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17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유통되는 모든 제품은 할랄인증을 득해야 한다. (할랄 : ‘허용되다’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하는 행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新할랄법’으로 소개하고 있는 ‘할랄제품보증법’ 시행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2014년 10월 제정되었는데, 처음 계획대로 5년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이번 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전까지 할랄인증은 선택이었다. 앞으로는 의무가 된다. 인증 주체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이슬람 지도자 회의(MUI)’ 인증이 가장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는 정부가 할랄인증을 위한 관청을 별도로 두고 할랄인증 과정을 총괄하게 된다.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인력이나 조직 측면에서 정부가 충분히 준비 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인증절차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도 표준화되지 않은 가운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볼멘소리도 나온다.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제품을 판매하는 외국기업들도 신경쓸 것이 늘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법이 아니다. 사회가 바뀌고, 시장과 소비자가 변화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자카르타 시내 어느 마트에서 본 일이다. 계산대 바로 앞쪽에 인기품목인 한국 식제품이 쌓여있다. 모녀로 보이는 두 명의 여성이 지나가는데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이거 좀 살까? 너 좋아하잖아’ 라고 말을 건넨다. 그러자 딸인 것 같은 젊은 여성이 ‘안 사요. 그거 할랄 아니래요’라고 말하고 제품을 그냥 지나간다.

사연은 이렇다. 이 일이 있기 몇 주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몇몇 종의 식품이 할랄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해당 품목을 제조하는 한국회사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도 할랄이 아니라고 보도된 품목들이 있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인기품목은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된 제품들은 판매량이 미미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문제가 된 제품들과 그렇지 않은 제품들을 구별하지 않았다. 위 모녀의 예처럼 그 회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라면 할랄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고 그냥 구입을 안 하는 쪽을 택하는 소비자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이 전 인구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이지만 이슬람 경제나 이슬람 마케팅이 그다지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사회의 전반적인 이슬람화와 더불어 소득과 교육수준 향상에 따라 소비와 경제생활에서도 이슬람적 가치를 반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였다. 이슬람 가치와 계율을 더욱 엄격히 따라 살겠노라 다짐하는 ‘히즈라(hijrah) 현상’이 시장과 소비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이 제대로 된 할랄인증을 받았는지 아닌지 여부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식품과 음료의 경우 할랄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면 모처럼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식음료 부문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 금융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일도 잘하고 성실하던 직원이 갑자기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급여나 업무에서 바라는 바가 있는지 물어보고 필요하면 조정해 주겠다고 협상을 시도했다. 얘기를 해 보니 그렇게 협의가 가능한 내용이 아니었다. 이슬람에서는 이자를 주고받는 행위를 금하는데, 이자를 주고받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것이 종교적 신념과 맞지 않기에 그만두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가 업태를 바꾸지 않는 이상은 해결이 어려운 일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이 문제로 고민하는 직원들이 꽤 있었고 나중에는 뒤를 이어 사직한 직원도 나왔다.

무슬림이 다수인 나라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얼마 전까지도 이자를 주고받는 일반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슬람금융 시장점유율도 5~7%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책이나 영상 등을 통해 이런 금융관행이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음을 지적하는 종교지도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다른 은행에서도 간부급 직원들이 급여 삭감과 낮은 직위로의 보임을 감수하고 이슬람은행으로 전직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지난 7월 유력 영자지 자카르타 포스트지는 요즘 종교적 이유로 많은 은행원이 직장을 떠나고 있는 현상을 보도하기도 하였다. 이슬람은행이 아닌 일반 금융기관에 있는 계좌를 정리하는 무슬림들도 하나둘씩 보인다.

샤리아 호텔(인니 종교부 홈페이지)

할랄 마케팅, 또는 이슬람 마케팅은 이제 인도네시아에서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앞서 소개한 회사를 그만두고 있는 금융회사 직원들도 회사를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이슬람금융사가 아닌 일반금융사에서 일하는 것이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SNS나 유투브 같은 매체를 통해 종교지도자들의 발언을 통해 점차 각성하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간된 책 ‘중산층 무슬림을 위한 마케팅(Marketing to the Middle Class Muslim, Yuswohady)’에 따르면 이처럼 종교적 가치를 경제와 소비생활에 반영하는 경향은 소득수준이 높고,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연령이 어릴수록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런 트렌드가 시간이 지나며 더 강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할랄 또는 이슬람 마케팅은 경제와 소비의 모든 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자카르타 시내 백화점에서 화장품 매장이 주로 입점하는 1층을 둘러보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브랜드들 사이에 초록색의 ‘와르다(wardah)’ 라는 브랜드가 눈에 띈다. 판매원들이 초록색 히잡을 쓰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브랜드는 할랄 인증을 받은 화장품 브랜드이다. 이슬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 화장품 브랜드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5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 외에도 이슬람 패션, 할랄 관광, 성지순례 관광, 이슬람 주택, 할랄인증 의약품과 병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무슬림들이 마케팅의 주요한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슬람의 관점에서 시장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무슬림 인구가 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슬람 마케팅이 거대한 폭풍이 될지,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 위 내용은 필자 소속기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양동철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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