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연맹이 DSD 규정 강화해…테스토스테론 최대 수치 절반으로 낮춰
음보마 측은 "일방적인 행정"이라고 소송 예고
남성호르몬 규정 강화로 세계선수권 불발…음보마 "일방적 행정"
육상계는 종전 세계육상연맹의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규정을 '세메냐 룰'이라고 불렀다.

세계육상연맹이 31일부터 적용하는 '강화한 규정'은 '음보마 룰'로 불릴 전망이다.

크리스틴 음보마(나미비아)의 코치 헨크 보타는 25일(한국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갑작스러운 규정 변경으로 음보마 등 여러 선수가 (올해 8월에 열리는)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수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세계육상연맹은 전날 새 '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 규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1㎞) 여자부 경기 출전 기준을 테스토스테론 5n㏖/L(나노몰) 이하'로 정했던 기존 규정을 더 강화했다.

세계육상연맹은 DSD 규정 적용 대상을 여자부 전 종목으로 확대했고, 테스토스테론 최대 허용 수치를 기존의 절반인 2.5n㏖/L 이하로 정했다.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 종목에는 24개월 이상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2.5n㏖/L 이하로 유지한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다른 종목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2.5n㏖/L 이하로 유지하는 기간을 일단 6개월로 줄여 적용하기로 했다.

규정 강화로 세계육상연맹의 감시 대상이 된 선수는 음보마를 포함해 총 13명이다.

음보마 측은 '규정 개정 시점'을 문제 삼고 있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은 개정 규정 후 6개월 미만인 올해 8월 19일에 개막한다.

음보마 등 13명은 곧바로 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세계선수권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보타 코치는 "아직 세계육상연맹 관계자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

매우 일방적인 행정"이라고 지적하며 "세계육상연맹의 결정에 저항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처리 방식에는 맞서서 싸워야 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성호르몬 규정 강화로 세계선수권 불발…음보마 "일방적 행정"
사실 세계육상연맹이 DSD 규정 강화를 이끌게 된 배경에는 '음보마의 활약'이 있다.

음보마는 캐스터 세메냐(남아프리카공화국) 이후 세계육상에서 '가장 논쟁적인 선수'로 꼽힌다.

음보마는 선천적으로 남성 호르몬이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높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 남성의 수치는 7.7∼29.4n㏖/L이다.

음보마의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n㏖/L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 800m를 지배했던 세메냐는 세계육상연맹과 2015년부터 '남성 호르몬 수치'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400m가 주 종목이었던 음보마는 당시 규정으로는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아도 출전이 가능한 200m로 종목을 바꿨고, 세계 최정상권에 진입했다.

음보마는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200m에서 21초81로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1위는 21초53의 일레인 톰프슨(자메이카)이 차지했다.

음보마는 도쿄올림픽 200m에서 예선 22초11, 준결선 21초97, 결선 21초81로 기록을 단축했다.

예선에서 앨리슨 필릭스(미국)가 오랫동안 보유했던 세계 20세 미만 기록 22초11과 타이를 이뤘고, 준결선과 결선에서는 이를 모두 넘어섰다.

음보마는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자신의 200m 개인 최고 기록을 21초78까지 단축했다.

많은 전문가가 "곧 200m에서 음보마의 독주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음보마의 성공 사례를 보고 'DSD 명단'에 오른 다른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 중거리 선수들도 주 종목을 200m로 전향하기도 했다.

음보마가 곳곳에서 논쟁을 부르자 세계육상연맹은 "테스토스테론이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종목을 어디까지 확대해야 할지, 과학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가 참가할 수 없는 종목의 확대를 예고하고 실제 DSD 규정을 '전 종목'에 적용하기로 했다.

보타 코치는 "다행히 음보마는 좌절하지 않았다.

세상이 우리를 돕지 않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출전이 불발되더라도, 음보마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할 수 있다"며 "새로운 규정은 우리에게 끝이 아닌, 넘어야 할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