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K 사장은 발이 넓다.

아파트 단지의 낚시회 모임, 대학원 원우들의 등산회 모임, 대학 동창들의 골프 모임 등이 있고, 전직장에서 퇴직한 사람들끼리의 친목 모임이 있다. 하루 한 달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모든 모임에 매번 참가하지 못해 늘 미안해 하면서도 가급적 빠지지 않는다. 대여섯 가지 모임 중에서 총무와 간사를 맡은 것만 해도 서너 개가 된다. 각 모임마다 회비 거두고 참석자 확인하고, 장소 예약하고 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연령이 많으신 몇몇 회장 보좌까지 하려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벌써 4~5년째 이런 일에 참여하고 있는데 모든 모임이 그렇듯이 후임자가 없다. 한 번 맡아 일을 잘하면 끝까지 그 사람만 시키려는 관성이 있나 보다. 나이도 들고, 다른 일도 해야 하고 해서 적당히 물러 나려 해도 쉽지 않고, 탈퇴를 하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 모임에 참여하는 시간과 경비도 만만치가 않다. 그에 비해 효과가 적은 게 흠이다.

운동하고 나서 즐겁게 놀고 떠들고 술 마시는 것까지는 좋은데, 돌아오는 길은 항상 어딘가 빠진 것 같고 허전할 때가 있다. 매번 같은 주제로 같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다 보니 시들해진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모이다 보니 새로운 호기심이나 기대감이 떨어진다. 웬만한 산과 바다는 다 다녀왔고, 웬만한 골프장고 음식점은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요즘은 사업이 잘 되지 않아 고민과 갈등이 말이 아니다. 두 아들 모두 대학에 들어 가니 돈도 많이 들고,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이마가 벗어지는 걸 보면서 허무해지기도 하고,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좋을지 몰라 걱정이 태산 같다. 그래서 그런 모임에 가면 더욱 더 술을 마시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위안도 얻곤 한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좀 더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다.

 




M 사장은 작은 회사 2개를 경영하고 있다.

대학원 MBA과정을 다니면서 한 달에 두 번씩 특별한 모임에 나가고 있다. 하나는 우리 나라의 유명한 CEO 조찬 모임인데, 유명한 교수와 강사들이 와서 두어 시간 강의를 하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나면 10시 가까이 된다. 하루를 깨지 않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 최근 3년 동안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주로 대기업 임원들이서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고, 공부하는 집단이라 품격을 높이고 교양을 쌓는데 학습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동종업계 사장들이 만든 독서 모임이다.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정보 교류를 하고 있는 지식 집단이다. 한 달에 한번 저녁에 만나 시장동향을 주고 받고, 해외 사업가를 초청하여 선진 기법을 배우고, 1년에 두 번 골프 회동을 갖는다. 회비도 저렴하여 비용에 부담이 없고, 무엇보다도 배우는 게 많아 뿌듯하다.

M 사장은 남다른 취미를 몇 가지 갖고 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여 2년 전 수필집을 출간한 이후 수필가로 등단하였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음악회를 자주 가지 못해 늘 아쉽다. 그래도 두세 번 가족들과 음악회를 가고, 그런 날에는 아주 특별한 외식을 즐긴다. 워낙 사업 경영에 바쁜 일이 많지만, 빠지지 않는 일은 한 달에 한 번씩 정해진 주말에 서점을 배회하는 일만큼 즐거운 게 없다.

올해 초부터는 지방의 작은 대학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내년에는 경영현장에 관한 저서도 한 권 출간할 생각으로 요즘엔 집필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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