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1]

 

그는 요즘 몸이 많이 피곤하다.

주말이면 회사 근처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동료들과 함께 마을 청소를 한다. 청소 뿐만 아니라 노인정에 가서 빨래도 하고, 독거 노인을 찾아가 연탄불도 갈아 준다.  도서관에 가서 휴지도 줍고 어린이 방에 가서 청소도 해 준다. 

회사에는 사회봉사지원팀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직원들끼리 조(組)를 편성하여 한달에 한두 번씩 맞게 되는 봉사활동의 명령에 따른다.  집을 짓고 길을 닦아 돈을 버는 건설회사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은 회사 일만 해도 바쁘고 짜증나는데, 그런 일까지 하려니 피곤한 게 보통이 아니지만, "해보지 않은 일"에서 배우고 느끼는 게 많아 꺼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일을 시작하면서 자기의 존재 이유와 삶의 가치를 느낀다고 한다.

 

[회사 2]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 매년 50% 이상의 성장율을 기록했다.

20 여년 전, 문래동에서 3명의 기능공이 모여, 선반(旋盤) 두 대와 용접기 한 대를 갖고 시작한 공업사가 현재 70 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세계적인 부품 생산 기업체로 발돋움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직원 교육을 하는데, 주로 토요일 오후 시간을 활용한다.  주문이 일려 워낙 바빠서 평일엔 모든 직원이 한 자리에 모일 수가 없다. 4천만원이 넘는 원자재 한 세트가 보름동안의 공정을 거쳐 제작을 하다가 마지막 공정에서 불량을 내면 1억원의 손실이 생긴다.  그래서 품질관리 회의는 새벽 두세 시까지 이어진다.

올해 사업 목표는 전 직원 연봉 1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주 5일 근무제나 시원한 바닷가 콘도에서의 Workshop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수시로 책을 사다 주며 자기계발과 역량 강화를 권장한다.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 남고, 국가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은 잠시도 쉬거나 무너질 수 없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하는 30대 중반의 공장장의 눈매는 무서웠다.

 

[회사 3]

 

"배달 주문이 폭주하여 평일엔 직원이 한 자리에 모일 수가 없습니다. 일요일이지만 오셔서 강의를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미안하다니요? 장사가 너무 잘 되어, 상품 배달하는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다니요?"

 

정말 반가운 이야기다. 가족과의 모든 약속을 포기하고 일요일 아침 출발하여 도착한 회사 정문 앞에는 임원 한 분이 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점심 식사를 하러 들어간 구내 식당엔 낮으막한 밥상에 고추 한 접시와 고추장 한 사발이 놓여 있었고, 두툼하게 썰어 놓은 두부 찌게와 파전은 먹음직스러웠다.  넉넉한 국그릇의 해장국과 한 그릇에 모아 놓은 5가지 반찬은 논두렁에 차려 놓은 일꾼들의 진수성찬이었다.

강의장을 꽉 메운 젊은이들의 열기는 우렁찬 목소리의 인사와 어울렸다.

 

[회사 4]

 

눈이 많이 내리는 토요일 아침, 유스호스텔 직원 교육이 있어 강원도 평창엘 갔다. 꼬불꼬불한 길이 미끄럽고 눈보라가 몰아쳐 불편했다. 정문에서 짖어 대는 개를 피하며 강의실에 들어 서는 순간 모든 피곤이 가셨다.  밥짓는 아주머니부터 청소하는 아저씨, 서울에서 내려 온 사장과 영업부장, 눈망울이 또렷한 앳된 소녀도 앉아 있었다.

회사 창립 이래, 해마다 연초가 되면 전 임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 4일동안 함께 자고 함께 먹고, 좋은 이야기 나누며 특강을 듣고, 각자 새해 할 일을 이야기 한다고 한다.

강의를 마치고 차를 돌리는데 네바퀴 달린 오토바이가 깃발을 꽂고 앞을 가로 막는다.

눈이 많이 와서 위험하니, 작은 논둑 길로 내려 가야 한다며 앞장을 선다.  큰 길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 주는 어린 소년의 얼굴은 빨갛게 얼어 있었다.  "순진 무구한 정성"이 배어 나왔다.

 

성공하고 발전하는 기업과 그 기업에 몸 담고 살아 가는 이들을 자주 접하면서, 국가 경제에 힘을 더해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불평 불만을 가질 시간이 없다.  주말이나 휴일마다 배우고 느끼면서 서로 격려하고 사랑하는 임직원들의 일체감을 가까이 느끼면서 고민과 갈등을 치유하는 방법을 배우고 돌아 온다.

 

일년 내내 말로만 떠드는 정치인이나, 부정부패로 얼룩지는 고위 공직자들이나, 구조조정에 몸을 사리는 월급쟁이들과의 차이점을 그들에게서 발견한다.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게 더 많아서 행복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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