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사람마다 힘들어 한다.



뭔가 다른 길을 찾고 싶어한다. 어디론가 더 좋은 곳을 찾아 보려고 애쓴다. 늘 부족함을 느끼며 갈망하고 있다. 발전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현실 도피를 위한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정년이 없어지고, 45세가 되면 정년이라고(사오정), 56세까지 남아 있으면 도둑이라고(오륙도) 하며 애써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젊은이들은 말과 행동에 깊이가 없다고 하고, 나이 든 사람은 퇴출의 대상이라고 하면서, 억지로 살아 가는 듯한 모습으로 웃음을 잃는다. 정치판, 벤처기업, 대기업, 유통분야, 굴뚝산업 등 직무의 형태와 산업의 종류를 막론하고 “이 바닥이 원래 그래” 라고 하면서 자조 섞인 대화가 오고 간다.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가?





나이와 직무에 관계없이, 열정과 정성을 다하여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직장을 자기실현의 장(場)으로 여기며, 전공과 적성의 벽을 뛰어 넘으며, 몸담고 있는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인재들로 커가는 직장인들 또한 얼마든지 있다.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으며,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앞장서서 꾸중 들어 가며, 닥치는 문제마다 몸과 마음을 모두 풀어 헤쳐 가며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그들의 모습은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누구를 따를 것인가?





요즘, “문화와 코드”라는 말이 유행이다. 태어날 때부터 들어 온 “과도기와 교훈”이란 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슬픈 일이다. 무식하고 게으른 위정자들이 국민을 하향 평준화하면서, 지도력이 없는 지도자들이 자리를 차고 앉아 목숨을 부지하는 역사는 반복되면서, 막연한 상상과 느낌으로 사실이 왜곡되는 사회현상에서 직장인들의 불안심리는 확산되고 있다.





그야말로 직장인의 존재 가치가 재평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이대로 흘러 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 현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현실은 개선될 수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오늘날과 같은 기업문화를 이루기 위해 선구자들이 피를 흘리며 경제력을 키워 온 것은 아닐 게다.





나아지길 바라면서 아무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집단적 이기주의와 개인의 욕구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현상은 모두에게 손실이다. 국가 경쟁력과 기업 문화는 누가 만들어 주거나 어디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구성원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업 문화를 형성하는 요소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생산성과 사업실적은 최고 경영자의 의지만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조직구성원의 감정과 얼굴 표정, 그들의 걸음걸이, 주고 받는 언어의 수준과 내용, 근로에 대한 보상 방법과 그에 대한 이해, 격려와 칭찬을 꾸중과 가르침으로 구분할 줄 아는 분별력 등 많은 요소들이 기업 가치로 나타난다.





그래서 직장인은 많은 것들에 대해 학습하고 경험하고 있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칠 게 아니라 좋은 것을 올바르게 교육시켜야 한다. 가르치는 것과 교육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쉽고 재미있게, 간단하고 편한 것을 가르칠 게 아니라, 어렵고 복잡한 것을 힘들게 배우는 방법과 이유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자극을 주어야 한다. 강하게 키워야 한다.



객관식과 단답형, 사지 선다형 문제를 풀면서, 남이 문제를 풀어 내는 문제를 구경하면서 자란 신세대들의 생각이 신선한 창의력으로 위장되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무능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약삭빠르고 잔꾀가 많은 젊은이에게 희생과 봉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잔소리 하기 싫고 외면당하는 게 두려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업무성과를 올리려고 하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돈을 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만난 고객에게 웃음을 건네며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일이나 동료 직원간에 식사를 하면서 수준 높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그리 쉽게 배워지는 게 아니다. 많이 배우지 못해 스스로 힘이 약하다고 느끼면서 타인과의 만남을 기피하는 직원에게 정성과 사랑을 전달하며 인간적인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술과 방법은 배울 수 있고 가르칠 수 있지만, 인격과 품성은 한 두 시간의 특강으로 가르쳐 지는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 깨우침을 주고 행동의 변화를 줄 수 있는 능력은 깊이 있는 정신적 지주와 올바른 태도가 앞설 때에만 인정 받게 되는 것이다.





미래의 리더에겐 감성과 카리스마가 공존해야 한다.



직장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일터이다. 돈을 벌어 부를 축적하고 승진해서 명예를 얻기 위해 직장이 필요한 건 아니다. 먼 훗날 개인사업을 하기 위해 사람 만나는 연습을 하고, 각종 지적 자산의 관리 방법을 배우고, 기능을 연마하기 위해 머무는 곳이 직장은 아니다. 이론으로 배운 것을 시험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으며, 갈등과 고민 속에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 직장이다.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언어를 배우거나 의존적이고 소심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해로운가를 느끼게 해 주는 곳이 조직사회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면서 자신과 타인에게 다양한 배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곳이 직장이다. 그래서 “기업은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이라고 잭 웰치는 말한다.





그런 학습의 장(場)이 요즘 더욱 흔들리고 있다.



그 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흔들리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 나약해지고 있다.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그러지 않아야 한다. 85%의 구성원이 불안해 하고, 항상 떠날 준비를 하고, 마음이 들 떠 있는 조직이라면 어떻게 이 사회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관공서에 있든, 비영리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든, 무너질 것 같은 작은 회사에 머물고 있든,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늘 떠나고 싶었지만, 정말 떠나야 할 때 존재의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서는 현실을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무시당하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말과 글을 바르게 배워야 한다. 생각은 많은데 표현을 못한다는 이야기는 생각이 부족하거나 속에 들어있는 수준이 형편없다는 뜻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고 바르게 전달하는 것은 단순한 의사표현능력의 수준 이상의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의 열정과 노력이 결집된 학습의 결과이다. 바른 말과 글을 배우려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한다. 읽기 쉽고 넘기기 편한 책이 아니라 눈을 비벼 가며 졸면서 읽어야 하는 책을 선택해야 한다. 전철과 버스를 기다리며 책장을 넘겨야 한다. 촌음을 아껴 가며 머리 속에 값진 단어를 집어 넣어야 한다. 종사하고 있는 전문분야와 관련이 없다고 느껴지는 책에도 과감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만나는 사람에게 정성을 쏟아야 한다. 형식적인 웃음이 새어 나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아야 한다. 작은 선물을 받고 한 줄의 인사말도 전하지 않는 무성의가 상대방의 뇌리에 기억되지 않아야 한다. 좋은 메일이나 메모를 전달 받고도 간단한 전화 한 통 걸지 않는 무례함이 쌓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말하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일 줄도 모르면서 타인의 관심이나 존경을 바란다는 것은 무식한 동물의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고 하면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고 하면서, 요즘 너무 바빴다고 하면서, TV 앞에서, 신문 펴 놓고 저녁시간을 다 보내고, 산과 들로 돌아 다니며 공기오염과 환경오염을 더해가는 동안, 직장인의 가치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외국어도 배워야 하고,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사람도 많이 사귀어야 하고, 회사 일도 잘 해야 하고, 가정에서도 인정 받고 싶고, 친구들도 놓치지 않아야 하고, 운동도 골고루 해서 건강을 지켜야 하고, 돈도 모아 두어야 하고, 정말 해야 할게 너무 많다. 그러면서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요즘들어 이해집단 조직간에 갈등과 불화가 유난히 잦아지는 이유 중에 몇 가지는 말과 글의 표현 능력이 부족하고 인간에 대한 정성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