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중에 학생들을 그룹으로 묶어 책 읽기를 권했다. 5~6명이 한 팀을 이루어 꼭 읽고 싶은 책 한 권씩을 선택하여 읽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과제로 주었다. 최신의 경영학과 성공론, 인문 예술 등의 책을 골고루 소개하며, 팀별 협의를 통해 알아서 선택하도록 했다.



각 팀별로 선택한 책의 목록을 받아 보고는 실망이 앞섰다. 모두들 쉽고 편한 책, 얇고 가벼운 책을 선택했다. 몇 개 팀은 같은 책이었다. 각 팀이 중복되지 않도록 과제 선택 방법을 다시 조정하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물론, 쉽고 가벼운 책이 나쁘고 어렵고 두꺼운 책이 좋은 건 아니다.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책들도 유익한 게 참 많다. 어렵고 지겨운 책 중에 별 내용도 없이 머리만 아프게 하는 책들도 많다. 베스트셀러 중에 베스트가 아닌 책도 많고, 알려지지 않은 채 서재 구석에 끼어 있는 책 중에도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도 학습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주(universe)를 이해하는 대학(university)의 학생이라면, 좀 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책을 선택해 주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어려운 책 몇 권이 읽기 쉽지 않을 거라는 말을 미리 한 것이 실수였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책 읽는 행위 자체가 즐겁고 기쁘기도 하기때문이지만, 문화적 소양과 교양을 높일 수도 있고, 알지 못했던 정보나 실용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접 체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빠른 시간과 무한한 공간을 넘나들며 간접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 얼마나 좋은가?



며칠 전, 두껍고 어려운 책 몇 권을 샀다. 읽을수록 어렵고 복잡하여 짜증도 나고 속이 상하기도 했다. 읽지 않은 책들을 쌓아 놓고 있다가, 비싼 돈 주고 사 놓은 게 아까워 억지로라도 몇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처음 30~50 페이지까지는 읽기가 힘들었다. 책 값을 생각하며 꾹 참고 100 페이지를 넘어 갈 때쯤 이해할 정도가 되었다. 한 권을 다 읽을 무렵 이 좋은 책을 이제야 읽는다 게 한심스러웠다.



학교에서 받은 졸업장의 유효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급변하는 21세기를 살아 가기 위해, 넘치는 정보와 쉽게 비교되는 정보시대에 남들과 함께 존재하기 위해 해야 하고 알아야 할 것들이 점점 더 많아져 고통스러운 시대이다. 예전에 없던 인터넷과 e-mail, 문자 메시지, DMB 폰 등 폭 넓게 활용하고 수시로 확인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것들 말고, 정말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그 중에 제일 추천하고 싶은 것이 책 읽는 것이다. 요즘, 인문학이 위기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교육과정과 인식이 누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고, 사업에 성공하고, 권력과 명예와 재력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이루어 가는데 학문의 경계가 있을 수 없다. 인문학도 필요하고 예술에 관한 책도 읽어야 하고, 과학의 역사에 관한 책도 독파해야 한다. 경영 경제 서적만이 아니고, 성공이나 처세술만이 아닌, 여러 가지 책들을 골고루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이 또한 연습이고 간접 시험이다.



다양한 학문의 조화가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