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한가운데 달, 한가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각나는 추석이 얼마 안남았다. 음력 팔월 보름을 의미하는 추석은 연중 으뜸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유교문화권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추석 차례를 준비하는데 정성을 다한다. 왜냐하면 마음을 다해 차례를 지내는 것은 조상을 잘 모시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후손에게 복을 잇기 위해서라도 추석 차례의 의미는 무척 크기에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

 

추석의 다른 이름, 한가위, 중추절

 

추석은 가배(嘉俳), 가위,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이며 가배는 가위를 이두식의 한자로 쓰는 말이다.

의미를 크게 두고 있는 명절인만큼 추석준비를 위해 집집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차례를 지내는 절차나 예법 하나하나에도 큰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를 비롯해서 차례를 지낼때의 여러 가지 예절을 다시한번 미리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석의 어원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추석’이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라 할 수 있다. 추석날 밤에는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하여 월석이라고도 한다. 중추절이라 하는 것은 가을을 초추(初秋), 중추(中秋), 종추(終秋)로 나누었을 때 추석이 음력 8월 중추에 해당하므로 붙은 이름이다.

 

큰절할 때 남좌여우

 

큰절을 할 때 남자는 왼손이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여자는 오른손이 올라간다. 이것을 ‘남좌여우(男左女右)’라고 한다. 왼쪽이 남자를 나타내고 오른쪽이 여자를 나타낸다는 뜻이다. 절을 할 때 길사시와 흉사시의 손의 위치가 다르다. 학자마다 의견이 조금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차례나 기제사는 자손이 번창해서 조상을 섬긴다는 의미로 길사로 보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추석 차례시에는 ‘남좌여우’ 즉, 남자는 왼손이 위로 올라가고 여자는 오른손이 올라간다.

 

 

남좌여우유래

 

우리의 민속이나 수상手相・풍수風水 등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남좌여우男左女右’는 음양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왼쪽은 양이고 오른쪽은 음이다. 즉, 남자는 왼쪽이 소중하고 여자는 오른쪽이 소중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서 세배나 차례를 지낼 때 남자는 왼손이 위로 가도록 하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도록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손과 손의 사이에 간격을 두지 않고 두손을 가지런하게 포개야 한다.

 

 

 

가족친지 모두 풍요로운 추석을 위한 서로간의 예절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들어서 명절 증후군을 앓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이들의 진학, 성적 문제 등이 대화의 주제가 되기 쉬운데 이것 역시 가족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뿐만 아니라 동서 가족의 경제력이나 직업 등의 비교가 누군가의 속을 뒤집어 놓을 수 있음을 기억하자.

 

 

가까운 관계일수록 조심스러운 화제 피하기

 

가족 친지관계일수록 경쟁적 갈등의 소지가 있는 주제는 되도록 대화중에 꺼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입으로 어느새 새어나와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세상의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입 또는 손까지의 거리가 아닐까 싶다.

 

증가하는 명절이혼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매년 명절을 보낸 직후, 이혼 신고 건수가 크게 증가한다고 한다. 이것을 일컬어‘명절이혼’이라고도 한다. 명절을 준비하고 보내면서 그동안 쌓였던 불평과 불만들이 명절 후에 터져서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하려면, 시댁과 아내 사이의 중간다리인 남편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고부갈등을 겪고 있는 아내가 극복할 수 있도록 남편의 노력도 함께 따라야 한다.

 

 

고부갈등 사이에서 배우자의 냉냉한 태도가 이혼의 씨앗

 

‘명절이혼’의 한 사례가 있다. 워킹맘인 B씨는 늦게까지 업무를 마치고 귀가했지만 쉴 수가 없었다. 얼마 안남은 추석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결혼 후 늘 그래왔듯이 남편의 도움 하나 없이 며칠동안 시댁제사준비를 했다. 잠자는 시간 쪼개서 하느라 몸은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그녀를 더 힘들게 한 것은 바로 시댁과 남편의 태도였다. 시어머니와 남편은 며느리로서 해야할 당연한 일들인데 너무 힘든 척 한다고 못마땅해했다. 몸은 몸대로 지쳐갔고 마음은 마음대로 시들어갔다. 결국, 시댁식구들에게 식모취급을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고 아쉽게도 이혼법정까지 가게 되었다. 주변을 보면 이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내의 명절증후군을 극복하게 해주는 힘

 

아내의 수고를 인정해주는 남편의 한마디는 힘이 세다. 명절준비로 몸이 천근만근으로 피곤해도 ‘고생이 많지?’ 라고 남편이 진심어린 한마디는 아내들에게는 그 어떤 안마기보다 시원함을 준다. 한발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명절준비를 같이 준비하는 신세대 남편들도 점점 늘어난다. 신세대 남편들은 ‘내가 뭐 도와 줄까?’라고 표현하지도 않는다. 왜냐면 명절준비는 아내의 일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해야 할 당연한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달빛이 가장 좋은 밤에는 특히 부부의 상호 배려

 

고생하는 아내에게는 남편 등 가족의 격려와 배려가 가장 큰 선물이다. 결국,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가족이 조금씩 일을 나누고 서로에게 조금 더 많은 배려를 함으로써 함께 치르는 축제라는 명절의 본뜻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올 추석에는 며느리를 포함해서모든 이에게 ‘달빛이 가장 좋은 밤’그리고 ‘행복이 밀려드는 날’로 기억되면 좋겠다.

 

명절증후군의 원인

 

이것은 명절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생기는 것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문화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으로 볼 수 있다. 사회문화적으로 볼 때 명절 때 모든 일의 부담이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현실이 명절 증후군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지인의 울분도 바로 이런 현실에서 비롯되는데 제사는 남편의 조상에게만 지내지만, 막상 몸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시댁 식구와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없는 며느리 즉 자신들이라는 것이다. 남편 자신들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자신들은 손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고 방에서 갖다 바치는 과일이나 먹으면서 TV보고 시시덕거리는 것처럼 느껴져 울화통이 치민다는 것이다.

 

 

남편과 시부모도 앓는 명절 증후군

 

사실 알고 보면, 명절증후군은 이 땅의 며느리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듯싶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로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이 영 편치 못한 이유는, 명절 때면 극도로 날카로워지는 아내의 기분을 어쩔 수 없이 맞추는 것이 무척 부담스럽고 뿐만 아니라 몸은 방에서 과일을 먹고 TV를 보고 있어도, 거의 신경은 밖의 아내에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아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밖에 나가서 아내를 도와주자니 부모님의 따가운 눈총이 아프고, 방에 앉아 있자니 후속타로 나올 아내의 신경질적인 잔소리가 뻔 하기에 가시방석이다. 명절 당일에 일이 터지지 않더라도 집에 돌아온 후에 아내와의 냉전 상태가 며칠씩 가는 경우가 많아 이제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자꾸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고 하는 남편이 많다. 뿐만 아니라 시골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가족들이 왔다가 쫙 빠져나갔을 때 느껴지는 서글픈 감정이 ‘명절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명절다운 명절을 보내는 방법

 

명절이 바로 이렇게 위험한 날이 되어가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아내와 자꾸 다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역시 기분이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지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칫 오해를 일으키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관계가 절단 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절다운 명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상대에 대한 배려가 핵심 열쇠다. 다시말해서 마음의 병을 키울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대안을 찾아보도록 하자.

 

가족친지들과 함께하는 전통놀이

 

어떤 가족들은 명절 때 편을 갈라서 고스톱이나 윷놀이로 내기를 해서 진 이은 상차리기나 설거지하기, 심부름하기 등 여러 가지 명목을 붙여서 일을 나눠서 하는 방법이다. 며느리 입장에서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여자들의 일 부담을 줄이면서 가족들 모두가 명절 준비에 참여함으로써 가족 공동구성원으로서의 유대감도 키울 수 있지 싶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한다. 이번 추석에는 엇비슷한 행복한 가족들처럼, 우리모두 보름달처럼 웃을 수 있는 명절로 꽃피워보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