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연휴에 이어 모처럼 한가한 연말연시이다. 서점에 들러 2권의 일기(日記)를 샀다. 영국의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개인적 일기 한 권과 조선시대 승정원일기이다.

오늘은 어느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자전적 일기 한 권을 또 선물로 받았다.



1882년, 영국에서 태어나 당시 최고의 지성인들인 T.S 엘리엇, 심리학자 프로이트, 경제학자 케인즈 등과 교류하면서 서평과 시와 소설을 쓰면서 영국의 지성을 대표했던 페미니스트이며 평화주의자이며 사회주의 이론가로써 20세기를 풍미한 여류 작가의 일상은 고뇌와 고통과 즐거움과 기쁨이 매일매일 교차되면서 순간의 느낌과 감정들을 진솔하고 상세하게 엮어낸 일기장이었다.

위대한 심리학자를 만나 대화를 하고, 탁월한 정치인을 만나 차를 마시며, 냉혹한 비평가와 담소를 나누며 느끼고 겪은 마음과 정신상태를 소상하게 기록한 지면을 읽으며 어찌 사람이 이렇게까지 완벽할 수 있을까 의심마저 들기도 한다.



가끔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나에게는 반성과 위안과 모델이 되어 주기에 충분한 위인이다. 지난 해 책 한 권 출판하기로 해 놓고 아직도 끝내지 못한 집필원고를 다시 찾아 보면서 자신에 대한 미안함이 식을 때쯤 이런 작가의 글은 위로도 되고 채찍이 되기도 한다. “올 해는 꼭 멋있는 책을 한 권 써야지.” 하면서 결심도 한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는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동의보감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세계적인 기록물이다. 조선시대의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 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288년간의 일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책으로 총 3,245권에 달하는 유산이다. 그렇게 방대한 사료(史料) 중에 중요하고 재미있는 부분들을 선별하여 엮어낸 승정원일기는 여느 책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반도체와 자동차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과 한글을 수출하고 스포츠 선수와 신세대 음악이 해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지금의 역사는 – 결국 수 천년 동안 스며들어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인지 DNA인지 모르겠지만 – 결코 하루 아침의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서야 이렇게 좋은 책들을 읽게 되었는지 안타까운 마음 그지 없으나, 죽기 전에 이런 책 한 권을 선택하여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지난 해 봄, 어느 중소기업사장 모임에 가서 강의를 할 때 유난히도 강사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면서 강의를 듣던 사장 한 분이 있었다. 지난 해 연말 모임에 강의를 갔을 때 그 분을 또 만나게 되어 인사를 나누었다. 그 분으로부터 오늘 책 한 권을 받은 것이다.

결혼을 해서 낳은 첫째 아기가 백혈병에 걸리고, 그 병을 치료하고 난 후 아내가 폐결핵에 걸리고, 가족들의 병을 치료하고 나자마자 본인(아빠)이 위암에 걸려 고생을 하면서 사업을 일구었는데, 모든 식구들이 각자의 질병에서 완치되어 모두 건강하고, 지금은 수십억의 매출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고 한다. 80년대 말, MBC TV “건강백세” 프로그램에 온 가족이 출연한 바 있다고 한다.


평생 한 번 만나기 힘든 분들을 책을 통해, 강의를 통해,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할 일인지… 특히, 그런 분들의 일기를 읽으며 간접경험을 하고, 현실처럼 느낄 수도 있고, 나의 일처럼 공감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음에 행복할 뿐이다.


올해는 더욱 훌륭한 분들을 만날 수 있고, 더욱 가치 있는 책을 읽을 수 있고,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날마다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간접 경험과 느낌을 전달하여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