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만만 플레이볼…기다림은 끝났다, 4월 1일 KBO 프로야구 개막
“너 말이야, 다른 팀을 좋아하는 게 낫지 않겠어?”

소문난 야구 애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 <일인칭 단수>를 통해 대학 시절 좋아했던 여성과의 야구장 데이트를 얘기했다. 하루키는 당시 일본의 최약체 팀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좋아했는데, 그날도 어이없는 실책을 하고야 말았다. 보다 못한 여자친구는 하루키를 향해 팀을 바꿔버리라고 말하기에 이른다.

하루키는 그래서 다른 팀을 택했을까, 아니다. 여전히 그는 시즌마다 야쿠르트를 사 마시며, 야쿠르트의 승리를 염원한다.

그가 말한 것 중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약체 팀을 좋아하면서 얻게 된 것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책에서 “내가 배운 자질은 바로 ‘패배에 대한 관대함’이다. 지는 것은 싫지만, 그런 일을 일일이 마음 깊이 묻어두고 있다가는 도저히 오래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체념”이라고 말한다.

야구장은 잔인하다. 누군가 홈런을 치면 누군가의 자책점이 올라간다. 이기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지는 자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패배를 잊고 다시 구장으로 돌아간다. 실책도, 실수도 사랑한다니,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것과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야구팬들에게 ‘우리 팀’이란 어쩌면 내가 키우는 딸, 아들자식과 같을지도 모른다.

야구장은 어제까지 몰랐고 또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를 옆자리 사람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 밖에서는 절대 노래를 부르지 않는 이들도 이곳에서는 ‘망나니 가수’가 된다.

야구 애호가에게 프로야구 시즌 개막은 ‘꽃’ 같은 존재다. 그라운드 위 푸릇한 잔디와 잘 정돈된 붉은 빛 모래는 그 어떤 봄꽃 축제보다 팬들의 가슴을 간질거리게 한다. 긴장감에 휩싸인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채 5분도 남겨두지 않은 선수들이 내뱉는 기합은 봄이 성큼 다가오는 소리다. 4월의 첫날, 추운 겨울을 지나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을 몰고 다시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