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 두 번째 고령 투수…"마흔 넘은 투수도 할 수 있습니다"
'시범경기 5이닝 11K' 고효준 "아직 100%로 던지지 않았어요"
'불혹' 고효준(40·SSG 랜더스)의 2023년 시범경기 성적은 5경기 5이닝 1피안타 무실점 11탈삼진이다.

2023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 1982년 7월생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1983년 2월생 고효준은 시범경기 무결점 투구로 '나이가 많아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의 의지를 증명해내고 있다.

고효준은 27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1-1로 앞선 6회말에 등판해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으로 막았다.

오스틴 딘과 오지환을 연거푸 삼진 처리했고, 김현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고효준은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3월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첫 타자 강한울에게 우전 안타를 내준 뒤, 모든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5경기 동안 사사구는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탈삼진 능력이다.

고효준은 5이닝 동안 무려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닥터 K'의 위용을 뽐냈다.

27일 LG전에서도 외국인 타자 오스틴과 국가대표 오지환을 삼진 처리했다.

이날은 7회초에 SSG 타선이 결승타를 치면서, 고효준은 승리투수가 되는 행운도 누렸다.

고효준이 시범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건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경기 뒤 만난 고효준은 "시범경기 성적이 좋긴 하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피안타가 1개뿐인 것도, 삼진이 11개인 것도 의식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은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함께 나이 들어가는 베테랑 투수를 생각하면 의욕이 커진다.

고효준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마흔이 넘은 투수도 경쟁력이 있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범경기 5이닝 11K' 고효준 "아직 100%로 던지지 않았어요"
고효준은 2020시즌 종료 뒤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됐고, 2021년 3월 1일에 LG 트윈스와 계약했다.

2021시즌 종료 뒤 LG와 재계약에 실패한 고효준은 2022년 1월에 SSG와 계약했다.

지난해 고효준은 45경기에 등판해 1승 7홀드 평균자책점 3.72로 활약하며 팀이 개막전부터 정규시즌 종료일까지 1위를 지키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는 데 공헌했다.

한국시리즈에도 2경기에 등판해 1⅓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통합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SSG는 고효준과 지난해 연봉 4천만원에서 4천500만원 인상한 8천500만원에 재계약했다.

고효준은 "지난해에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 몸 상태를 빨리 끌어 올렸다.

올해는 마음 편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김원형 감독님과 조웅천 코치님 등 코칭스태프가 몸을 만들 여유도 주셨다"며 "시범경기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도 있다.

확실히 마음이 편하니까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아직 100%로 공을 던진 적이 없다"고 했다.

일부러 누르고 있는 몸 상태를 정규시즌에 맞춰 100%까지 끌어 올리면, 고효준의 구위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미 시속 146㎞를 찍은 구속도 더 상승할 전망이다.

고효준은 "지금 가볍게 던지고 있는데도 공이 괜찮다.

진짜 싸움이 시작되는 정규시즌에서는 더 좋은 공을 던지고 싶다"고 밝혔다.

올 시즌 SSG는 김택형과 장지훈이 입대하고, 이태양(한화 이글스)이 이적해 불펜진에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다.

김원형 감독은 새 얼굴을 찾으면서도 베테랑 고효준이 불펜진의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한다.

고효준은 "나와 노경은 등 고참급이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다.

젊은 후배들도 좋은 공을 던진다"며 "정규시즌이 개막하면 'SSG 강점은 불펜'이라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