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서만 19시즌 최장수 감독 "1년 쉬면서 몸 상태 좋아졌다"
은퇴식 유재학 총감독 "환갑에 울면 주책이라고 할까 봐…"
"중간에 눈물이 나올 뻔했는데, 환갑에 울면 주책스러울 것 같아서 참았어요.

"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총감독이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은퇴식을 하고 밝힌 소감이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94-89로 이긴 뒤 2004년부터 팀을 이끌어온 유재학 총감독의 은퇴식을 개최했다.

양동근, 함지훈 등 현대모비스 시절 제자들과 은사인 방열 전 대한민국농구협회장, 실업 기아자동차 시절 동기인 추일승 국가대표 감독, 여자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 정선민 여자 국가대표 감독 등이 덕담을 건네는 영상 메시지가 나왔다.

현대모비스 선수들이 돌아가며 '이젠 안녕' 노래를 부르고, 유 총감독이 팬들에게 고별사를 전하면서 경기장 전광판에는 유 총감독의 현역 시절부터 농구 인생이 흘러 지나갔다.

유 총감독은 1993년 연세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1997년 대우증권 코치, 1998년 대우증권 감독을 맡아 지난 시즌까지 한 해도 쉬지 않고 농구 감독으로 일했다.

2004년부터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아 프로 통산 724승을 거둔 유재학 총감독은 프로농구 사상 최다승 사령탑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은퇴식 유재학 총감독 "환갑에 울면 주책이라고 할까 봐…"
이날 은퇴식에서 유 총감독은 고별사를 통해 "제 농구 인생이 50년인데 현대모비스와 함께 19년을 보냈다"며 "19년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은퇴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유 총감독은 "여길 또 들어오네"라며 남다른 감회를 밝히며 "사실 은퇴식 전에는 구단에 '안 하겠다'라고도 했지만, 하고 나니 정말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감독 은퇴식이라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어서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했다"며 "중간에 눈물이 날 뻔했지만, 환갑에 울면 주책스러울 것 같아서 참았다"고 웃어 보였다.

유 총감독은 현대모비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2006-2007시즌과 3연패를 달성한 2012-2013시즌부터 2014-2015시즌을 꼽았다.

그는 "그중에도 처음 우승할 때가 더 마음에 깊이 남았는데, 당시 상대 팀 감독이던 추일승 감독이 (영상 메시지로) 얘기를 해주니 고맙고 좋다"고 밝혔다.

은퇴식 유재학 총감독 "환갑에 울면 주책이라고 할까 봐…"
앞으로 계획을 묻는 말에는 "오늘 은퇴식 자료를 낼 때 '현대모비스 은퇴식'이라고 해야 했는데, 다른 팀에 못 가게 하려고 그냥 '은퇴식'이라고 한 것 같다"며 "앞길이 막힐 것 같아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나"라고 농담했다.

그는 "(총감독을 하며) 1년 정도 쉬었는데, 몸이 아픈 곳도 많이 고쳤다"며 "특별히 계획이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 총감독은 "그동안은 너무 힘들기도 했는데, 1년 쉬면서 몸 상태가 많이 회복됐다"며 "사실 감독이라는 자리는 팀에서 불러줘야 하는 건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다른 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은 열어뒀다.

은퇴식 유재학 총감독 "환갑에 울면 주책이라고 할까 봐…"
유 총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은 현대모비스 조동현 감독은 "총감독님 은퇴식 경기를 이겨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유 총감독이 다른 팀으로 가서 맞대결하게 되면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는 "아마 총감독님이 봐주지 않으실 것"이라며 "승부의 세계니까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유재학 총감독의 지도를 받은 가드 서명진 역시 같은 질문에 "유 감독님께만 배우다가, 반대 벤치에 계신다고 생각하면 느낌이 색다를 것 같다"며 "그래도 30점은 넣어야 상대 감독이시지만 저를 흐뭇하게 보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