 언덕”으로 하염없이 달려가, 마크를 그리워한다. 그때 날아온 신비한 호랑나비는 한수인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전해주는 듯하다.

D. 이 영화의 촬영 장소는?
제작사 20세기폭스사와 감독 ‘헨리 킹은 ”1955년 1월부터 3월까지 홍콩에서
올로케 된 영화로 개봉은 8월 18일 미국에서 개봉된다. 지금도 두 연인이 수영하던 ‘리펄스 베이(Repulse Bay)’와 ‘빅토리아 언덕’ 등은 영화의 명성 덕에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3개 부문(주제가상, 음악상, 의상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E. 아카데미 의상 디자인상을 받은 차이나 의상은?
주인공 제니퍼 존스는 ‘찰스 르메이어’가 디자인한 중국 옷 14벌을 홍콩으로 갖고 와서 영화 속에서 22번이나 갈아입었으며 촬영이 끝난 시점에서도 미국에 돌아와 평상복으로 즐겨 착용할 만큼 좋아했다고 한다.

F. 영화 속 여의사는 실제 인물인가?
실제 주인공 한수인은 벨기에에서 신식 기술을 익힌 중국인 아버지와 벨기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첫 남편은 국공내전에서 죽고 홍콩에서 의사로 지낼 때 호주 출신의 특파원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연인이 한국전 취재를 떠나 전사하게 된다. 한수인은 대약진 운동과 문화혁명 당시 중국에 드나들며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와 친하게 지냈고 중국공산당 정책에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한 입지전적인 여인이었다.

G. 영화의 주제곡으로 많은 사람의 가슴에 남아있는 음악은?
영화에는 20세기 폭스사의 합창단이 노래하여 두 연인의 슬픈 사랑의 여운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나중에는 포에이스, 앤디 윌리엄스가 노래한<Love is many splendored thing:폴 웹스터와 세미 페인 작곡>은 한 편의 사랑의 시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Love is many splendored thing(사랑은 찬란한 것):Love is many splendored thing, It’s the April rose that only grows in the early Spring/ Love is nature’s way of giving a reason to be living, The golden crown that makes a man a king/Once on a high and windy hill, In the morning mist Two lovers kissed and the world stood still/ Then your fingers touched my silent heart and taught it how to sing, Yes, true love’s a many splendored thing: 사랑은 찬란한 것, 이른 봄 4월에 피는 장미입니다. 사랑은 주는 것이 자연스럽고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모든 남자를 왕으로 만들어주는 왕관입니다. 어느 바람 부는 높은 언덕에서 안개 자욱한 아침에 두 연인이 키스하면 세상은 움직임을 멈춰 버립니다. 당신의 손가락이 나의 조용한 가슴을 건드려 노래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래요 진정한 사랑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사랑이란 영원히 빛나는 왕관(Splendored thing)!
< 에필로그>
영화에 나오는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이 옛날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던 것은 두 사람 모두 사별과 이혼이라는 아픔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용기를 내어 어려운 과정을 거쳐 행복의 길로 접어들 순간, 전쟁이라는 비극적 현실로 영원한 이별을 겪게 된다. 하지만 짧지만, 진정으로 사랑했던 두 사람의 영혼은 후회 없는 행복한 시간을 공유했기에, 그 기억만으로도 영원히 사랑을 간직할 수 있게 된다. 고전 러브 스토리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들은“레트로 (복고를 새롭게 해석하는 경향)”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의 순수함과 소중함을 소환해 성숙한 사랑을 키워나가길 기대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