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징동 게이밍 정글러 카나비(서진혁) (제공=라이엇게임즈)
징동 게이밍 정글러 카나비(서진혁) (제공=라이엇게임즈)
중국 리그오브레전드 리그 LPL의 2023 스프링 시즌 우승 팀인 징동 게이밍(JDG)이 한국리그 LCK의 T1을 꺾고 2023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결승전에 먼저 이름을 올렸다. JDG는 지난 18일 펼쳐진 브래킷 스테이지 상위 3라운드 경기에서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T1을 세트스코어 3 대 2로 잡아냈다. 2022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1세트를 잡아내며 좋은 시작을 보였던 JDG는 2, 3세트를 연이어 내주며 코너에 몰렸다. 하지만 4세트 정글러 카나비(서진혁)를 필두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반격에 나섰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가 후반 대형 오브젝트 한타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30분경 드래곤을 놓고 벌어진 한타에서 JDG가 T1 정글러인 오너(문현준)을 잡아냈다. 하지만 상대방의 체력을 많이 줄였다고 판단한 T1은 오히려 내셔 남작(바론) 공략을 시도했다. 그러나 JDG 역시 이를 의식하고 빠르게 전장에 합류했다. 인원수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T1이 기습적인 선공으로 카나비를 노렸지만 그웬의 궁극기가 없는 등 딜이 부족했고 결국 JDG에게 역으로 모두 잡히고 바론마저 내주게 됐다.

바론을 얻은 JDG는 끊임없이 T1의 타워를 공략하며 압박했다. T1은 탑 라이너인 제우스(최우제)를 상대방 뒤편으로 몰래 보내며 기습을 시도했지만 JDG의 원거리 딜러인 룰러(박재혁)가 이를 회피하며 한타에서 승리했고 그대로 35분경 넥서스를 파괴하며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지었다.
징동 게이밍 원거리 딜러 룰러(박재혁) (제공=라이엇게임즈)
징동 게이밍 원거리 딜러 룰러(박재혁) (제공=라이엇게임즈)
5세트까지 가는 접전에서 돋보였던 건 ‘카나비의 무력’이다. 이날 카나비는 오공을 선택한 1세트를 승리로 이끌며 기세를 가져왔고, 코너에 몰린 4세트에도 다시 한번 오공을 꺼내 활약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세트 2킬 0데스 11어시스트, 4세트 6킬 0데스 9어시스트로 단 한 번도 죽지 않는 등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특히 4세트 19분경 세 번째 드래곤을 놓고 벌어진 두 팀의 한타에서 카나비의 공격성이 빛을 발했다. T1이 페이커(이상혁)와 제우스의 협공으로 JDG의 핵심 딜러인 룰러를 잡아내며 불리하게 시작된 장면에서 카나비는 과감하게 상대 딜러인 구마유시(이민형)에게 돌진했다. 이를 통해 구마유시는 물론 오너까지 제압하며 상대의 딜러를 역으로 모두 잡아냈다. 결국 탱커밖에 남지 않은 T1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JDG는 그 사이 T1의 미드 1차 포탑을 철거하고 용까지 챙기며 승기를 잡았다.

오는 21일 열리는 결승전에 먼저 선착한 JDG는 오늘 펼쳐질 T1과 중국리그 2번 시드 비리비리 게이밍(BLG)의 브래킷 하위 4라운드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만약 결승에서 JDG가 승리한다면 국제 대회 첫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이 경우 룰러는 LCK와 LPL, 롤드컵에 이어 MSI까지 주요 대회 우승컵을 모두 들어 올리게 된다. 또한 LPL이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MSI 우승을 이어가게 된다. LCK가 MSI 우승컵 탈환의 희망을 살리기 위해선 T1이 오늘 반드시 BLG를 잡아내야 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