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여자 선수들 좋은 성적 너무 기뻐"
진종오·김연경·이대훈에는 "선의의 경쟁으로 IOC 선수위원 꼭 당선되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AG, 올림픽까지 좋은 기운 이어지길"
"자신감도 얻고, 숙제도 얻어갑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내년 파리올림픽까지 좋은 기운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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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8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개인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한국 탁구대표팀과 동행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은 25일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 조(세계랭킹 12위)가 여자복식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여자 개인전 단·복식 전체에서 30년 만에 은메달을 획득한 것에 대해서는 "계속 도전하는데 성적이 안 나와 아픈 손가락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이번에 좋은 결과를 내 너무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와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서는 "지도자들에게 맡기고 간섭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한국 탁구 부흥을 위해 안으로는 선수의 경기력에, 밖으로는 탁구에 대한 국민 관심 제고와 유소년 발굴, 생활체육 발전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관심을 보인 진종오(사격), 김연경(배구), 이대훈(태권도)에게는 "한국 대표로 선발된다면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선거에 필요한 환경 조성을 위해 모든 걸 다 동원해 돕겠다"며 "잘 경쟁해서 꼭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유 회장은 "9월에 차례로 열리는 2023 평창 아시아선수권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내년 부산 세계선수권대회와 파리 올림픽까지 탁구 팬들이 기다리는 메이저 이벤트가 연속해서 열린다"며 "경기장에 직접 찾아오셔서 선수들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유 회장과 일문일답.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AG, 올림픽까지 좋은 기운 이어지길"
-- 2023 더반 개인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과가 많이 나왔는데 소감은.
▲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우선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고맙다.

단체전은 단식 4게임과 복식 1게임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복식에서의 좋은 성적이 단체전에 굉장히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다만 혼합복식에서 숙제를 얻은 것 같다.

혼합복식은 올림픽 종목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숙제도 안고 가지만, 자신감도 얻고 간다.

-- 여자복식 선수들이 은메달을 따며 역사적인 기록을 썼을 때 유 회장도 함께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들과 가깝고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

▲ 여자 선수들이 아픈 손가락 같은 느낌이 있었다.

계속 도전하는데 성적이 안 나오니 남자에 비해 소외되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이번에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선수들과의 소통은 저의 강점이다.

더반에 오기 전에 서효원(한국마사회)이 초콜릿을 먹고 싶다며 사오라고 해서 사갔고 인터뷰에서 '초콜릿 덕분에 이겼다'고 말해 달라고 농담할 정도로 편한 사이다.

지도자, 집행부, 선수단장들과도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것 같고, 경기력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편한 선수-지도자 관계를 지원할 생각이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AG, 올림픽까지 좋은 기운 이어지길"
-- 선수들이 잘한 것도 있지만, 대진운이 좋기도 했다.

냉정하게 한국 탁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일단 우리 탁구는 남자는 4강권, 여자는 8강권이라고 생각한다.

운과 실력이 같이 가야 하는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치고 나가는 힘이 생겨야 한다.

대진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다.

아쉬운 점은 혼합복식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 조(7위)가 일본의 하야타 히나-하리모토 도모카즈 조(2위)를 만나 0-3으로 졌는데, 경기 내용은 좋았다는 점에서 그들을 이겨냈다면 좀 더 자신감을 얻어갈 수 있었을 것 같다.

-- 유 회장은 2004 아테네 올림픽의 영웅인데, 그때 생각이 많이 나는지.
▲ 벌써 20년이 흘렀다.

그때 장면이 생생히 생각나는데, 지금은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 뒤에서 선수들을 서포트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 현재까지 선수단 기량과 성적을 봤을 때 9월 아시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내년 파리올림픽 전망은.
▲ 아시안게임도 중국 때문에 늘 힘들었다.

또 일본, 대만, 홍콩 등 세계 톱 5가 다 아시아에 있어서 결코 쉽지만은 않다.

또 세계선수권 멤버와 아시안게임 멤버가 다른데, 다시 호흡을 맞춰 훈련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더 좋은 성적이 날 수도 있지만 더 안 좋은 성적이 나올 수도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에 평창에서 아시아선수권이 열린다.

역대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대회에 강했고, 그 대회에서 해외대회까지 연결돼 좋은 성적이 났다.

지금 출발이 좋았으니 아시아선수권에서 더 잘해주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까지 기운이 이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AG, 올림픽까지 좋은 기운 이어지길"
-- 내년에는 부산에서 열리는 단체전 세계선수권대회와 파리올림픽이 있다.

성적까지 잘 따라온다면 탁구 재부흥의 원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기대도 있고 부담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준비를 더 할 생각인가.

▲ 내가 뒤에서 떠들 수도 있지만, 지도자들에게 맡기고 간섭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와 지도자들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

내 역할은 한국 탁구 부흥에 힘쓰는 것이다.

내년은 안으로는 선수의 경기력에 신경 쓰고 밖으로는 탁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 제고와 유소년 발굴, 생활체육 발전도 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부담도 있지만 이겨내야 한다.

-- 2020년 11월 정식으로 협회장에 취임했는데 어떤 일을 해왔나.

▲ 우선 프로 리그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고, 대표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생활체육 발전, 다양한 스폰서십 유치를 통한 재정 자립 등에 힘썼다.

-- IOC 선수위원이 되기 위해 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의지를 밝혔다.

현직 위원으로서 IOC 위원이 갖춰야 할 덕목이란.
▲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IOC 위원이라는 가치 있는 자리에서 스포츠를 위해 일하고 싶다면 위원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 사격 진종오, 배구 김연경, 태권도 이대훈 등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이들이 조언을 구하기도 하나.

▲ 진종오 선수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행사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눴다.

김연경 선수도 한 번씩 연락 와서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이대훈 선수는 사실 더반에 오기 전에 만났는데, IOC 위원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세 선수 모두 우리나라 보물이자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하기 바란다.

세 선수에게 공통적으로 '누구 한 명을 티 나게 도울 수는 없지만, 한국 대표로 뽑히면 그때는 모든 걸 다 동원해서 돕겠다'고 했다.

선거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건 경험이 있으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굉장히 이름 있는 선수들이 꿈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잘 경쟁해서 꼭 당선됐으면 좋겠다.

-- 최근 축구계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을 두고 스포츠외교력이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그건 단편적이라고 생각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멀리 가서는 2002 한일 월드컵까지, 대한민국만큼 국제대회 유치에 열정적이고 유치 성공률이 높은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치에 실패할 때마다 그런 지적을 받으니 외교 현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부분 또한 우리가 더 강력한 구조를 갖추고 노력한다면 좀 더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탁구가 국민스포츠로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기쁨과 희로애락을 드렸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성적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올해는 세계선수권대회를 필두로 평창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내년 대한민국 최초로 열리는 부산 단체전 세계선수권대회, 파리올림픽까지 탁구 팬들이 기다리시는 메이저 이벤트가 연속해서 열린다.

경기장에 직접 찾아오셔서 선수들을 근거리에서 응원해주시면 힘이 될 것 같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