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천재니까", "지금 신나"…PO 앞둔 선수들 입담으로 '예열'
"우승, 좋아하세요? 저는 정말 좋아한다고요.

난 천재니까!"(KGC인삼공사 변준형)
5개월 넘는 정규리그 순위 경쟁 끝에 '봄 농구'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프로농구 6개 팀의 선수들이 열전에 돌입하기에 앞서 '입'을 먼저 풀었다.

정규리그 1위 팀 인삼공사의 변준형은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PO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간판선수가 출사표를 내놓는 순서를 인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대사로 열었다.

강백호가 된 듯 연기 톤으로 발언하던 변준형은 막판엔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슬램덩크를 좋아해 대사를 준비해봤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이 다르다"며 급격한 '현실 자각'을 털어놨다.

2위 팀 창원 LG의 이관희는 "저는 5글자로 출사표를 준비했다"며 '걱정마레이'라고 외쳤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한 동료 아셈 마레이를 생각하며 준비한 말이었다.

마레이는 서울에서 부상 상태를 체크하며 정확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조상현 LG 감독의 설명이다.

이관희는 "아셈이 부상에 걱정하며 아쉬운 마음도 있을 텐데, LG 선수들이 그를 잊지 않고 어서 회복해 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전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은 서울 SK의 김선형은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 "나 지금 되게 신나 얘들아"로 후배들에게 응수했다.

김선형은 "SK에 어제 (시상식에서) 좋은 일도 있었고, 신바람 농구로 정규리그 막바지 9연승을 했으니 PO도 전희철 감독님과 신나게 해보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유일한 외국인 참석자이자 전날 신인상을 거머쥔 울산 현대모비스의 론제이 아바리엔토스는 또 다른 더 글로리의 유명 대사에서 딴 "멋지다, 아바리!"를 출사표로 냈다.

그는 "멋지다고 할 만큼 PO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5위로 PO에 오른 고양 캐롯(데이원스포츠)의 이정현은 "이것이 승기 매직! 5위? 현대모비스(와의 대결), 오히려 좋아"라는 출사표로 김승기 감독에 대한 믿음을 표현했고, 6위 전주 KCC의 이승현은 "PO만 되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로 자신감을 표현했다.

"난 천재니까", "지금 신나"…PO 앞둔 선수들 입담으로 '예열'
다른 팀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하는 순서에서는 변준형과 이관희가 돋보였다.

변준형은 과거의 자신처럼 김승기 감독의 '집중 교육'을 받는 이정현에게 "혹시 많이 힘들지 않나"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이정현은 "솔직히 힘든 적도 있었지만,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시즌 막판 좋은 경기력으로 올라와서 감독님 말씀을 항상 믿고 따를 생각"이라고 답했다.

변준형은 아바리엔토스에겐 "경기 중 나에게 '트래시 토크'를 하던데 왜 그러냐"고 묻기도 했는데, 아바리엔토스는 "KBL에서 가장 기술이 좋은 선수라 생각해 저지하려고 그러는 거다.

개인적으로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관희는 소속팀 LG의 조상현 감독의 쌍둥이 동생인 현대모비스의 조동현 감독에게 "순위 경쟁에서 막판까지 형을 괴롭히셨는데, 형에게 마지막으로 용돈을 받은 게 언제냐"고 물어 좌중을 웃겼다.

조동현 감독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농구에서는 (조상현 감독이) 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이관희는 전날 시상식에서 수비 5걸에 LG 동료인 정희재와 윤원상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며 "기자분들이 LG 선수들을 더 사랑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가 추후 수비 5걸은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지 않는 것을 깨닫고 "정중히 사과드리겠다.

KBL 관계자분들이 보고 계시면 LG를 많이 사랑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