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사상 첫 일본 출신 사령탑…'지한파' 감독 선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어떤 때에도 포기하지 않는 팀 컬러 만들 것"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 "감독님 말고 '오기상'이라 불러달라"
일본 출신으로는 최초로 한국 프로배구 남자부 지휘봉을 잡은 OK금융그룹 신임 사령탑 오기노 마사지(53) 감독이 취임식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 팀 컬러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기노 감독은 7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OK금융그룹은 수비가 부족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강화해서 어떤 때라도 포기하지 않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하며 일본 국가대표팀을 굳게 지킨 오기노 감독은 국제 대회에서 여러 차례 한국과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2010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는 일본 리그 산토리 선버즈 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고,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세 차례 나섰던 그는 한국 배구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인정받아 OK금융그룹 3대 사령탑에 올랐다.

OK금융그룹은 처음부터 외국인 감독 선임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후보군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한국 배구에 대한 이해도와 팀에 부족한 기본기와 수비 조직력을 채워 줄 적임자로 오기노 감독을 낙점했다.

오기노 감독은 "선수들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 '감독님' 말고 '오기상'이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혀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팀 체질을 개선해 우승에 도전할 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오기노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 "감독님 말고 '오기상'이라 불러달라"
-- 한국 배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 한국에 좋은 팀들이 많다.

특히 수비가 좋다고 생각한다.

OK금융그룹이 그중에서는 디펜스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 한국 배구와 인연은 어떤지.
▲ 국가대표팀에서 한국 팀과 많은 경기를 해왔다.

한국배구연맹 워크숍 갔을 때 반가운 얼굴을 많이 봤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움을 느꼈다.

일본 대표팀과 한국 대표팀이 경기했을 때 접전도 많았고, 저는 일본 선수였지만 한국 선수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선수 생활에 임했다.

-- 한국 배구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 OK금융그룹은 좋은 팀이다.

일본에서 봤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다.

부족한 부분을 제가 경험한 선수 생활과 지도자 경험을 이 팀에 쏟아부어서 좋은 팀으로 만들고자 결심했다.

-- 한국 배구인 가운데 친분 있는 사람이 있다면.
▲ 최태웅 감독이다.

현역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다.

워크숍에서 만났을 때 포옹했을 정도다.

바로 만나서 연습경기 어떻게 할지 이야기도 나눴다.

저도 나이가 들었지만, 저보다 선배인 강만수 전 감독이나 김호철 감독, 신영철 감독 등 한국 배구인과 만나서 좋았다.

다른 팀 감독들도 선수 시절 많이 만났다.

그런 사람들과 대결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 "감독님 말고 '오기상'이라 불러달라"
-- 구단 최초의 외국인 감독인데, 리더십을 어떤 방향으로 발휘할 것인가.

▲ 연습 때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선수가 주체이고, 어려울 때 조언하는 게 감독 역할이다.

우리 팀에는 성장 가능성 있는 선수가 많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조언할 수 있는 감독이 되면 좋겠다.

-- 코치진 구성 계획은.
▲ 이번에 새로 코치가 된 황동일 코치는 구단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구단이 플레잉 코치 제의할 정도로 신경 썼다.

제대로 코치로 일하고 싶다고 해서 채용했다.

세터 출신이니 세터 맞춤형 코치로 기용할 예정이다.

일본부터 10년 넘게 함께 했던 란시니 제이미 안토니오 훈련 코치를 브라질에서 불렀다.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 구단에 영입을 요청했다.

제이미는 브라질 클럽에서도 실적이 있고, 산토리에서 10년 동안 함께 했다.

앞으로 새로운 걸 해나갈 예정인데 거기에 맞춰 체력 코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제이미 코치를 영입해서 선수들의 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 일본과 한국 배구 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크게 다른 점은 일본은 기업 스포츠이고, 한국은 프로 스포츠다.

한국은 연습할 때 프로 의식이 굉장히 높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

일본 선수 의식이 낮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한국 선수의 프로 의식을 높게 평가한다.

배구 스킬에 관해서는 일본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있다.

한국 선수도 거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들을 OK금융그룹에 전수해서 기술을 향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일본 선수와 비교하면 체격 조건은 한국 선수가 낫다.

기술 흡수가 잘 된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 "감독님 말고 '오기상'이라 불러달라"
-- 구체적으로 어떤 배구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 기본적으로 수비를 이야기하자면, 블로킹과 디그 수비 위치에 대한 시스템 연습을 많이 한다.

상황에 따른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 (훈련 때부터) 심박수를 많이 올리고, 경기 상황을 만드는 것에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준비해서 훈련에서 준비한 대로 경기에서 보여주도록 준비 중이다.

-- 아시아선수권에서 최근 산토리 선버즈가 대한항공과 경기했는데 산토리 외국인 공격수 드미트리 무셜스키가 대한항공을 '일본 리그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했다.

▲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직접 참가하지 않았고, 결과만 봤다.

대한항공 전력이 100%가 아니었고, 외국인 선수도 없었다고 들었다.

아시아선수권만으로 그 팀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사를 봤을 때 같은 배구인으로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한항공은 한국을 대표해서 나갔고,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 우승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당장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다.

지난 시즌 간발의 차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못 해서 선수단 내에서 아쉬워하는 마음이 크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한 시즌을 치를 것이다.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 "감독님 말고 '오기상'이라 불러달라"
-- 일본에서도 감독했던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인연이 있다면.
▲ 솔직히 틸리카이넨 감독과 특별한 인연은 없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한국에 있다는 걸 안 지도 얼마 안 됐다.

만났을 때는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한국 생활은 선배라 그건 존경심을 가질 거고, 연습경기를 통해 그의 장점을 훔치고 싶다.

-- OK금융그룹에서 해외 리그에 도전해보면 좋겠다 싶은 선수가 있다면.
▲ 베테랑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조국기 선수가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한다.

서브 리시브에서 기대된다.

세터 이민규도 기대된다.

키도 크고 토스도 워낙 좋다.

부상이 있는 게 조금 걱정이긴 하다.

해외에 나갈 선수를 많이 육성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 한국 남자배구가 국제대회 성적이 안 나와서 고민이다.

일본은 선전을 이어가는데 원동력이 있다면.
▲ 자세한 건 잘 몰라도, 일본은 서브와 공격 조합 그리고 낮은 토스가 잘 통한다고 본다.

모든 공격수가 균등하게 파이프(중앙 후위 공격) 공격을 쓸 수 있는 조합이 좋다고 생각한다.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 "감독님 말고 '오기상'이라 불러달라"
-- 선수에게 당부한 점이 있다면.
▲ 감독이라는 호칭을 부르지 말라고 팀 내 규칙을 정했다.

여러분도 '오기상'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그러면 더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항상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그래서 존댓말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할 때는 제대로 해야겠지만, 친근한 의사소통을 강조한다.

지난달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선수단 스킨십을 위해 노력했다.

어깨를 두드려주고 하이 파이브 했다.

언제든 감독이 나를 보고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연습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한다고 생각한다.

-- 배구 철학이 궁금하다.

▲ 배구는 팀 스포츠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다.

서로 도움이 필요하고, 희생도 필요하다.

그래서 선수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

수비력 강화를 생각하고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어떤 때에도 포기하지 않는 팀 컬러를 만들어 나가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