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여 년 전, 필자가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훈련소에서 기술교육을 받고 있을 때 가장 많이 듣던 소리는 “미친 놈, 지랄 하고 있네.”였다. 1년간의 직업훈련을 마치고 공장에 배치되어 자동차 부속품을 만들며 선반 밀링과 같은 정밀가공 기계 운용은 물론, 금형과 용접을 배우면서 일을 할 때는, 자주 듣던 욕지거리가 더 많이 있었지만, 차마 여기에 글로 표현하기가 불편하다.

그때 당시에 가장 큰 목표는 대학을 가 보는 거였다. 어디든지 좋으니 일단 입학 자격증을 얻어서 나를 괴롭히는 몇몇 사람에게 보여 주는 게 최대의 목표였다. 요즘과 같은 현대식 자동화 시스템이 없이, 거의 날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공장에서, 가끔 거친 사람들이 사고를 치기도 하는 생산 현장에서 밤늦도록 일을 하며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정말 미친 짓이고 망상에 불과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하루 10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 야간 학원을 다니면서, 주말마다 특근과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정규대학을 들어 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금융회사에 입사하여 야간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또 십여 년이 지난 후, 대학과 기업체에 강의를 하면서 글을 쓰고 책을 쓰고, 번역을 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어머니와 스페인계 아버지 사이에서 프랑스에서 태어나 싱가포르, 홍콩, 아르헨티나에서 자랐으며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파리에서 5년 동안 일을 한 젊은이의 갈등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 배경을 분석한 사례를 보여 주는 글이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자란 아버지와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자라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일을 한 젊은이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어떻게 글로벌 인재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 있다. 17세가 되기도 전에 5개국에 살면서 5개 국어를 배운 그녀는 남편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최고의 CEO가 되었는지를 전해주면서, 글로벌 인재들이 겪는 갈등과 충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창의력의 발휘 등에 관해 설명해 주는 책이 나왔다.

최근에 필자인 내가 번역을 해서 세상에 내놓은 책 “글로벌 코스모폴리탄(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린다 브림 교수 著, 홍석기 譯)” 에는 이와 같은 사람들의 여러 가지 사례와 심리적인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고향을 묻고, 나이를 따지며, 전공에 갇혀 미래를 한정시키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에, 과연 다문화 시대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지혜는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은가? 묻고 싶다.

5천만도 되지 않은 한국사람끼리 혈연과 지연, 학연으로 뭉쳐저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를 일삼는 전통은 언제나 사라질 수 있을지를 걱정하면서 그 책을 번역하기로 했다. 전공의 한계를 뛰어 넘고, 국적과 고향을 묻지 않으며, 직업의 단절과 인간관계의 변곡점(turning point)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 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우리는 보다 나은 경쟁력과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몇 가지 명심해야 할 기준을 제시할 때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성과 유연한 사고력을 갖추며,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적응력이 필요할 때이다. 이는 말과 글로 이루어지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당장의 소득과 수입을 결정 짓는 핵심 역량(Core competencies)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논리와 이성의 개념적인 이해와 학습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할 때이다. 자기 스스로를 격려하고 자신을 존중하며, 새로운 도전을 일상적인 습관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