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다 주의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1. ‘했다 주의’란?
A회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경영회의에 참석하면, CEO의 매주 반복되는 지적이 ‘했다 주의’다. 말로만 했다고 보고하고 실제 점검하면 실천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고 질책한다. 대충 하고는 했다고 하거나 안전 불감증에 걸렸다고 지적한다. 대충 눈으로 판단하고 합격 처리하거나, 정확히 치수를 재야 하지만, 작업자 앞에 줄을 그어 놓고 제품을 대는 형식으로 요령을 피운다며 큰 일이라고 걱정한다. 일에 혼이 들어있지 않으니 불량이 나고 일을 했지만 성과가 없다. 전형적인 했다 주의의 피해라며 경영자들부터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2. 내 일이라면 이렇게 했겠냐?
A회사에서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내 일이라면 이렇게 했겠냐?”이다. 주인 없는 회사라고 대충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는가 보다. 가늘고 길게 근무하고 급여는 꼬박꼬박 나오고 때가 되면 성과급이 성과 차이가 크게 없이 지급된다. 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이 주위의 눈총을 받는다. 이 회사의 생산직은 주어진 시간 이외의 일에 대해 별도 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에 업무 시간이 끝나면 전원 퇴근한다. 하지만, 영업직과 사무직은 특근수당이 없다고 생각한다. 노사 협의로 특근 시간에 관계없이 기본급에 일정 금액 반영되어 있지만, 이것을 특근수당이라고 생각하는 직원은 그리 많지 않다. 퇴근 시간이 되면 하나 둘 퇴근을 한다. 특근 수당도 없는데 늦게까지 일하는 직원이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에 이 직원에 대한 뒷담화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과가 좋을 수가 없다. 경영자 입장에서 일의 양도 중요하지만, 수준도 매우 중요하다. 일의 질이 좋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제품처럼 눈에 확연하게 보이는 품질 수준은 아니지만, 보고서의 틀이나 내용을 보면 정성을 다해 잘 쓴 보고서인가, 영혼없이 마지못해 쓴 보고서인가 알 수 있다. 보고서를 보면, 그 사람의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직무 수준을 알 수 있다. 담당자는 일을 끝냈다고 하지만, 일에 혼이 들어 있지 않거나, 하는 일 없이 배회하는 직원을 보면, 첫마디가 “내 일이라면 이렇게 하겠느냐?”이다.

3. 했다 주의가 없는 회사

‘마이다스아이티’를 다녀왔다. 인사 평가 솔루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취지가 기업의 육성을 강조한 평가 프로세스 설계이다. 평가의 종류, 단계별 평가 뿐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의 평가를 통한 관찰과 면담 피드백을 통해 육성을 가져가겠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이 평가 프로세스별 중점 포인트와 함께 시스템으로 구현되도록 일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개발자들의 눈을 바라본다. ‘해낼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해내겠다는 열정이 가득 찬 살아있는 눈빛’이었다. 2시간 가까이 피드백을 주는데 흔들림이 없다. 하나 하나 기록하며 궁금한 것을 묻는다. 인사에 대한 부족한 지식은 질문하고 배워가며 프로그램을 완성시켜 가고 있었다. 담당자들이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내겠다는 생각이 강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과 내가 프로그램 설계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알려 주면서도 뿌듯함을 느끼기가 얼마만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감동의 시간을 갖게 하였다.

사실 ‘했다 주의’는 경영자의 언행에서부터 비롯된다. 직원들은 경영자의 언행을 보며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경영자가 길고 멀리 보며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강하게 솔선수범하며 실천해 나가면, 실천하는 조직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는다. 하지만, 앞에서는 하라고 하면서 뒤에서 자신은 하지 않거나, 이익 되는 일은 맨 앞에서 취하고, 대충 대충 일하고 심한 경우 자고 있는 경영자를 보면 직원들은 ‘이 또한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더 대충 대충 일한다. 경영자는 직원의 본이 되어야 한다. 경영환경의 극심한 변화를 사전에 읽고 선점하며 악착 같은 실행을 솔선하면서도 조직과 직원의 역량과 성과를 관찰하고 지도하여 성장하게 하는 경영자에게 ‘했다 주의’는 절대 회자되지 않는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