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美學, Aesthetics)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

자연과 인간, 미술과 음악, 소리와 생김새 등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찾으려는 인간의 욕구와 의지를 바탕으로 아름다움, 미적 체험, 미의 창조,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교육법칙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고대 철학자와 미술가는 물론 현대 사회의 작가와 음악가, 건축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는 아름다움이 있을 수 없을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修辭學, Rhetoric)도 “거짓이 진실처럼 왜곡되지 않도록, 진실이 거짓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정확한 사실과 의지를 올바르게 전해야 하기 위해 말과 글을 정교하게 가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사소통의 미학을 설명한다. 새 봄에 돋아나는 새싹의 아름다움도 미학이요, 반갑게 맞아 주는 어르신네의 주름진 얼굴도 아름다움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선거 유세장에서 대중을 설득하고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미학이라고 볼 수 있겠다.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을 발견하여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고 감탄할 때 이 또한 미학이 아니라고 누가 주장할 수 있겠는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으로서 국민들은 이런 정치가를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것이다. 사실과 현실이 아니더라도 희망과 기대를 넘어선 감동과 전율로 가슴을 울렁이게 해 주는 지도자의 말을 들어 보고 싶다. 너무나 진실해서 오히려 의심하고 싶은 정책을 지지하고 싶다. 100년도 되지 않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원래 그러려니 생각했다가, 전혀 뜻밖의 봉변을 당한 듯이, 지도자의 아름다운 말씀을 듣고 싶고 진솔한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험담 빼고, 전 정권에 대한 비판 빼고, 장밋빛 미래가 아닌, 아주 현실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진실과 정의의 소리를 듣고 싶다. 북한의 불확실한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를 비극을 막기 위한 전반적인 대책, 전 세계적인 경제 불안과 유가 폭등에 대한 전략, 한반도를 위협하는 4대 강국의 침략 야욕에 대한 국가적인 대응방안,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에서부터 각 지역별로 재정난에 빠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세금 절약과 긴축 재정 운영 방안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요구하는 사안은 무한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중대한 사안들은 모두 감추어 둔 채, 해결하지도 못할 예민한 과거에 집착하면서 국민들은 지연 학연 혈연으로 갈라 놓고 찢어 놓는 행태가 60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슬픈 일이다. 평소에 행복과 만족을 느끼려 하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이 나라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게 슬퍼진다.


갑자기 변하는 건 쉽지 않다고 하지만, 후세들에게 보여 주고 닮으라고 권하고 싶은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그런 정치와 정치인을 기대할 때도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우뚝 선 분야가 얼마나 많은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산업, 한류 가수와 드라마, 스포츠와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헤아릴 수 없는 모델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어찌하여 유독 정치 분야에서만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가?

궁금할 뿐이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기대를 저버릴 순 없다. 이젠 세상 모든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깊이 있는 검증을 해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다. 끼리끼리 뭉치고, 얄팍한 상술로 시민을 대하는 일은 이제 한계에 달하고 있다. 이루지 못할 정책에 미사여구로 덧칠을 하여 표 한 장만 보태달라는 구걸은 끝날 때가 되었다.

국가 안보를 해치거나 경제적인 안정을 외면하면서 달콤한 설탕을 뿌려주려는 권모술수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도록 국민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감언이설로 속삭이는 거짓이 뼈아픈 충고와 혼동되어서도 안 된다. 보다 깊이 있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국민은 언제든지 돌아설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정당이 문제가 아니고 개개인의 인맥이 중요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분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리에 밝고 정의로움에 목마른 시민들에게 인기를 얻으려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현실적 실천 방안을 세우고 진심으로 우러나는 전략을 갖고 다가가야 할 것이다. 때론 올곧은 소리를 내고 가슴 저린 목소리도 들려주어야 한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리고 국민의 인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땀방울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아름다운 선거와 닮고 싶은 정치는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