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네이버 영화

<프롤로그>

[위플래쉬(Whiplash):단어의 원뜻은 ‘채찍질’로, 영화 속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재즈곡의 제목이다. 중간 부분 드럼 파트의 <더블 타임 스윙> 주법으로 완성된 질주하는 독주 부분이 일품으로 꼽힌다]

영화의 마지막 10분, 주인공의 드럼 연주가 시작되고 악보 음표를 둘로 쪼개서 엄청난 속도로 연주하는 <더블 타임 스윙> 주법이 이어진다. “이렇게 영화가 끝나는구나”하는 생각과 “이대로 영원히 끝나지 말았으면”하는 생각이 동시에 교차하게 되고, 주인공의 드럼 스틱은 스네어와 심벌을 두들기는 게 아니라 관객의 심장과 머리를 두들기고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부자로 백 세까지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언젠가, 한때 가슴에 품었던 말들을 대신해주는 마법의 채찍을 꺼내 잊힌 꿈들을 되살려보자!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줄거리 요약>

아카데미상 3개 부문(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믹싱상)을 수상한 영화<위플래쉬/ Whiplash, 2014>에서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는 우연한 기회로 누구든지 성공으로 이끄는 최고의 실력자이지만, 또한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J.K.시몬스 분)’교수에게 발탁되어 그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플렛처의 혹독한 교육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를 점점 광기로 몰아넣게 된다.

최고 연주자가 되려는 음대 입학생과 그를 조련하는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음악영화가 아니다. 최고를 위해서는 악마가 되기를 망설이지 않는 선생과 인생을 걸고 최고에 집착하는 학생을 두고, 관객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가 풀밭에 뉘었다가 다시 폭풍 속에 집어 던지는 격정의 드라마다. '위플래쉬'는 재즈 곡명이면서 채찍질이란 뜻도 있기에, 플레처는 제자의 뺨을 때리고 거짓말을 하고 관객 앞에서 모욕을 주며 채찍질한다. 드럼 연주를 중단 시킨 뒤 “이번에 박자가 빨랐냐 느렸냐(Rushing or Dragging?)”를 다그치는 선생 앞에서 아마추어 드러머는 발가벗겨진 채 광장에 선 듯 무기력하다. 정작 선생 자신이 피아노로 연주하는 유일한 곡은 얄밉게도 템포 느린 <보사노바 발라드>다. 이 영화 최고의 카타르시스는 맨 마지막 10분에야 시작되지만, 그전에도 자신이 쫓는 꿈을 향해 가는 주인공의 집념을 볼 수 있다.

 

출처:네이버 영화

<관전 포인트>

A. 주인공의 드럼연주자에 대한 집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1) 주인공이 가족과 “뮤지션이 된다는 것”에 대해 논쟁하는 장면이다. 미식축구 선수인 사촌이 43야드짜리 터치다운을 성공 시켜 MVP가 된 것을 다들 축하하자 주인공이 쏘아붙인다. “3부 리그잖아요. 2부도 아니라고요” 그때 드럼에 빠진 아들이 한심해 보인 아버지가 “34세에 빈털터리가 되고 술과 마약에 취해 죽는 게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라며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를 빗대 한마디 하자 주인공은 이렇게 대꾸한다. “나는 서른넷에 죽어도 사람들이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이 될 거에요. 부자에 맨정신으로 살다가 아흔 살에 죽어도 아무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 되진 않을 거라고요!”

(2) 오랜 연습과 한계까지 몰아붙인 연습량으로 이미 찢어져 버린 손바닥의 상처를 짓무르면서 드럼에 피를 튀기면서까지 계속 연주를 하고, 콘서트에 가는 길 교통사고에 상처가 났는데도 서브 드러머가 자신의 자리를 뺏을 것이 두려워 피를 뚝뚝 흘린 채로 콘서트장에 뛰어 들어가는 모습.

(3) 여자친구에게 너와 함께 있어도 드럼만 생각이 나고, 나는 드럼으로 위대해지고 싶다며 여자 친구와도 이별을 고하는 모습.

B. 영화 속 명대사?

@최고를 꿈꾸는 사람에게,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고 가치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There are no two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more harmful than good job)
@난 한계를 넘는 걸 보고 싶었어, 내 제자 중 제2의 파커는 없었어.
@찰리 파커는 ‘조 존슨’이 그의 머리에 심벌을 던질 때까지 아무에게도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다.(Charlie Parker didn’t know anybody until Jo Jones threw a cymbal at his head)


C. 전설적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는 누구인가?

34세로 요절한 미국의 비밥 모던 재즈의 창시자. 색소폰 연주자 및 작곡가로 유명하다. 루이암스트롱, 듀크 엘링턴과 함께 가장 영향력 있었던 재즈 뮤지션이다. ‘조 존스’가 그의 연주가 마음에 안 든다며 심벌을 던지자 모욕감을 느낀 찰리 파커가 피나는 노력 끝에 최고의 뮤지션이 되었다고 한다.

D. 광기의 교수로 열연한 ‘J.K 시몬스’를 연상시키는 배우는?

“최고의 드러머를 만들기 위해 미친 듯 조련을 하던 플렛처를 보며 연상되는 배우는 영화<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A Gentleman, 1982>에서 해군항공사관후보생들을 혹독하게 조련하는 교관 ‘폴리 상사(루이스 고셋 주니어 분)’를 떠올리게 된다. 최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평범한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준다. 

E. 이 영화를 보며 생각나는 책은?

정민 교수의 저서<미쳐야 미친다/불광불급(不狂不及), 2004>:조선 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았던 열정과 광기를 탐색한 글로, 남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출세에 보탬이 되든 말든,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신을 가졌던 이들, 이리 재고 저리 재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성실과 노력으로 일관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F.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앤드류가 보여주는 것은?

가혹행위가 알려져 학교에서 해임된 플렛처는, 앤드류에게 카네기홀에서 재즈밴드를 지휘할 때 드러머로 와 달라고 초대한다. 하지만 연주 당일 플랫처가 예정에 없던 새로운 곡 <업스윙잉>을 지휘하여 앤드류는 연주를 망치지만, 투지에 찬 눈으로 다시 무대에 올라가서 플렛처의 허락 없이 재즈 빅밴드를 장악하며 큐를 넣고 <캐러밴>을 열광적으로 연주하기 시작한다. 또한 <캐러밴>의 연주가 끝났음에도 드럼 솔로연주를 멈추지 않고 손가락엔 피를 흘리면서 광기에 빠져든 연주로 플렛처는 물론 아버지까지도 제2의 찰리 파커가 되었음을 확인한다.

출처:네이버 영화

<에필로그>

영화<라라 랜드/La La Land, 2016>도 감독했던 30대의 젊은 ‘데이미언 셔젤’은 두 영화에서 사랑과 꿈을 모두 이루기는 어렵다는 이율배반적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영화 <위플래쉬>에서 선생과 학생 모두 미쳐 보인다. 그리고 이제는 플렛처와 같은 독선적인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관객 가슴 깊은 곳에 오래된 스위치 하나를 딸깍하고 켠다. 영화에서 플레처는 앤드류의 눈을 찌를 듯 쏘아보면 되풀이해서 묻는다. "너는 누구냐?" 잠시라도 저만큼 무엇인가에 미쳐본 적이 있는가. 아무도 납득하지 못하지만, 나만의 확신을 하고 천 길 낭떠러지까지 자신을 밀어붙인 적이 있는가. 낭떠러지는커녕 계단 하나 내딛지 못하고 군중 속에 파묻혀 good job의 칭찬에 안주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질문을 생각해 본다. 새로운 2020년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잊힌  꿈을 스스로 위플래쉬(채찍질) 해볼 수 있는 좋은 시점이다. 등산길에서 남들보다 쉬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선두와의 간극은 엄청나게 멀어져 결국 정상의 자리를 내어줘야 하듯이, 남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꿈을 가지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시간, 고통의 노력은 필연적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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