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뛰는 알나스르·메시 노리는 알힐랄·우승팀 알이티하드 등
사우디국부펀드, 자국 축구팀 4곳 지분 75% 확보…투자 본격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는 알나스르 등 자국 4팀 지분 75%를 동시에 확보하는 프로젝트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자국 프로축구 리그 부흥을 목표로 호날두와 같은 스타 선수 영입 등 아낌없는 투자를 장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A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체육부는 5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PIF가 향후 알나스르, 알힐랄, 알이티하드, 알아흘리의 지분 75%를 보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자금 규모 6천억달러(약 784조원)의 PIF가 4팀의 지배권을 쥐고 선수 영입 등과 관련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 등으로 선수 영입에 돈을 쓰는 데 한계가 있는 유럽축구연맹(UEFA) 소속 구단과 달리 사우디 팀들은 이런 제한이 없다.

PIF의 자금력을 등에 업고, 스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경쟁하는 유럽팀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금전적 조건을 제시할 행정적 기반이 마련됐다.

PIF가 4팀에 대한 통제권을 쥐면서 국가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의중에 따라 스타 선수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사우디 리그에 데려올 가능성도 커졌다.

사우디국부펀드, 자국 축구팀 4곳 지분 75% 확보…투자 본격화
타 리그에서 선수 영입을 협상 당사자인 구단 한 곳이 결정했다면, 사우디에서는 최소 4팀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PIF가 '중앙집권식' 방식으로 영입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 발표에 앞서 지난 2일 뉴욕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 PIF가 4개 구단과 계약해 팀당 3명씩 총 12명의 세계 정상급 선수를 사우디 리그로 데려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알나스르는 지난해 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결별한 호날두를 데려오는 데 성공하며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1년간 호날두가 수령하는 금액이 2천7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장현수가 뛰는 알힐랄은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을 떠난 리오넬 메시 영입을 타진 중이다.

메시가 제안받은 연봉은 호날두의 배가 넘는 5천700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호날두가 활약한 알나스르를 2위로 밀어내고 올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 알이티하드는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공격수였던 카림 벤제마의 차기 행선지로 지목된 클럽이다.

알아흘리는 올 시즌 사우디 2부리그에서 1위를 차지, 승격해 다음 시즌부터 1부에서 경쟁한다.

이와 관련, 사우디 국영 통신사 SPA는 "사우디 프로축구 리그를 세계 10대 리그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해설했다.

사우디국부펀드, 자국 축구팀 4곳 지분 75% 확보…투자 본격화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연간 리그 수익을 현재 1천600억원가량 수준에서 2030년에 약 6천300억원 규모로 키우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리그 자체의 시장 가치도 현 1조원가량에서 2030년 2조8천억원 규모로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사우디 리그는 2022년 기준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산하에서 1위다.

일본 J리그와 우리나라 K리그가 2, 3위다.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의 지휘 아래 국가 경제에서 석유 산업 비중을 낮추는 게 골자인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가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3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유치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사우디 관광부는 지난해 11월 말 그리스, 이집트와 2030 월드컵 공동 유치를 원한다고 언론에 밝혔다가, 공식 유치안은 아직이라고 하루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이미 PIF는 컨소시엄을 꾸려 2021년 10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을 3억500만 파운드(5천6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사우디 자본의 지원을 받은 뉴캐슬은 2022-2023시즌을 4위로 마쳐 20년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UCL)행 티켓을 따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