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 대학 대학원에 학생 모집이 어렵다고 한다. 평생교육원, 최고경영자과정, AMP 과정, CEO 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놓고 신문 지면에 수시로 광고와 홍보를 하지만, 매 학기 대학원생들을 채우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아우성이다.

  엊그제 경남 마산에 있는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 강의를 하러 갔다. 100여 석 남짓한 강의실 가장자리에 간이 의자까지 갖다 놓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들이 강의를 들으러 오신 거였다. 
 
  이 바쁜 시절에,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에 한가하게 강의나 듣고 있는 분들이 아니었다. 열심히 메모를 해가며 귀를 쫑긋하고 있는 사업가들과 경영자들의 눈에는 광채가 빛나고 있었다. 잘 나가는 분들끼리 잘 나가는 곳에 모여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다.

정말 오셔서 이런 강의를 들어야 할 분들은 이런 데 잘 오지 않는다고 한다.



  몇 년 전, 위암에 걸린 친지 형님이 회사를 그만 두고 쉬면서 골프를 치러 가실 때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은근히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웬걸? 계열회사로 옮겨 3년간 임원으로 근무하시더니 정년이 지나서 퇴직을 하셨다. “이젠 정말 쉬셔야 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하며 당연하게 받아 들이라고, 정년까지 직장생활 했으니 행복한 줄 아시라고 위로해 드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가끔 등산도 다니고 골프도 치러 다니는 걸 보았는데, 1년도 되지 않아 어느 중소기업 부사장으로 다시 취직을 하셨다. 출퇴근은 물론 업무에 필요한 모든 이동은 회사 승용차로 대우를 해 주고 있다. “아니 얼마나 실력이 있길래 저 정도로 대우를 받으며 일을 잘 하고 계실까?” 지금도 궁금하다.


  공대를 나온 또 다른 친지 형님은 60대 중반인데 너무 바쁘시다. 사무실에 직원은 서너 명 뿐이지만, 전국의 공사현장에 수십 명의 기술자들을 내보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게 한다. 대형 건설회사와 손을 잡고 토목공사나 아파트를 짓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다니며 프로젝트를 맡아 하신다.

  가끔은 김밥이나 라면으로 때우는 식사를 하지만, 어디 아프다는 걸 본 적이 없다. 토요일 일요일을 가리지 않고 사무실에 나와 계산기를 두드리고 서류를 뒤적거리신다. “저 열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신촌에 있는 E 대학에는 강사가 되고자 하는 분들을 가르치는 평생교육원 교과 과정이 있다. 최근에 그 과정에 들어 오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못해 경이로움을 느낀다. 별을 몇 개씩 달고 계시던 퇴역 장군, 현재 큰 사업을 하시는 기업가, 대기업에 재직 중이신 임원, 대구 대전에 근무하는 여성 직장인들, 참으로 다양하다.

  이런 분들이 뭐가 아쉽고 뭐가 필요해서 강의하는 법을 배우겠다고 그 멀리, 그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주말마다 오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며칠 전, 정년을 앞둔 공직자 분께서 충북 어느 대학의 교수로 발령 받아 가신다는 전화를 받았다. 인재 육성에 관한 공기업에 근무하시면서 수시로 논문도 쓰시고, 저술활동도 하시고, 박사학위까지 받으시며, 젊은이들과 수시로 만나고 가르치시던 분이 드디어 정년을 앞두고 대학 교수로 가시는 걸 뵈니 존경스럽다 못해 부럽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병이라도 날 것 같은 열정, 나이 들어 외면당할지도 모를 거라는 불안에 대한 편견을 무시해버리는 카리스마, 죽음과는 관계없이 현재 행복하기 위해 부지런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성실성 등이라고 여겨진다.


  100세 시대를 사는 21세기, 실업자 300만 시대를 사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이들에게 한낱 웃기는 가십거리에 불과할 뿐이다. 나이와 전공을 떠나, 경력과 연륜을 떠나 무지막지하게 도전하면서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학습과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만 쳐다 보며 한숨만 짓거나 힘들어 하는 이웃들을 보며 스스로 위로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보지 않은 일을 찾아 나서는 그 분들의 용기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