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단신에 시력 문제까지…훈련으로 극복
아시아선수권 동메달 이어 AG 출전권 획득…여자 레슬링 단비
작은 키로 좌절했던 태권소녀 천미란, 레슬링 간판으로 우뚝
한국 여자 레슬링의 차세대 간판 천미란(삼성생명)은 충주북여중 재학시절 촉망받는 태권도 선수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언니들을 모두 제치고 전국소년체전 출전권을 따냈을 정도로 수준급 기량을 자랑했다.

악바리 같은 끈질김과 남다른 승리욕, 빠른 스피드로 무장한 천미란은 큰 기대를 받았다.

천미란은 자신감이 차고 넘쳤다.

그는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미란은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발견했다.

152㎝의 작은 키가 문제였다.

천미란은 "전국 대회에서 신장 차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웠다"며 "다리찢기를 아무리 해도 상대 선수 어깨 위로는 다리가 올라가지 않더라. 절망스러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부모님과 여러 군데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같았다.

천미란은 "성장판이 닫혔다고 했다.

키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운동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며 "당시 오빠가 레슬링을 배웠는데, 종목 특성상 신장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레슬링으로 전향한 이유"라고 밝혔다.

천미란은 중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레슬링에 뛰어들었다.

훈련 강도는 태권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천미란은 행복했다.

그는 "레슬링은 신체조건과 관계없이 훈련한 만큼 성과가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천미란의 단단한 체격 조건은 태권도에서 불리했지만, 레슬링에선 오히려 유리했다.

그는 무게 중심을 낮게 잡고 상대 하체를 노리는 태클 기술을 연마했다.

작은 키로 좌절했던 태권소녀 천미란, 레슬링 간판으로 우뚝
천미란은 금세 '전국구' 선수로 발돋움했다.

불모지인 한국 여자 레슬링에서도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재목이 나왔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천미란은 큰 고난을 다시 겪었다.

눈이 문제였다.

그는 "근시와 난시가 복합적으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레슬링 선수에게 좋지 않은 시력은 치명적인 문제다.

거리 감각이 무뎌져 태클 등 각종 기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웠다.

병원 문을 두들겼지만, 이번에도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의료진은 시력 교정술로 좋아지긴 어려운 눈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미란은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그때부터 감각과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많은 기술을 반복해서 훈련하니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시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특히 시각 능력이 크게 작용하는 태클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강도 높은 집중 훈련으로 연마한 정면 태클 기술은 어느덧 천미란의 주특기가 됐다.

작은 키로 좌절했던 태권소녀 천미란, 레슬링 간판으로 우뚝
천미란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4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50㎏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시상대에 올랐다.

그리고 15일 강원도 양구군 양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2023년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권미선(경북체육회)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해 올해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후 두꺼운 안경을 쓰고 인터뷰에 임한 천미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꼭 메달을 딸 것"이라며 "키가 작거나 시력이 안 좋은 많은 유망주 선수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