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꽃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태헌의 한역(漢譯)】


吾獨開(오독개)


 

勿謂吾獨開(물위오독개)


草田何改變(초전하개변)


汝開吾亦開(여개오역개)


終竟草田爲花田(종경초전위화전)


 

勿謂吾獨染(물위오독염)


一山何變轉(일산하변전)


吾染汝亦染(오염여역염)


終竟萬山若火燃(종경만산약화연)


 

【주석】


* 吾獨開(오독개) : 나 홀로 꽃피다. ‘開’는 단독으로 쓰여도 꽃이 핀다는 뜻이 있는 한자이다.


勿謂(물위) : ~라고 말하지 말라.


草田(초전) : 풀밭. / 何改變(하개변) : 어찌 바뀌겠는가,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汝開(여개) : 네가 꽃피다. / 亦(역) : 또, 또한.


終竟(종경) : 마침내, 결국. / 爲花田(위화전) : 꽃밭이 되다.


吾獨染(오독염) : 나 홀로 물들다.


一山(일산) : 하나의 산, 산 하나. / 何變轉(하변전) : 어찌 바뀌겠는가,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汝亦染(여역염) : 너 또한 물들다.


萬山(만산) : 수많은 산, 온 산. / 若火燃(약화연) : 불타는 것과 같다, 불처럼 타다.


 

【직역】


나 홀로 꽃피어


 

말하지 말아라, 나 홀로 꽃피어


풀밭이 뭐 달라지겠냐고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꽃밭이 되느니


 

말하지 말아라, 나 홀로 물들어


산 하나가 뭐 달라지겠냐고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불처럼 타리니


 

【漢譯 노트】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뀌지만,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세상을 바꾸려면 우선 나부터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나 하나’는 한없이 미약한 존재여도 언제나 소중하고, 또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의 중심이 된다. 내가 없는 우주가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 아니, 내가 없는 우주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일찍이 공자(孔子)는 “하루라도 자신의 사욕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면 천하도 <그만큼> 인으로 돌아가나니, 인을 행하는 것이 자기로부터 말미암지 남으로부터 말미암겠는가?”[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 爲仁由己 而由人乎哉]라고 하였다. 따지고 보면 공자가 얘기한 ‘인(仁)’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다 나로부터 말미암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내가 우주의 중심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세상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너’도 있다. ‘너’는 타인의 ‘나’이기 때문에 ‘너’의 존재 또한 당연히 소중하다. 우연인지 몰라도 ‘나’의 모음 ‘ㅏ’와 ‘너’의 모음 ‘ㅓ’는 방향만 다를 뿐 동일한 모습이다. 언제나 ‘나’가 ‘너’일 수 있고, ‘너’가 ‘나’일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리고 ‘나’와 ‘너’가 만날 때 비로소 ‘우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우리’가 될 때 풀밭이 꽃밭이 되고, 온 산이 물든 잎사귀로 타오르게 된다는 것, 이것이 이 시의 주지(主旨)이다. 역자는 이 대목에서 불현듯 까마득한 옛날 대학 1학년 시절에 보았던, 서울대 검정고시 동문회 안내 문구가 떠오른다. “너는 너, 나는 나, 그러나 우리는 우리”…… “너는 너, 나는 나”[爾爲爾 我爲我]는 ≪맹자(孟子)≫에 보이지만, “우리는 우리”까지 연결된 말이 출처가 있는 것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하였다. 어쨌거나 지금 생각해도 멋진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2연 12행으로 이루어진 원시(原詩)를 역자는 두 단락 8구로 된 고시로 재구성하였다. 한역시 각 단락은 4구로 이루어졌는데 3구는 오언(五言)으로, 마지막 구는 칠언(七言)으로 처리하였다. 각 단락마다 짝수 구에 압운하였으며, 그 압운자는 ‘變(변)’·‘田(전)’, ‘轉(전)’·‘燃(연)’이다.


2019. 10. 22.


강성위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