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키스탄 출장에서 개도국 공공부문 인력과 일을 많이 해 본 국내 전력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해당 분야에서 그 분이 경험한 바에 따르면 개도국 기관도 리더는 식견과 능력이 뛰어난데, 실무진으로 갈수록 능력치가 떨어져 좋은 전략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똑같이 느꼈던 터라 더 크게 공감이 되었다.

사실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에서 인도네시아의 인적자원은 질과 양의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자바섬만 해도 남한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1억 5천만이 넘는 인구가 들어차 있다. 요즘 한국과 대만 신발 OEM 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부 자바 즈빠라(Jepara)군은 인구가 1백 20만명이다. 인접 군까지 합하면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에 약 2백만명이 산다. 그러니 2~3만명을 고용하는 공장이 두세개씩 나란히 들어설 수가 있는 것이다.

교육수준도 준수하다. 대부분이 중학교 이상 과정을 이수하였다. 높은 수준의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은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충분한 교육수준이다. 최근 자카르타 인근의 고임금을 피해 중부 자바 쪽으로 진출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근로자를 구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줄을 선다. 훈련을 거쳐 투입하여 어느 정도 수율을 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해도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섬유나 신발, 전자 같은 노동집약산업 기업들이 입주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세계 어느 곳에 양질의 인력을 이렇게 충분히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인도네시아가 내세울 것이 풍부한 저임 노동력뿐인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엘리트 관료, 기업인, 전문인들도 있다. 공공부문이건 민간부문이건 간에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리더들을 보면 탁월한 역량과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인도네시아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동료로 또는 상대방으로 만난 이들 중에서도 깜짝 놀랄 만큼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인적자원 구성의 문제는 허리에 있다.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거나 중견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역량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인도네시아가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자원이나 노동집약적 산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지식기반 경제, 경제 4.0 체제로 이행이 필요한데 지금의 교육시스템과 인적자원의 질이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7월 22일 열린 인도네시아 개발포럼에서 개발기획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인적자원의 경쟁력 수준이 130개국 중 65위에 그친다며 인적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이는 말레이시아(33위), 태국(40위), 필리핀(50위), 베트남(64위) 등 다른 아세안 국가들의 인적자원 경쟁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순위이다. UNDP에서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 등은 매년 개선되고 있고, 직업훈련 등 정부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긴 하다. 그래도 여러 조사결과를 볼 때 인적자원의 전반적 역량은 여전히 아세안 역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뒤쳐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문해력 부족과 지식 축적/공유 문화가 일상화 되지 않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UNESCO 등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문맹률은 5% 미만이며, 특히 15-24세 인구 문맹률은 0.2~0.3% 수준으로 문맹은 거의 퇴치단계이다. 하지만 글을 읽을 수 있다 뿐이지 책이나 문서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역량에는 부족함이 보인다. 2015년 OECD에서 세계 여러나라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과 읽기, 수학 능력을 측정한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70개국 중 62위를 기록하였다. 2016년 미국 중부 코네티컷 대학교에서 도서관, 신문읽기, 교육, 컴퓨터 활용도 등을 통해 문해력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인도네시아는 조사대상 61개국 중 60위를 기록하였다. 조사의 주체와 방법, 대상은 다를지언정 성인이건 학생이건 인도네시아인들이 잘 읽지 못하고, 잘 읽지 않고, 읽으려 하지 않는다는 자료들은 많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잘 읽지 않는다. 이 점은 서점에 가면 잘 드러난다. 자카르타 시내 대형몰에 입점한 가장 큰 서점들을 여러 군데 가 보아도 구비하고 있는 도서의 권수와 종류, 다양성이 우리나라 서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비닐포장을 해 두어서 표지만 보고 책을 구입할 때가 많은데, 제목이나 주제가 맘에 들어 책을 구입하여도 내용이 너무 부실해서 실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제본상태나 편집도 조악할 때가 많다.

출판 관련 유통업을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그래서 좋은 책이 안 나오고, 그래서 책을 더 읽지 않는 악순환 현상이 인도네시아 독서와 출판 현황을 설명해 준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어로 된 책뿐이 아니다. 좋은 외서가 있으면 번역을 해야 하는데 타산이 안 맞다 보니 번역을 못하고 그냥 외서를 들여와서 판매한다. 가격은 당연히 비싸다. 그러다 보니 외국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만 그런 책을 읽고 유용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저임 노동집약 제조업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충분히 그리고 훌륭하게 제공해 왔다. 지금은 산업구조 이행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구조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튼튼한 허리가 받쳐줘야 하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노동집약 제조업이 아닌 업종에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들은 사람은 많은데 막상 쓸 사람은 부족한 풍요 속의 빈곤을 경험하기 쉽다. 조직 내에서 더 많이 읽고, 지식을 축적하고, 그렇게 축적한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를 뿌리내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 위 내용은 필자 소속기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양동철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crosus@koreaexi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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