破(깰 파) = 石(돌 석) + 皮(가죽 피)

돌(石)의 표피(皮)가 몸체에서 떨어지는 이탈이 破(깰 파)다. 이는 현재와 분리되는 것으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뜻하는 붕괴, 분리, 절단, 이탈, 대립, 반목, 파손 등과 닿아있는 글자다. 파(破)는 국면 전환을 위한 승부수다. 판을 엎거나 흔들어서 새로운 판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자신감이 없다면 매우 위험한 선택이 파(破)다.

작금의 일본은 한국을 사지(死地)로 몰기 위해 파(破) 전략을 선택했다. 일본은 명분도 빈약한 이유를 들어 한국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통제하려는 야욕을 드러냈다. 이는 한국의 탈 일본화를 자극했고, 종국엔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간절함의 정도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파(破) 전략은 판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써야 한다. 확실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용하면 자충수가 되고 만다. 이유가 어떠하든 양국은 “파(破)”를 내세운 상태다. 그 시작은 일본이고 후유증도 적지 않을 것이 예상 된다.

일본은 한국의 강제 징용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7월 2일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7월 4일 반도체 소재 3종 규제, 8월 28일 백색 국가 제외 효력을 발생시키는 강공 파(破)를 연이어 꺼내 들었다.

이 전략은 기초 소재 산업 분야에서 일본이 확실한 비교우위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반도체 관련 산업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다는 분석에 기인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한국의 대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먼저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발적 의지에 기인한 것으로 “일본 관광 중단”과 “일본산 불매 운동”이 그것이다(7월 초). 불매 운동은 일본산 매출을 급격하게 떨어트렸고, 여행 중단은 일본의 중소도시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할 만큼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아베 행정부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매우 심각한 후유증을 안기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한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자기반성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 주도 대응전략이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꺼내 든 破 전략 첫 번째 카드는 8월 22일 지소미아 협정 종료 결정이다. 이는 아직 파기된 상태는 아니다. 11월까지 유예 기간이 남은 만큼, 아베 행정부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복원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이어지는 破 전략은 9월 중에 일본을 ‘백색 국가, 가 지역’에서 제외하고, 신설되는 '가의 2' 지역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지소미아 협정 종료”는 자유 무역을 안보와 결부시켜 차단한 일본의 억지 주장을 맞대응 한 카드라면, “백색 국가, 가의 2 지역”에 포함시킨 결정은, 일본이 사용한 카드를 동일한 방식으로 되 갚는 꼴이다.

전쟁이란 용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살상 무기를 사용한 무력 전쟁이다. 이는 영토를 취하는 전쟁으로 통상적으로 강력한 국방력을 가진 나라가 이길 확률이 높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약소국이 강대국을 이긴 전쟁도 적지 않다. 최근 사례로는 베트남과 “미, 중, 프” 의 전쟁이 있다.

보응우옌지압(武元甲, 1911~2013)장군

3不 전략으로 유명한 세기의 명장이다. 그는 호찌민(1890~1969)의 독립 이상을 현실화 시킨 베트남의 영웅이다. 이른바 3不 전략으로 미국, 중국, 프랑스 같은 강대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으로, 카이사르, 나폴레옹, 칭기즈칸과 더불어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략가로 칭송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사용한 3不 전략은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다”, “적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는다”, “적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는다.” 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약자가 강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려준 현대판 손자병법인 셈이다.

또 하나의 전쟁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무역 전쟁으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 중간 관세 폭탄 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한국과 일본 간에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도 무역 전쟁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전쟁에서 “시간”, “공간”,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상치 못한 시간에 출격하고(출기불의/出其不意)”, “준비가 되지 않은 빈 곳을 공격하며(공기무비/攻其無備)”, “예측할 수 없는 속도를 만드는 것(풍림화산/風林火山)”이다.

한국과 일본 간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손자병법”에 비추어 보면 이런 해석이 가능해진다.

일본은 한국이 예상치 못한 시간에, 예상치 못한 공간으로 공격을 가한 셈이다. 하지만 속도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의 대응 추이를 보면서 제재하겠다며 멈추고 있는 상태다. 반대로 한국은 관광 중단을 포함한 불매 운동 카드로 일본이 예측하지 못한 빈 곳을 공략했고, 한국의 현재 기술로는 빠른 시간에 대체할 수 없다는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해서도, 일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대체함으로써, 아베 행정부와 일본의 반도체 소재 기업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한, 일간 현재 상황은 양보 없는 강공 破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모두 지속적으로 破 전략을 구사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엿 보인다. 먼저 양국의 자국 내 비판 여론이 부담이고, 소모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내심 破 전략을 거두기 위한 명분을 필요로 하는 시그널이 감지된다. 그렇다면 양국의 손실을 최소 할 수 있는 합리적 명분을 충족하는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은 한국의 성장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파(破) 전략을 꺼냈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에, 한국은 일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탈(脫) 일본을 명분으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파(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손자병법 모공 편 원문을 보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한번 이기고 한번 지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는 말이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일본은 물론 한반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변 강대국에 대해 확실히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해방정국 격동기에 유행했던 노랫말이 생각난다.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말라. 일본(놈) 일어선다’

저들이 누구든 한국을 상대로 파(破) 전략을 사용하는 순간, 상대방도 치명타를 입는다는 경각심을 주려면 네 가지 힘을 쥐어야 한다. 돈, 기술, 무기 그리고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정신이다. 이스라엘이 그런 나라에 가깝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