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풍납동에 있는 어느 대형 병원 지하에는 없는 게 없다.



은행과 증권회사는 물론 서점과 제과점, 마트와 PC 방, 일식과 중식, 한식과 분식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세탁소와 카페도 있고, 어린이 놀이방도 있다. 백화점 같은 상가에는 골프샵도 있고 운동화도 판다. 무슨 병원에 이런 시설과 상점들을 골고루 설치해 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의 흐름과 움직임을 보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환자만을 위한 병원이 아니라 환자 보호자도 위한 병원인 것이다. 병원의 고객은 환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이 환자보다 환자의 보호자가 더 많다는 사실과 환자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보호자도 건강하고 편안해야 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실현한 것이다.





용산의 어느 여자대학교에는 화장실 매 칸마다

“급한 경우에는 전화를 하시고, 통화가 곤란할 때는 문자를 보내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휴대폰 전화번호와 함께 붙어 있었다.

화장실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사고나 사건 등에 대해 치밀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한 안내문이다.




교대역 근처에 삼겹살 고깃집에서 동창들을 만났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데 주인이 나와 기름이 튀어 뿌옇게 된 안경을 닦아 주고, 냄새 난다며 방향제를 뿌려주었다. 그 집은 저녁 7시도 되기 전에 항상 자리가 다 찬다. 조금만 늦게 오면 자리가 없다. 그 이웃의 다른 집들은 텅텅 비어있었다.



장충동에 있는 어느 대학교 정문과 평창동에 있는 다른 대학에는 가파른 언덕으로 올라가는 학생들을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놓았다. 올라가는 기능만 하는 에스컬레이터지만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요즘 경제가 나쁘다고 아우성이다. 지역경제가 무너진다고 난리법석이다.



하지만, 홈쇼핑에서 날개 달린 듯 팔리는 농산물이 있고, 관광객이 급증하는 지역이 있다. 손님이 너무 많아 질서를 유지하고 손님을 통제하는 식당이 있고 하루 종일 고객들로 북적거리는 백화점이 있다. 그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역시 고객에 대한 배려와 인정이다.



손과 발을 움직여 현장을 확인하고, 다양한 고객을 직접 찾아 다니며 묻고 배우고자 하는 정성이 깃들여 있어야 한다(MBWA, Management by walking around). 땀과 눈물을 흘려 가며 고객의 요구와 필요를 채워 주고, 상대방의 갈증을 풀어 주고자 하는 마음이 깊은 영혼으로부터 우러나와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올바르게 실천할 때 성공은 주어진다.



성공의 길엔 단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고, 뾰족한 묘책이 나올 수 없다.



변덕스러운 고객의 불평 불만을 무던하게 들어 줄 수 있는 경청의 자세,

덤벼들어 따지고 싶은 욕구를 억제할 줄 아는 자제력과 인내심,

인간으로서의 품격이나 자질을 깎아 내리지 않는 인격(right character),

밝게 웃고 맑은 표정으로 상대를 대하는 감사의 태도(pleasing personality),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황금률(golden rule),

단호한 의사 결정과 카리스마(Decision Making and Charisma),

그 밖의 여러 가지 소프트 스킬(Soft Skills) 등등.



이 모든 요소와 역량들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가 아닐까?





말로는 쉬운 이야기이고, 여러 책이나 참고서에 아주 평범하게 쓰여 있는 내용들이지만, 실천하고 응용하는 건 그리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는 게 병이고 아는 것을 실천하고 활용하는 게 힘이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