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10년만 젊었다면, 일류 대학교 1학년이라면,



대기업 신입사원이라면,



미국 최고의 대학원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하러 가는 중이라면,



로또 복권150억 원에 당첨되었다면…”





“암 선고를 받은 채 3개월의 시한부 인생임을 지금 알았다면,

지금, 교통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면,



남아프리카의 빈곤층에 태어나 하루 우유 한 잔 마시는 것도 버거운 어린 아이로써 에이즈에 걸렸다면…”





귀하는 현재 어느 상황이기를 원하십니까? 차라리 “만약, ~이라면”의 조건부 상황에 비해 선물을 받은 현재(Present)가 더욱 고마울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견디기 어려운 요즘일 수 있지만, 자기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이거나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해 일정기간 참아야 하는 사정이라면 “만약(If only)”이라는 글귀는 생각하지 않는 게 훨씬 현명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고 새로운 변신의 길을 걷고 있는 40대 중반을 넘긴 사람으로써, 과거의 상황을 연상하며 “내가 만약 ~이라면”의 상황을 재연하고자 합니다. 물론, 독자들은 현재로부터 출발할 것을 권합니다.



지금 이 시간은, 과거로부터 만들어진 현재가 아니라 미래로 가기 위한 현재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유는 미래를 위한 것이지 추억을 더듬기 위한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이하 경어문체 생략)







1. 내가 만약, 신입사원이거나 30대 초반의 경력사원이라면,





우선, 사무실 책상 위에 두꺼운 책 3권을 사다 놓겠다. 국어사전, 영어사전, 옥편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의문이 들거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는 언어에 대해서는 컴퓨터 스위치를 누르고 인터넷을 열고 뒤지는 시간을 절약하여, 즉시 사전을 펼쳐 길고 지루한 설명을 읽어 내려 가며 고개를 끄덕이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



검토 문서를 기안하거나 외부에서 보내온 공문서를 읽다가 모르는 어휘를 발견하면 지체 없이 옥편과 국어사전을 펼쳐 어원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파생한 주변 의미를 파악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겠다. 말과 글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행간(行間)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업무처리 지침서와 회사 규정을 참고하면서, 관계법령이나 시행규칙을 뒤져 보면서 모르는 한자나 어색한 표현을 발견하면 반드시 찾아 보고 확인하면서 “작은 것에 충실한 습관”을 길러 나가고 싶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영자신문을 사거나 서너 달에 한 권씩은 원서를 사겠다. 매일 곁에 두고 모든 지면을 읽을 시간은 없지만, 가끔 펼쳐 보면서 아는 단어가 잊혀지지 않도록 하거나 생소한 의미를 알아 가는 버릇을 유지하고 싶다. 신문을 읽을 때에도 정치나 사회, 스포츠 기사보다는 해외 특파원이나 전문경영자들의 칼럼을 읽으면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정리하는 기회로 삼겠다. 미국과 유럽, 중국의 경제 기술면을 살펴 보면서 세상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자 한다.



일년에 서너 달은 아침 저녁으로 학원을 다니면서 외국어를 공부하겠다. 등록해 놓고 바쁘다는 이유로 반도 출석하지 못하거나 실력이 부쩍 늘지 않을지언정 할 수 있는데 까지 부지런히 공부하면서 현재의 어학실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애쓰는 자세를 유지시키고 싶다. 늘 해야겠다고 망설이고 결심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습관이라는 걸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다만 몇 달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





2. 내가 만약,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봄 가을엔 한두 번씩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을 들러 보겠다. 방송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티켓을 사고 연극이나 뮤지컬을 예매하겠다. 회식이 있는 날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에도 가끔은 선약이 있다고 둘러 대면서 대여섯 명이 연주하는 현악기의 선율을 음미해 보고, 다양한 악기의 화음을 엮어 내는 협주곡과 교향곡을 들으면서 연주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싶다.



유명한 작곡가의 합창도 들어 보고 이름없는 예술가의 신들린 춤사위에 어깨도 들썩거리고 싶다. 째즈 바에 들러 음악과 와인의 조화로운 감칠맛도 느끼면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건강”에 대해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 때로는 서점에 들러 직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모짜르트 평전이나 소크라테스 평전을 사고 싶다. 역사적으로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520여년 전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다.



호기심을 갖고 감성을 높이는 방법을 배우고 창조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법을 읽으면서 감탄하고 싶다. 길거리에서 낡은 고서(古書) 한 권을 사 들고 돌아 오는 기쁨은 인터넷에서 보지도 않고 사는 책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경영 경제 서적을 읽다가도 역사와 철학 책도 한두 권 읽고 싶다. 늘 바쁘다고 하면서 맥없이 TV앞에 앉아 있는 시간과 쓸모 없는 걸 찾는답시고 인터넷을 뒤지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



종사하고 있는 분야의 전문지식을 남들만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 있는 영혼이 메마르지 않도록 하는 것도 내 몸에 대한 의무이며 예의라고 생각한다. 인간으로써의 의무를 조금이라도 이행하기 위해 마음과 가슴에 제 3의 영양소 공급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겠다. 일년에 한두 번은 핑계를 대고 갑자기 결근을 하면서까지 먼 곳으로 여행을 가겠다.



남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일하는 시간에 뜻밖의 한가함을 혼자 즐기면서 자신의 초라함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시간을 만들어 보겠다. 생각하는 즐거움과 상상력의 가치를 마음껏 발휘하면서 조용한 곳에서 “혼자 울고 혼자 웃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3. 내가 만약, 직장인이라면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던 먼저 다가 가 웃으면서 인사하겠다.



두둑한 지갑은 아니지만 명함은 충분히 넣어 갖고 다니겠다. 받은 명함은 별도 파일에 정리해 놓고 그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는데 3일이 지나지 않도록 하겠다. 술자리가 아니더라도 만남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며, 각종 세미나와 모임에 참석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사귀겠다.



서너 개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자신을 소개하고 좋은 인맥을 형성하면서 그들 기억에 좋은 친구로 남고 싶다. 누군가에게 내가 하는 일이 도움이 된다면,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기꺼이 나서서 도와 주겠다. 나 자신이 행복하고 만족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63억 인구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가족으로써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면 그 가치를 발휘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상사와의 갈등을 풀기 위해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겠지만,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은 정확히 전달하겠다. 부하직원이니까 해야 할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써 서로의 발전을 위해 생각과 의견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속내를 털어 놓고 싶다. 설령 그러다가 한 대 맞는 일이 있거나 배신을 당해 서운한 마음이 들게 되더라도 시험에 들겠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저지르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더 오래 간다는 걸 아는 이상, 한 살이라도 더 젊은 시절에 하고픈 일은 모두 해 보고 싶다. 물론 도움이 되고 안 되는 것의 판단은 좀 더 많은 경험과 지혜를 필요로 하겠지만, 연습이라고 생각하면서 손해도 감내할 자세도 필요하겠지만, 더 늙은 훗날에 후회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 보아야 하고 어떤 경험을 피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땀과 눈물, 그리고 피의 대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



내가 만약 10년만 젊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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