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골프공 시장…'클럽·의류강자' PXG도 도전장
연간 2000억원 규모의 국내 골프공 시장을 놓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타이틀리스트가 휘어잡고 있는 시장을 빼앗기 위해 토종 대기업(코오롱)에 이어 요즘 가장 ‘핫’한 골프용품·패션 브랜드인 PXG도 뛰어들어서다. 골프클럽 강자인 스릭슨과 골프공 전문기업인 볼빅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제품을 내놓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업계에선 골프공 마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해당 브랜드의 인지도·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골프공 전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9일 국내외 골프용품업계에 따르면 PXG는 이르면 다음달 자체 골프공(사진)을 처음 내놓는다. 미국 본사와 함께 PXG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에도 이른 시일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PXG는 그동안 골프채와 의류 등에서 쌓은 프리미엄 이미지에 걸맞게 골프공 가격을 타이틀리스트의 ‘Pro V1’ 수준(12개 7만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의 피스(piece) 수나 소재로 상품 라인을 다각화하는 기존 용품사들과 달리 1개 제품만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PXG가 골프채와 옷으로 거둔 성공체험을 골프공으로 확산하려는 것”이라며 “PXG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대를 고려할 때 타이틀리스트를 정조준한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업계에선 그동안 골프공 시장을 라면 시장에 빗댔다. ‘절대 강자’가 버티고 있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변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골프공 시장에서 타이틀리스트는 라면시장의 농심처럼 국내시장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수많은 골프용품 업체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챔피언’은 빈틈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 스릭슨이 두 가지 색깔을 반반씩 섞은 ‘반반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스릭슨은 ‘한국프로골프(KPGA) 소속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이라고 광고하며 타이틀리스트를 자극했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코오롱은 합금 신소재 아토메탈로 만들어 일반 공보다 멀리 나가는 ‘아토맥스’를 지난해 내놨다. 국 내 대기업이 골프공 시장에 뛰어든 건 이때가 처음이다.

골프업계에선 골프공이 주목받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낮은 진입 장벽, 높은 마진율’이 첫 번째다. 골프공은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도 중국 업체에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비용은 개당 1000원도 안 된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할 경우 몇 배의 마진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골프공이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끌어올리기 좋은 아이템이란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틀리스트는 첫 번째 드라이버를 1984년 출시하는 등 클럽 후발주자였다”며 “타이틀리스트가 이른 시일 내에 클럽 강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골프공으로 쌓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런 점을 들어 골프공을 둘러싼 경쟁은 갈수록 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릭슨은 작년의 여세를 몰아 골프공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프리미엄 공인 ‘반반 볼’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는 동시에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2피스 브랜드(‘소프트 필’)를 내놓는다. 볼빅도 올해 컬러볼 신제품과 반반볼 신제품을 선보이며 지난 몇 년간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다는 전략을 짰다.

타이틀리스트는 ‘한발 앞선 기술’로 맞선다는 구상이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타이틀리스트 공이 명품으로 인정받는 건 그 안에 오랜 노하우가 녹아 있기 때문”이라며 “‘하이그래 디언트 코어’를 적용한 2023년형 Pro V1·V1x를 써 보면 왜 투어프로들이 타이틀리스트를 찾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