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에 참외를 복제하고, 양(羊)을 염소에 복제하고, 호박에 수박을 복제하고, 하다 못해 인간을 복제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의학과 생명공학의 발달이 인간의 건강과 생명의 보호 차원을 넘어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는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자료를 복사하고, 정보를 빼내어 큰 돈을 벌기도 한다. 보험회사와 은행에서 개인정보를 유출하여 다른 용도로 사업을 벌이고 개인적인 돈벌이에 활용하기도 하지만 막을 길이 없어 난리 법석이다.

문명의 발달은 안락과 기쁨을 안겨 주지만, 일면에는 게으름과 나약함을 얹어 주고 있다.

중요한 점은 단순한 목적이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복제나 복사가 아니라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남이 흘린 땀을 거저 얻어 가거나 남의 눈물과 피를 훔쳐 가는데 대해 일말의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부도덕과 윤리의 실종은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공부를 하고 학문을 전달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중복되는 내용도 있고 우연치 않게 의견이 일치하여 똑 같은 내용으로 정보와 자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때로는 비슷함이 도(度)를 지나쳐 마치 복사한듯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와 고의적 죄악을 구분하지 못할 바보는 이 세상에 없다.

불행하게도 복제하거나 복사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생각과 마음이다.

정신과 사상은 복사할 수 없다.  더욱 불행하게도, 글과 말에는 정신과 마음이 스며든다.

아무 생각 없이 복사하거나 우연히 복제를 한 것 같아도 정신과 마음을 속인 결과물은 감출 수 없다.

우리 인간은, 그래서 죄짓지 않고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학자가 논문을 복사하고, 홈페이지를 구축하기 위해 남의 홈 페이지를 복사하고,

 

유사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인터넷 자료를 말도 없이, 근거도 명시하지 않고 퍼가고,  남이 하던 일을 그대로 베껴다가 더욱 화려하게 치장하여 눈속임을 하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군다나 학문을 연구하고 인간을 가르치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앞 다투어 타인의 것을 베끼는 일이 급증하고 있으니, 안타깝게 생각하기에 앞서 무지(無知)하고 게으른 인간의 습관을 고칠 수 없음을 한탄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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