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리브 샌드박스 미드 라이너 클로저(이주현) (제공=LCK)
리브 샌드박스 미드 라이너 클로저(이주현) (제공=LCK)
리브 샌드박스가 2022 시즌에 이어서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올해 스프링 시즌에서도 4승 1패로 리그 최상위권 경쟁을 펼치며 예상 밖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서 ‘모래폭풍’이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3일) 리그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젠지 e스포츠와 대결에서도 연승을 이어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클로저(이주현)를 제외한 기존 선수를 모두 떠나보낸 리브 샌박은 상대적으로 이름 값이 부족한 신인 선수들로 로스터를 꾸렸다. “이번 시즌은 포기한 것 아니냐?”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리브 샌박은 예상을 뒤엎고 베테랑 선수들로 구성된 한화생명 e스포츠와 KT롤스터를 잡아냈다. 지난 1일 농심 레드포스를 잡아내며 4승 고지에 올랐다. 지난달 20일 시즌 첫 경기에 디플러스 기아에게 패한 뒤로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순항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리브 샌박의 ‘모래폭풍’은 구단 운영진과 감독 그리고 코치진이 준비한 ‘머니롤’이 효과적으로 작동한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브 샌박은 2022년 12월 6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2023년 방향성 영상에서 2023 시즌 로스터와 비전에 관해 설명했다. 해당 영상에서 정인모 리브 샌드박스 CEO는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승리하는 방법에는 스타플레이어 영입, 유망주 발굴, 데이터 기반 전력분석 등 세 가지 승리하는 방법이 있다”라며 “이 중에서 리브 샌드박스는 데이터에 기반해 유망주를 키워 우승해 나가는 비전을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리브 샌드박스 2023 시즌 선수단 (왼쪽부터 윌러, 버돌, 엔비, 카엘, 클로저)(제공=LCK)
리브 샌드박스 2023 시즌 선수단 (왼쪽부터 윌러, 버돌, 엔비, 카엘, 클로저)(제공=LCK)
리브 샌박은 유망주 육성 및 발굴을 위해 AI 모델을 개발하는 등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올해 선수진을 꾸렸다. 이 같은 방식은 미국 프로야구리그인 MLB(메이저리그 베이스볼) 구단인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에 1998년 부임한 빌리 빈 단장이 투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새로운 관점의 선수 영입을 통해 좋은 성적을 냈던 ‘머니볼’ 이론과 유사하다. 빈 단장은 몸값 비싼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OPS(출루율+장타율)이 높은 선수를 영입하는 방식을 택해 8년간 플레이오프에 5번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이영남 리브 샌드박스 전력분석관은 유튜브 방향성 영상에서 “단순히 CS나 골드 차이가 아니라 라인전 능력, 승리 기여도 등의 데이터를 정량화해 분석하고 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선수의 움직임을 패턴화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데이터 분석은 현대 스포츠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며 “e스포츠라고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리브 샌드박스가 2023 로스터를 소개하며 선수를 설명한 이미지(출처=리브 샌드박스 SNS)
리브 샌드박스가 2023 로스터를 소개하며 선수를 설명한 이미지(출처=리브 샌드박스 SNS)
실제 리브 샌박은 2023 로스터를 소개하며 선수들에 대해 ‘2022 LCK 서머 스플릿 골드 기반 라인전 지표 1위’, ‘2021 LCK 서머 스플릿 경기당 갱킹 성공 횟수 공동 2위’ 등 데이터에 기반해 선발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리브 샌박의 ‘머니롤’에 대해 크로코(김동범), 프린스(이채환) 등 주력 선수를 놓친 것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성적으로 이를 증명해 냈다. T1, 디플러스 기아, 젠지 등 리그 명문 구단을 상대로도 이 같은 방식이 통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리브 샌박의 새로운 승리 공식에 따른 올해 성적이 앞으로 LCK 구단들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