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者, 떠나라!”

“열심히 일하지 않은 자, 떠날 자유가 없다.”라고 바꾸어 본다.

역시 기쁨과 즐거움은 땀 흘린 다음이 훨씬 값지다.

한치도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시대, 휴대전화를 놓고 화장실을 못 가는 디지털문화,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이 불편한 편안함, 일자리를 잃을까 봐 모두가 불안해 하는 현대인.

그런 우리에게 무언가 빠진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일주일 내내 열심히 일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한답시고 주말마다 산으로 들로 나가고 저녁마다 술 한 잔 걸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어 허전해 지는 마음은 어찌해야 좋을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보약 먹고 등산하고, 아침마다 운동하고 저녁마다 헬스클럽 다니지만 두통과 허리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어딘가 훌쩍 떠나 여행을 다녀오면 나아질까 기대하고 돈을 쓰지만 며칠 후엔 더 심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큰 맹점이 있다. 근본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여러 가지 이다. 생리적인 욕구, 안전과 소속의 욕구, 인정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은 욕망도 있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배불리 식사를 하는 것으로 1~2차적인 욕구는 해결되지만, 최고의 욕구로 꼽히는 자기 존중과 자아 실현의 욕구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즉 정신과 영혼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힘들다는 이야기다.    

휴식과 휴가의 계절이다.
산과 바다로, 해외로 섬으로 돌아 다니는 휴가의 개념을 다르게 바꿔 보자.

서점에 가서 시집(詩集) 두어 권과 역사와 철학에 관한 책 서너 권을 사 들고 온다. 평소 읽지 않던 책이라 낯설긴 하지만,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클라리넷 5중주를 들으며 서재에 반듯하게 앉아 본다. 어딘가 색다른 만족을 얻을 것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혼자만의 고요를 느끼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존재의 시간을 즐기는 거다.

커피 한 잔을 끓이며 향내를 맡아 본다. 왠지 집에서 직접 끓여 보는 커피향은 어딘가 또 다른 기쁨을 준다. 곁에다 하얀 종이를 올려 놓고 낙서를 하면서 마음대로 상상해 보는 “생각의 자유”도 필요하다. 시각과 청각과 후각의 만족을 느끼며 영혼에 활력을 주는 시간이다.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게 기쁘고 감사하다.


특히, 세 번 이상,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할 수 있는 게 기쁘고, 천천히 읽다 보면 반드시 두어 번 더 읽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두 번까지는 잘 읽는 경우가 많아 행복하다. 어쩌다가 이런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지 너무 기뻐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

 

가까운 산이나 강가의 언덕을 찾아 조용히 걷는다. 변함없이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인생과 삶을 생각한다. 수시로 변하는 잔잔한 물결의 자연스러움을 응시하며, 한없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강물의 겸손함을 느낀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마음과 정신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과거도 생각하고 미래도 꿈꾸며 현재를 즐길 수 있다.

애들을 데리고 가도 좋고 짝꿍과 어울려도 본다. 평소 나누지 않던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며 생각지도 않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둘이서 함께 지금 살아 있음에 감사할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음에 고마울 수 있다. 먹은 게 없어도 배부른 시간이다. 보고 들은 게 없어도 마음껏 생각하고 상상해 보는 공간에서 깊은 내면의 감성에 즐거움과 한가로움을 뿌려 줄 수 있는 시간이다.


식구들이 모두 나가 있거나 잠들어 있는 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거실이나 마루 탁자 위에 맥주 두 병을 사 놓고 오징어 한 마리를 구워 놓고, 과일 몇 개를 까 놓고 식구들을 불러모아 깜짝 파티를 한다. 하이든의 “종달새”를 틀어 놓거나 드뷔시의 하프 독주곡을 들려 주면 더욱 좋겠다.

기대하지도 않았고 평소 해본 적도 없는 행사지만, 갑자기 꺼내 놓은 몇 가지 선물에 가족들은 즐거워한다. 구두 티켓도 아니고 양복 한 벌도 아니지만, 작은 만년필이나 노트 한 권에도 애들은 고마워할 게다. 집안 어르신네가 계시면 양말 두 켤레도 좋고, 작은 지갑 한 개라도 충분하다.  예측하지 않는 기쁨을 줄 수 있는 여유는 아무나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건강에 대한 정의를 생각해 본다. 건강이란 마음과 육체의 조화로움이다(Health is harmony between mental and physical). 거기엔 감성과 정신도 포함된다. 잘 먹고 잘 논다고 건강해지는 게 아니다.

생각에 자유를 주고 영혼에 여유를 주고, 정신에 영양분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평생 공부를 하고, 詩도 짓고 음악도 들으며 그림도 보는 게 아니겠는가?

올 여름은 수준 높은 교양과 품위 있는 문화의 향기를 맡으며 내실 있는 시간과 공간에 머물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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