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열렸다. 전세계 경제학자들과 기업인,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세계시민의 조건 3가지를 발표했다.



 

 

첫째, 3개 국어 이상 유창하게 해야 한다.

 

단순한 토익성적이나 중국어 점수가 아니라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선 비행기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3~4개 국어로 안내방송이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유창한 외국어의 문제가 아니라, 남의 의견을 들을 줄 알고, 자신의 뜻과 의지를 진실하게 전달할 줄 아는 정성을 말한다.

 

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도 수사학(修辭學)을 설명하며, 의미 있는 언어를 논리적으로 전달하고(Logos), 인간에 대한 열정과 사랑(Pathos), 도덕과 윤리를 지킬 것(Ehtos)을 주장했다. 되지도 않는 말장난으로 사람을 우롱하거나, 결과도 없는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둘째,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지역에 따라, 학력에 의해, 빈부의 차이가 있다고 하여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지 말 것이며, 서로 다른 주장을 들어 줄 수 있고 조정할 수 있어야 세계시민으로써의 자질과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뜻이다. 단결과 통합은커녕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리더들이 늘어나는 작금의 실태를 보면서 새삼 강조하고 싶은 조건이다. 

 

 

셋째, 문화가 다른 사람들끼리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다국적 국민과 함께 일을 할 줄 알고,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아 갈 줄 알아야 한다는 거다. 민족의 영혼과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다양성과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아는 시민을 말한다.

 

피부색과 종교와 성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서 혼혈인의 방한이 뉴스거리가 되고 정치인의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현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끼리끼리 뭉치고 당파싸움이 끊이지 않으며, 코드 인사와 파벌로 날을 새는 지도자들의 추태, 갑작스레 호들갑을 떠는 혼혈아 정책 검토, 세계적인 스타들을 움직이는 스포츠계의 불편한 소식을 들으며, 2년 전 뉴스가 생각난다.

 

 

한 국가의 문화와 문명은 외형적인 경제력이나 기술만이 아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부채나 비대한 정부의 효율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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