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후 한국 무대 밟은 린샤오쥔, 4년 만의 세계선수권대회 입상 실패
남자 500m 결승선 1위로 통과했지만 고배

'중국 귀화' 린샤오쥔, 세계선수권 실격…기록측정기 미착용(종합)
중국으로 귀화한 쇼트트랙 린샤오쥔(26·한국명 임효준)이 한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m 결승에서 트랜스폰더(기록측정기)를 착용하지 않고 뛰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금메달을 놓쳤다.

린샤오쥔은 11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남자 5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고도 실격 처분을 받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준준결승과 준결승을 모두 조1위로 통과한 린샤오쥔은 결승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3번 라인에서 스타트를 끊은 린샤오쥔은 결승선을 3바퀴를 남기고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2위를 유지하던 린샤오쥔은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아웃코스로 나와 역전을 노렸다.

그는 결승선 앞에서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 뒤부아와 경쟁을 펼치다가 스케이트 날을 쭉 내밀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우승을 확정한 듯 중국 코치진을 껴안으며 기뻐했다.

그러나 환희의 순간은 길지 않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모든 선수는 발목에 기록을 측정하는 기기를 착용하고 뛰어야 하는데, 린샤오쥔은 이를 달지 않고 경기에 출전했다"며 "ISU 규정에 따라 실격됐다"고 전했다.

린샤오쥔의 실수로 금메달은 시겔이, 은메달은 뒤부아가 차지했다.

한동안 아쉬워하던 린샤오쥔은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중국 귀화' 린샤오쥔, 세계선수권 실격…기록측정기 미착용(종합)
린샤오쥔은 이날 4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노렸다.

그는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000m, 1,500m, 3,000m 슈퍼파이널, 남자 5,000m 계주 등 4관왕에 오르며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해당 대회 직후 대표팀 동성 동료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며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고, 그 길로 중국으로 귀화했다.

린샤오쥔은 법정 싸움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귀화 결정을 되돌리진 못했다.

그는 귀화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과 ISU 규정에 따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2022-2023시즌이 되어서야 오성홍기를 달고 은반 위에 복귀했다.

'중국 귀화' 린샤오쥔, 세계선수권 실격…기록측정기 미착용(종합)
린샤오쥔이 한국 빙상장에 선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아울러 국내에서 열린 공식 대회에 출전한 건 2018년 4월에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이후 처음이다.

린샤오쥔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였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로 태극마크 대신 오성홍기를 달았고, 국제대회 출전을 벼르며 오랜 기간 칼날을 갈고 닦았다.

그는 12일 열리는 남자 1,000m에서 다시 한번 메달 획득을 노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